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이야기/여러 생각들...

[칼럼] 후세인 처형되다

둘뱅 2006. 12. 31. 14:02

< TV로 공개된 후세인의 시신 >

 

 

   그가 죽었다...

   미국에 의해 힘을 얻었으나, 미국의 통제를 거부하고 맞짱 뜨려다 결국 미국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지지기반 없이 힘만 가진 소수의 군부가 국가를 장악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철권통치다. 국민들의 정보를 차단하고, 자신들에게 반발하는 세력들은 무자비한 탄압을 강하는 철권통치... 그 예는 멀리갈 것도 없이 군부가 장악했던 우리의 현대사에도 지워지지 않고 남아있다. 이라크의 정황에서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주도권을 잡기 힘든 후세인이 택한 것도 바로 그 철권통치였고, 이는 미국의 침공과 자신의 사형을 불러온 빌미가 되었다.

 

   이라크를 크게 삼등분하고 있는 수니파, 시아파, 쿠르드족 중 그가 속한 수니파는 소수파이면서 게다가 다수파인 시아파나 독립의 염원을 갖고 있는 쿠르드족과 달리 지역적으로도 석유라는 든든한 배경도 갖고 있지 못하다. 수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열악했던 수니파를 대표한 후세인이 권력을 잡고 힘을 키운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이란과 미국의 덕분이었다. 그리고 그의 몰락에도 이란과 미국이 영향을 끼쳤다.

 

   호메이니의 쿠데타로 시아파 이슬람 원리주의 국가를 세운 이란과 이웃하고 있어서, 원리주의 국가에 대한 욕구가 다른 아랍 국가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방패막이가 필요했던 미국의 입장에서... 이라크 내에서도 정권은 잡았으되 지지기반이 빈약했던 후세인은 최고의 파트너였고, 미국은 8년간 펼쳐진 이란-이라크전 당시 재정적, 군사적 지원을 아끼지 않은 이라크의 든든한 스폰서였다.

 

   하지만 이러한 공생 관계도 미국의 화끈한 지원에 고무된 후세인이 고토회복을 명분삼아 쿠웨이트를 침략하며 2006년 12월 30일의 사형으로 이어진 몰락의 길을 자초했다. 미국에게 있어 이라크는 이란식 이슬람 원리주의 국가의 확산을 막기 위한 방패막이 역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지만, 자신들이 짠 틀을 깨기 시작한 후세인은 제거대상이 될 수 밖에...

 

   아버지 부시가 이끌었던 1차 걸프전 때는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아가며 전쟁에서 이겼음에도 정작 후세인 제거에 실패하고 본인의 재선도 실패했었다. 그러나 아들 부시는 빈 라덴이 일으킨 9.11 테러를 핑계로 여전히 입증하지 못한 몰상식한 명분을 앞세워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라크를 침략하여 후세인 정권을 몰락시키고 자신의 재선에는 성공했지만, 자신이 만든 늪에서 허우적 거리다 상하원을 모두 민주당에 넘겨주고 갈수록 낮아지는 지지기반으로 다음 정권 자체를 민주당에 넘겨줘야 될지도 모르는 절박한 상황에서, 또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둘러 후세인 사형이라는 초강수를 두었다. 여전히 그에게 혐의가 걸려있는 두자일 학살사건에 대한 재판이 진행중이었는데도 말이다.

 

   판결이 나지 않은 끝나지 않은 재판에 사형이라??? 지난 몇 년동안 뒤져도 나오지 않는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제거라는 침략의 명분이 허상이었던 것처럼, 이번 사형도 자칭 경찰국가인 미국이 자의적인 잣대로 세상을 좌지우지하면 어떤 일도 자행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극적인 예가 되고야 말았다. 그리고 인정하고 싶지는 않겠지만, 자신들의 모습이 그들이 비난하다 못해 제거하려고 애쓰는 독재세력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도....

 

   마침 후세인의 사형일은 성지 순례기간이 끝나면서 시작되는 전 이슬람권의 양대 명절 중 하나인 "이드 알 아드하 (희생제)"의 첫 날이다... 희생제의 첫 날 처형된 후세인이 순교자가 될지, 아니면 단순히 처형당한 독재자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점점 지옥도를 그려가며 삼등분 되어가고 있는 이라크의 상황이 악화될 것이란건 자명한 일이다.

 

  이란을 믿지 말라는 유언을 남기고 처형된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이란 이슬람 혁명의 확산을 막고자 미국에 의해 키워졌으나,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이 그토록 싫어하는 이란의 후원을 받고 있는 이라크내 시아파 정권을 강화시키기 위한 희생양이 되어 2006년 12월 30일 세상을 떠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