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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 화려함이냐? 실용성이냐? 같았지만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 걸프지역 3대 항공사

둘뱅 2014. 5. 22. 02:18

(현재 에미레이트 항공 A380의 퍼스트 클래스)



세계 항공시장에서 같은 항공업계 인사로부터 실용성를 추구하는 항공시장의 트렌드를 역행하며 지나치게 과도한 투자로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는 우려를 한 몸에 받았던 3개의 항공사가 있었습니다. 정말 부유한 사람들은 전용 제트기를 몰고 다니고, 일반 승객들을 위해서는 저가 항공사가 많이 생기면서 기존의 퍼스트-비즈니스-이코노미로 이루어진 3클래스 여객기 대신 달라진 환경을 반영하여 퍼스트를 없애거나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를 도입하는 등 좀더 실용적인 승객들 확보에 나서고 있는 일반적인 추세와 달리 닥치고 화려함을 추구하며 기내에 샤워실을 설치하고, 공항 터미널도 클래스별로 따로 분리하거나 라운지를 별도 건물로 독립시키는 등 고급화에 치중하고, 공격적인 영업과 노선확장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어찌보면 이단아로 여겨졌던 이들이 바로 UAE의 에미레이트 항공과 에티하드 항공, 그리고 카타르의 카타르 항공이었습니다.


하지만 세 항공사가 모두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여객기 A380을 갖게된 2014년 들어 이 세 항공사들의 지향점과 고급화 전략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화려함의 끝을 추구하는 UAE 항공사들과 고급화를 추구는 하면서도 화려함보다는 실용성에 집중하기로 결정한 카타르 항공으로 말이죠.


일단, 그 포문은 에티하드 항공이 열었습니다. 아랍관광산업전시회 (ATM) 개막을 하루 앞둔 5월 4일 에티하드 항공은 올 12월부터 아부다비-런던 노선을 통해 첫 선을 보일 자사의 A380의 내부를 공개하면서 그 전부터 예고해왔던 화려함과 호사스러움의 끝을 선보이기에 이르렀습니다. 모든 클래스의 업그레이드와 함께 "하늘에서의 럭셔리하고 호사스러운 호텔 경험"을 모토로 내세운 퍼스트 클래스 위의 퍼스트 클래스 "더 레지던스"가 바로 그 주인공이었습니다. 에미레이트 항공 A380이 처음 퍼스트 클래스 승객을 위한 공용 샤워실을 설치했던 것에서 몇 걸음 더 나아가 지금까지 거실과 침실 구별 없는 침대형 플랫베드를 사용해왔던 개념을 깨고 거실과 침실, 그리고 개인 샤워실을 완비한 기내 객실 같은 새로운 개념의 퍼스트 클래스를 선보인 것이었습니다. ([EY] 에티하드 항공, 신형 에어버스 A380 및 보잉 787 드림라이너 초호화 객실 인테리어 공개! 참조)


(2014년 12월부터 운항을 개시하는 에티하드 항공 A380의 플래그쉽 퍼스트 클래스, "더 레지던스")


럭셔리함의 끝을 추구하는 에티하드 항공의 전격적인 A380 좌석이 공개된지 3일만에 카타르 항공의 아크바르 알 바크르 CEO가 다른 방식으로 맞불을 놓았습니다. 카타르 항공의 답변은 "우리는 비즈니스 클래스에 집중하겠다!"였습니다. 세계 유일의 5성급 항공사임을 자랑해오던 카타르 항공이 에티하드 항공의 A380에 앞서 공개했던 A380은 화려함 대신 생각 외로 실용성을 강조한 심플한 디자인이었는데, 그 디자인이 바로 카타르 항공의 마지막 퍼스트 클래스 디자인이 되었다는 것, 다시 말해 이번에 투입될 A380을 제외한 다른 기종들의 퍼스트 클래스를 노후 기체 교체와 함께 단계적으로 없애겠다고 선언한 것이었습니다. 플래그쉽 개념으로 화려한 퍼스트 클래스를 만들어 두고 빈자리로 가는 날이 많은 것보다는 오히려 비즈니스 클래스를 업그레이드하고 좌석수를 늘려 보다많은 승객을 받아들이는 실익을 추구하겠다는 의미가 담긴 것입니다. 이러한 방침에 따라 현재 카타르 항공은 비즈니스 클래스를 업그레이드한 "슈퍼 비즈니스 클래스"를 2년 안에 내놓겠다고 밝혔습니다. 비즈니스와 이코노미 중간에 걸쳐 있는 프리미엄 이코노미처럼 비즈니스지만 퍼스트와 비즈니스의 중간쯤 위치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2014년 6월부터 운항을 개시할 카타르 항공 A380의 퍼스트 클래스)


퍼스트를 더욱 화려하게 만들 것인지, 아니면 비즈니스를 더욱 업그레이드시킬 것인지 고급화 전략의 세부 사항에서 차이를 빚기 시작한 양사의 상반된 반응에 이어 나온 세계 최다 50대의 A380 보유 항공사 에미레이트 항공의 반응은 "우리도 침실을 만들겠다!"였습니다. 세계 최초로 샤워실을 기내에 설치하고 화려함을 추구하는 선구자이자 원조였던 에미레이트 항공답게 자신들의 화려함을 뛰어넘은 에티하드 항공의 고급화를 마냥 보고있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입니다. 에티하드의 더 레지던스를 뛰어넘어 현 시점에서 최고수준의 럭셔리한 좌석과 개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좌석을 개발하여 A380에 우선 설치한 후 신기종인 777s에도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이죠.


(2008년 운항을 시작한 에미레이트 항공 A380의 퍼스트 클래스와 샤워실)


올 5월을 기점으로 걸프지역의 3대 항공사는 자신들의 고급화 전략에 있어서 다른 길을 걸을 것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화려함의 끝을 추구하기로 한 에미레이트 항공과 에티하드 항공, 그리고 실용성에 더욱 방점을 둔 카타르 항공. 이들이 다음에는 과연 어떤 좌석을 내놓을지 기대가 됩니다.



참조: "Emirates taking ‘bedroom concept’ on Airbus A380 and Boeing 777 fleet" (The Nation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