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집에서 TV 뉴스를 보다 눈에 띄는 두바이 소식을 접하곤 쓴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날로 늘어가는 교통사고를 줄이고자 파트와를 내렸다는 기사인데요.... (아래 링크 참조)
두바이, 교통사고 예방 '종교 명령' 발동' (Copyright ⓒ KBS)
오죽했으면 종교의 힘을 빌려야할 정도일까...란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줄이고 싶었을 것"이란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어제에 이은 아랍 이야기는 이들의 운전습관에 대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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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 연수시절에 취득한 유효기간 10년짜리 둘라의 요르단 운전면허)
개인적으로 아랍 국가에서 두 번 운전면허 취득시험을 본 적이 있습니다. 첫번째 시험은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였고, 두번째 시험은 사우디 남부도시 지잔에서 였습니다. (사우디 면허증 사진을 올리지 않은 건 면허 취득에 실패했었기 때문입니다...^^)
요르단의 경우 시험 자체가 지역마다 달랐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제가 봤던 곳에서는 필기 시험+주행 시험이었는데, 다른 곳에서는 구술 시험+주행 시험이었거든요. 필기 시험의 경우 제가 봤던 곳은 외국인들의 경우 영어로 필기 시험을 보고 도로 주행만 하면 되었는데, 다른 곳은 외국인들도 아랍어로 구술 시험을 보고 경사길 주행을 주로 봤다더군요. (아~~~ 수동 운전시험입니다...^^) 교습 받을 땐 S자, T자 코스 등을 배웠는데, 막상 시험을 보니 앞으로만 달리게 하더군요!!! 물론 좌회전, 우회전, U턴은 했지만... 그래서 시험장에서 후진 한번 않해보고 앞으로만 달려서 취득했던 면허였습니다...^^ (그래서 후진에 약합니다...ㅠㅠ)
사우디 체류 시절 대도시인 젯다에서는 한국 면허 가지고 바로 사우디 면허를 취득할수 있었는데, 제가 있던 곳 지잔은 워낙 외진 탓에 제도 도입이 느려 결국은 시험을 봐야 했습니다... 워낙 땅덩어리가 넓은 탓인지 이론 교육에 기초 정비 교육이 보다 심도있게 포함되더군요... 신호 지키고, 시동 꺼뜨리지 않고 앞으로만 잘 달리면 끝났던 요르단과는 달리 사우디의 시험은 하나가 더 추가되더군요... 바로 후진 주차!!!!! 가뜩이나 후진이 약한데, 평소에 타던 액센트급의 차가 아닌 그랜저 3.0급의 대형차로 시험을 보니 실력이 바로 드러납니다.... (재시험도 포기하고 그냥 다녔습니다...ㅠㅠ)
아랍인들은 이런 식의 과정을 거쳐 면허를 취득해서 운전을 하거나, 차가 없으면 다니기가 힘든 사우디의 경우 아버지가 면허취득 대상도 아닌 미성년자들에게 야매로 운전을 가르치기도 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운전대를 잡게 하는 것이죠... 개념없는 미성년자 운전자들로 인한 교통사고가 날로 늘어나서 정부에서는 이를 금지토록 하고 있지만, 그걸 일일이 다 감시할 수 없는 게 현실이기도 하구요...
I (인샤알라) B (부크라) M (말리쉬)으로 대표되는 느려터진 만만디 정신의 소유자들로 널리 알려진 아랍인들이지만, 운전할 때의 모습은 사뭇 다릅니다... 특히 가족을 동반하지 않고 운전할 경우에는 "빨리빨리" 그 자체거든요... 가장 극단적인 예를 볼 수 있는 것이 라마단 기간 중 단식인 끝나는 저녁 예배 시간 전후입니다... 빨리 집에 들어가서 먹기 위해 굶주린 배를 부여잡고 과속에 난폭운전을 하는 것이죠...
아랍인들의 운전습관은 한 마디로 고속 주행과 끼어들기 주행입니다... 직진길이던, 산악길이던 상관없이 상황이 허락하는 한 과속으로 달리고, 틈만 나면 비집고 끼어드는 것이죠... 끼어들기 주행으로 악명높은 곳은 바로 이집트입니다...
(3차선도, 4차선도 아니여~!/ 카이로, 이집트)
조금의 틈만 나면 끼어드는 그들의 습관 때문에 곤욕을 치루는 건 바로 사이드 미러입니다... 수시로 충돌로 망가지거든요... 그렇기에 낡은 차들일 수록 사이드 미러가 없는 차들을 쉽게 볼 수 있답니다... 어차피 달아봤자 몰다보면 또 망가질테니, 굳이 달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죠... 그냥 앞만 보고 쳐달리는 겁니다~~!!!! 게다가 카이로의 번잡한 거리일수록 차량과 사람이 뒤섞여 난리 부르스를 연출하는 다이나믹함을 볼 수 있기도 합니다... 심지어 시내버스는 정류장에 서지 않을 정도니까요... 다만 뛰어 타고 내리기 좋도록 속도를 낮춰주기만 할 뿐... 특히 길을 다닐 땐 차가 비켜가겠지... 가능한 이런 안일한 생각을 버리시는 게 좋습니다... 이 생각만 했다가는 봉변을 당할 수도 있으니까요...
아랍인들의 고속 운전을 가능하게 하는 건 도로가 비교적 잘 닦여있고 직선로가 많기 때문입니다... 섭씨 50~60도를 넘나드는 사우디 조차 아스팔트를 녹일 것만 같은 더위에도 도로가 괜찮은 편이거든요... 거기에 창밖으로 보이는 단순한 풍경은 운전자들에게 두 가지를 가능하게 합니다... 점점 더 속도를 높이거나, 아니면 나도 모르게 졸거나...
무작정 앞으로만 쳐달리다 보니 과속에 추월주행은 일상입니다... 100킬로로 달려도 그 옆에 120킬로로 추행하는 차가, 또 그 옆에는 140~150킬로로 달리는 차들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길에 차들이 별로 없을 때는 200킬로를 육박하는 속력으로 다니는 운전자들도 있구요... 땅덩이가 넓은 사우디의 경우는 안 그래도 각종 검문지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영향력이 미치지 못하는 곳들이 더 많습니다... 그렇기에 과속을 막을 특별한 방법이 없는 것도 현실이죠.... 밤이 되면 이런 과속 운전 추종자들은 더욱 무서운 도로의 무법자로 변합니다... 시속 100킬로 이상으로 달려도 바로 뒤에 1m 이내로 바짝 붙어서 하이빔을 올렸다 내렸다 하거나 크랙숀을 요란하게 울려버리니까요...
이런 공포의 운전습관은 운전이 평소에 억눌려있던 감정을 발산하는 흔치않은 수단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아랍권 국가들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스트레스나 쌓인 감정을 해소할 수 있는 수단이 적은 건 사실이니까요... 그런 탓인지 승마나 운전 등 빨리 달릴 수 있는 수단과 스피드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많은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로 인해 생기는 교통사고의 피해가 심하다는 겁니다!!!! 심지어 단순 접촉사고는 경찰에서도 신경쓰지 않을 정도니까요... 그런 탓인지 운전자들도 단순한 접촉사고로 시비를 가리는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어차피 경찰이 와도 그냥 한번 훑어보고 지나갈 정도니까요... 오히려 사고 당했다고 난리치는 운전자에게 면박을 주기까지 하거든요... "겨우 이 정도 가지고 뭘그래?? 대충 넘어가~~~" 이런 식으로 말이죠...
(길가에 방치된 채 놓여있는 사고차량/ 지잔-아브하 고속도로, 사우디)
하지만 큰 사고들은 정말 무섭습니다...
위에 링크된 동영상에 나와 있듯이 길에서 팽이 돌듯이 몇바퀴 도는 건 기본이요... 심지어는 토요타 랜드 크루저급의 대형차량 조차도 길 한복판에서 180도로 뒤집혀 나자빠지거나, 앞뒤로 완전히 찌그러들 정도라니까요...
특히 휴가철 대형차량들의 사고는 참혹하기로 유명합니다. 휴가를 위한 이동이다 보니 피해자가 한두 사람이 아닌 가족일 경우가 많으니까요... 우리처럼 소가족이 아닌 대가족을 이루고 있는 그들의 가족 구조를 생각한다면 얼마나 끔찍할지 연상될 것입니다... 이런 사고를 수시로 접하게 되는 병원 응급실의 간호사조차도 너무나 참혹해서 볼 때마다 괴롭다고 할 정도니까요...
이러한 거친 운전습관으로 인한 피해가 날로 극심해지기에, 국가발전을 위해서는 이슬람을 차선의 가치로 두고 있는 두바이 정부마저도 고육지책으로 이 안을 내놓은 듯 합니다... 끊임없이 외국인과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안전한 환경을 구축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정작 대형 교통사고로 보다 큰 피해를 입는 건 외국인 관광객이나 근로자들보다 상대적으로 대식구를 거느리고 사는 자국민들일 테니까요...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파트와를 내리는 것도 보기드문 경우지만, 이로 인해 익숙해진 그들의 거친 운전습관이 얼마나 개선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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