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 정권이 몰락한 후 분열상을 보이며 위태롭기만 한 이라크가 아시안컵에서 자국 역사상 최초로 우승하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지난 달 우리나라 국가 대표팀과의 경기에서 0대 3으로 일방적인 패배한 모습을 눈 앞에서 보았기에 이번의 우승을 이변으로 여길 분들도 상당히 많았을 겁니다...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평가전에서의 패배를 설욕하며, 그들에겐 그다지 좋게 보일리 없는 사우디를 물리치고 우승했기에 이라크인들에게 그 기쁨은 더 컸을 테구요... 그리고 예상되었던 사건, 자축기념 축포로 인한 사상자 발생, 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되풀이 되어 씁쓸한 뒷맛을 남겼습니다...
"이라크 축구팬들이 자국 축구대표팀의 아시안컵 우승을 자축하기 위해 발사한 총탄에 이라크인 7명이 죽고 50명이 다쳤다. 29일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사우디 아라비아와의 결승에서 1대 0으로 이긴 뒤 일부 팬들이 총을 공중으로 쏘아대면 승리를 자축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이라크 정부는 유탄에 맞아 숨진 사람이 최소 7명인 것으로 파악됐다며 부상자도 5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7월 30일자 신문 기사 중...)
왜 이들은 위험한 총으로 자축을 해야만 했을까요??? 우리 눈에는 말도 안되는 얘기지만, 그들에게는 평소 감춰두고 있던 감정을 일시에 폭발시키는 하나의 일상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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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랍-중동 지역은 독재국가들의 지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공화제니, 왕정제니 국명에도 허울좋은 이름을 앞세우고 있지만, 사실상 1개 가문, 군부, 혹은 그들만의 리그로 나눠먹는 독제 체제입니다...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이나 국왕이 세습되고 있고 그들을 위한 거수기일 뿐, 이를 견제할 만한 의회가 없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침없니 독재국가가 잘 유지되는 건 독재 정부의 대부분이 민주주의의 전도사를 자칭하는 미국과 매우매우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서든 아랍권을 분열시켜 이스라엘을 안전하게 만들려는 미국의 바램과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선 미국의 지원이 절실한 아랍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잘 맞아들어갔다고나 할까요... 이미 몰락한 후세인 이라크 정권의 예에서도 볼 수 있듯이, 한때 든든한 후원자로서 절친한 관계를 유지했어도 자신들에게 반항하면 어떤 결과를 보게 되는지를 2차례에 걸친 전쟁으로 확실하게 행동으로 보여주었기 때문에라도 민주주주의의 전도사 미국과 아랍 독재 정권들과의 끈끈한 밀월관계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듯 합니다...
그런 관계 때문에 기득권층과 일반 대중 간에는 미국에 대한 엄청난 괴리감이 공존합니다... 자신들의 잇속을 위해 미국을 따를 수 밖에 없는 기득권층과, 아랍의 결속력을 무너뜨린 원흉이자 부패한 자기네 기득권층을 오히려 보호해주는 미국에 대한 일반대중의 괴리감은 상당히 클 수 밖에요... 이런 반감은 그야말로 민주주의적인 선거에서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 혹은 미국과 대치하고 있는 세력이 압승을 거두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팔레스타인이 대표적인 예죠... 하지만 아이러니한 사실은 아랍의 독재정권들은 인정해 주면서도 너무나도 민주주의에 충실한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하마스를 이스라엘과 함께 자신들에 반하는 테러집단이라 비하하며 지원을 끊고 패배한 파타흐를 적극 지원하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팔레스타인을 양분하는데 성공했다는 것입니다...!!! 부패하고 무능했던 파타흐에 대한 반감을 가진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민의를 무시하고 말이죠...
이라크팀의 아시안컵 우승을 축하하는 모습에는 공권력도, 민간인도, 시아파도, 수니파도, 쿠르드족도 없었다고 한다... 통행금지를 한 정부의 방침과는 상관없이 거리에 뛰어나와 환호하고, 군인들이 앞장서서 허공에 축포도 쏘고..... 응??? (ⓒgettyimages멀티비츠/나비뉴스)
왜 정치 이야기를 길게 시작하느냐면, 과거 우리네 독재시절에 국민들을 우민화하기 위해 알게 모르게 군부가 감행했던 3S 정책을 얘기하기 위함입니다. 바로 Sex / Screen / Sports 이죠... 이 세가지가 제공하는 환상 속에 국민들을 몰입시킴으로써 현실의 어려움을 잊게 만드는 마약과 같은 존재...
가장 손쉽게 국민들을 우민화시킬 수 있지만, 3S와 같은 우민화 정책을 추진하고 싶은 같은 독재정권이라도, 아랍지역에선 이를 제대로 실행에 옮기기 힘듭니다... 3대 축 중 두가지인 Sex와 Screen을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다는 거죠... 외간 남녀 간의 뜨거운 사랑은 '명예살인'이 아직도 존재할 정도로 아랍권 최악의 범죄로 분류되고 있고, 영화는 몇몇 나라를 제외하면 소재의 제한이 많기 때문에 활성화되어 있질 않으니까요... 이집트처럼 활발하게 영화가 만들어지는 곳이 있는가 하면, 사우디처럼 아예 극장이란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외국인들의 유입이 많아지면서 극장들이 생겨나기는 합니다만...
그렇다 보니 독재정권들이 국민들을 다스리기 위해 내세우는 것이 오랫동안 믿어오고 있던 종교, 바로 이슬람입니다... 물론 율법적용에 있어서는 국가마다 그 강도는 다르지만요... 공동의 관심사를 가진 충성도 높은 집단,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는 종교의 정치적 속성과 신성시 했을 때 그 누구도 건드릴 성역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선 확실한 메리트가 있죠... 멀리 갈 것도 없이 독재국가를 비난하면서도 여전히 독재정치의 추억을 되새김질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도 이를 볼 수 있는 것처럼요... 국민이 뽑은 대통령과 정부에 대해서는 비판이라는 미명 하에 저주의 독설을 퍼붓던 자칭 "할 말을 하는 (실제로는 자기 잣대로 재단해서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언론들이, 이번 아프간 사태에 대해서는 하나같이 정부의 지침을 따르지 않고 무모한 행동을 한 개신교의 선교활동에 대해서는 미화하기에 급급한 것으로 모자라, 오히려 정부의 대응에 대해 나무라고 있는 황당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이슬람을 앞세워 국민들을 통치하고 있는 한, 쾌락에 대한 제한이 많은 이슬람의 특성상 국민들의 욕구와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공간이 극히 제한될 수 밖에 없습니다... 가장 큰 방법이 물담배와 샤이를 나누며 담화를 나누는 것 뿐.... (그래서 아랍어에서는 수사학이 발전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답니다... 한 얘기 또하고 또하면 자기들도 질릴테니까요...^^)
그런 상황에 TV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TV가 있는 집이나 카페에 모여앉아 다같이 스포츠 중계를 보고 같이 호흡하며 얘기를 나누는 것이 확실한 낙이 되었습니다... 스포츠의 각종 종목 중에서도 특히 축구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특별한 준비물이 없어도 골대 표기할 깡통과 공만 있으면 다같이 어울릴 수 있는 친근한 스포츠, 특유의 공격성 때문에 집단적인 카타르시스를 표출할 수 있는 최고의 스포츠로서 말이죠... (축구와 관련된 다른 에피소드는 제 블로그에서도 소개된 바 있으니 참조하세요...^^) 오히려 올림픽 같은 국제 대회에서 가끔이라도 메달을 따오는 종목은 태권도긴 하지만, 종목의 특성상 축구와 같은 불같은 성원을 받기가 쉽진 않죠...
음주가무를 비롯하여 상상이상의 다양한 욕망의 분출구가 있는 우리와 달리, 종교로 인해 감정을 절제받고, 감정표출을 제한할 수 밖에 없는 그들의 현실 때문에 사람들 사이에서 평소 쌓여있고 억눌렸던 감정들이 축구경기, 특히 중요한 경기에서 승패가 갈렸을 때 밖으로 드러나게 됩니다... 그렇기에 축구 시합이 끝난 후 굉음을 내며 도로를 질주하거나, 미친듯이 거리를 뛰어다니는 사람들의 무리와 허공에 총을 발사하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죠... (졌을 때는 치우기도 곤란하게 날계란을 던지기도 한다고 합니다만...) 정부에서도 자신들에게 반감을 갖는 국민정서가 쌓이면 쌓일수록 언젠가는 터지고 만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통제를 한다고 하면서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르단 암만 다운타운에서 라마단 종료를 알리기 위한 축포를 쏘기 위해 대포를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다... 라마단 종료시기는 달의 움직임에 따라 하루이틀 유동적이라는 게 안습...^^
허공을 향해 축포를 발사해 자축하는 그들의 모습은 비단 축구 경기 외에도 여러 곳에서 나타납니다... 라마단이 끝났음을 알리는 기념축포 (대포죠... 위 사진 참조!), 결혼식장에서, 그리고 대학교 입학시험에 합격했을 경우 (특히, 교육열이 높은 요르단 같은 곳이 심합니다.. 교육열이 그리 높지 않은 대부분의 아랍국가에선 보기 힘들죠...^^ 그렇게 힘들게 들어가도 졸업할 때는 암울하다고 합니다만...) 등등에서도 볼 수 있죠...
아무리 허공에 총을 쏜다지만 유탄의 방향은 누구도 알 수 없기에 예상치 못한 인명사고를 동반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번에 그랬던 것처럼요... 심지어는 그 유탄에 결혼식 중이던 신랑, 신부, 혹은 그들의 가족이나 하객이, 합격을 축하하던 식구들 중에 누군가가 안타깝게도 목숨을 잃거나 다치게 되는 사건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게되죠... 상식적으로는 납득이 안가지만, 기쁨을 표출하기 위해 이런 방법을 쓰는 그들의 처지가 안쓰러울 때가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9년전인 1998년 요르단 어학연수 시절에 보았던 뉴스의 한 토막을 소개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짓고자 합니다... 바로 이런 일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심층보도(?) 꼭지가 있었거든요...
(결혼식에서 자축하는 축포를 쏘는 등 총알이 날라다니는 와중에 기뻐하는 하객들의 모습을 배경으로...)
리포터: 정부에서 자제하라는 데도 왜 이렇게 위험한 축포를 쏘십니까?
하 객: 우리도 위험하다는 건 알긴 아는데... (이런 방법 말고)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거 잘 알지 않습니까?
리포터: ....... (뒤에서 계속 들리는 총소리에 움찔하며...) 이상 요르단 TV 리포터 ~~~~ 였습니다....
그리고 9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건 없습니다... 전체적으로 상황이 더 안 좋아졌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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