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이야기/아랍의 이모저모

[문화] 이슬람을 이해하는 데 잊기쉬운 두가지 전제 조건

둘뱅 2006. 11. 23. 17:05

   예전에 제가 속해있는 어떤 포럼의 오프모임에 참가했다가 인상적인 얘길 들었습니다. 두바이를 처음갔다오셨던 분의 이야기였는데, 그 분이 말하길 "난 처음에 왜 이슬람에서 술을 금기시하는지 전혀 이해를 못했어. 그런데 두바이서 처음 사람들과 술을 마시고 바깥엘 나왔더니, 많이 마시지도 않았는데 더위 때문에 술이 갑자기 확 올라오더라궁... 그 때 이래서 술을 금지하나보다..란 생각이 들더라..."

 

   사실 이슬람의 발상지인 아랍지역은 우리와 다른 문화만큼이나 다른 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남에 대해서 이래저래 말하기는 쉽지만, 정작 그 남의 본질에 대해서는 모르고 표면적인 것들만 놓고 얘기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됩니다..

 

   그래서 간만에 준비한 아랍 이야기는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그들의 환경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마침 얼마 전 후배로부터 받은 비슷한 질문에 대한 답이 있어서 그걸 재정리해 보았습니다... (그래서 편의상 존칭 생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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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람에 대해 무조건 비난만 하는 관점을 보면 이슬람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두 가지 전제조건을 의도적으로 간과하는 경향이 있는데... 첫째가 발상지인 사우디의 환경을 제대로 체험해본 사람이 극히 드물다는 거고, 둘째가 이슬람은 다른 종교와 달리 종교가 생활 그 자체의 가치관이라는 거야...  

 

 

  

   50도가 넘는 한여름의 대낮에 전기도 없는 벌판에서 몇 시간씩 서있어 보면 왜 이슬람 특유의 일부 관습들이 생겨날 수 밖에 없는지 자연히 이해될거야... 하지 말라는 짓하면 내가 더 힘들거든...^^ 따지고 보면 일부 다처제니 히잡이니 하는 이슬람적인 문화는 결국 이슬람이 태동한 아라비아 반도, 즉 오늘날의 사우디의 사회적, 자연적 환경에서 비롯된 것들이야... 남자가 없어도 여성들이 자생력을 갖출 수 있다면 굳이 일부 다처제를 만들 필요도 없고, 이슬람 태동이전의 여성들이 노리개나 노예가 아닌 인격체로 대우를 받고, 날씨가 좋으면 히잡 씌울 필요도 없고, 변질하기 쉬운 날생선, 날고기나 돼지고기를 못먹게 할 이유도 없잖아? 가령 히잡 만해도 그래... 서구적인 가치관에서는 여성에 대한 차별이지만, 무슬림적인 가치관에서는 건강하고 성숙한 여인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거든.. 이슬람이 사우디에서 생겨나지 않고 다른 지역에서 생겨났다면, 지금의 이슬람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을 거라고 봐...

 

   게다가 워낙 지역이 넓고, 그 지역마다 문화적, 역사적 배경이 다른데다 기존의 문화들을 융합하여 변용시켜왔기에 지역별로 특색이 있어 하나의 잣대로 규정짓기는 힘든 것이 이슬람 세계기도 해... 가령 히잡을 예로 들면 사우디나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완전하게 가리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자신들의 성향에 따라 두건처럼 머리카락만 가리거나, 아니면 아예 착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거든... 일반적으로 이슬람하면 배타적일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이슬람 국가들을 여행하다 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느끼게 될꺼야.. 중동지역에 매력있는 관광지들을 떠올려보면 이슬람적인 게 그다지 많지 않거든아주 고대의 유적들로부터 성당을 부수지 않고 개조한 모스크까지... 만약 그들이 배타적이어서 기존의 문화들을 무시하고 짓밟았다면 그런 관광지들을 우리가 지금 즐길 수 있을까?

 

 

 

   앞서 말했듯이 이슬람이 생활 그 자체의 가치관이기 때문에 태어날 때부터 보고 자란 것이 그런 것들이기 때문에 당연시하고, 요즘 들어 엄청나게 빨라진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면은 분명 있어하지만, 최근에는 서양세계에서 직접 살다 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인터넷이나 위성방송 등을 통해 간접 체험하는 젊은층이 늘면서 과도기를 겪고 있어... 이런 미디어들은 나름 정부가 컨트롤한다고 애쓰고 있지만, 무형으로 들어오기에 예전처럼 막기는 불가능한 것들이기도 하지... 그 결과 사우디 같은 보수적인 사회에선 전통적인 가치관 대 서구적인 가치관의 갈등, 즉 서구적인 가치관을 쉽게 받아들이는 젊은층과 이에 거부감을 갖는 중장년층 간의 갈등이 생기게 되지... 발렌타인 데이에 초코렛을 주는 행위도 젊은 층들에겐 당연하게 느낄 수 있는 건데, 중장년층들에겐 황당 그 자체로 여긴다던가, 공공장소에서의 집단윤간 등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과격한 성범죄가 늘어나는 것들이 한 예가 되겠네..

 

   시대에 따른 변화상을 설명할 수 있는 또 다른 예로 일부 다처제를 들 수 있겠는데, 가령 초창기에는 전쟁이나 다른 이유들로 남성가족을 잃은 여성을 책임지고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었는데, 이라크나 팔레스타인 등의 특정 지역을 제외하곤 수명도 길어지고, 분쟁도 거의 없어진 오늘날의 일부 다처제는 예전처럼 일반적인 것이 아니라 아주 능력 있는 소수에게만 해당되는 얘기야. 대부분의 젊은 사람들은 결혼 지참금이 없어서 일부다처는 고사하고 한 명과 결혼하는 것도 힘들어 해... 지참금의 액수는 그야말로 천차만별인데... 가령 예를 들자면, 예전 사우디에 있었을 때 친하게 지냈던 사우디 할아버지로 부터 받았던 제안이 우리 돈 3 5백만원 정도였어... 그 할아버지 왈, "3 5백만원 정도 준비해서 나한테 줄 수 있으면 괜찮은 사우디 여자 소개시켜 줄테니 사우디에 말뚝 박고 같이 사는 건 어때?"가 제안이었거든... 결국 거절했지만, 문제는 3 5백이란 금액이 우리가 체감하는 것보다 아랍 사람들에겐 더 큰 액수라는 거야... 그렇다 보니 돈 모으느라 결혼 적령기를 놓친 남성과 적령기의 여성이 결혼을 하게 되는, 나이차 많은 부부들이 생기게 되는 거고 말이지...

 

   이러한 전제들이나 상황을 무시하고 이슬람을 본다면 비난할 것 투성이로만 보일껄?

 

   문화는 상대적이기 때문에, 내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나 기준이 절대적이다라는 우월감을 갖고 평가하려 들면 진짜로 위험해... 각각 문화마다 그 배경이 다 다른데 하나의 잣대로 평가할 수 있겠니? 다른 문화를 볼 때, 남들이 얘기하는 대로 "내 기준으로 볼 때 이런 문화는 야만적이야.."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이 문화는 이런 특성을 갖고 있는 거구나..."라고 생각해줬으면 좋겠어... 그 배경지식을 깔고 이런저런 점이 문제다라고 비판하는 것과 배경지식 없이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건 분명 다른 거니까 말이지...

 

   "알고 있던 모습과 새로 알게 된 그 이면의 모습을 잘 버무려서 어떤 사물이나 관점, 문화를 판단하는 것." 그러한 시야를 갖출 수 있게 된다면, 앞으로 살아가는 데도 큰 도움이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