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 21일 오후 8시 (한국 시간 22일 새벽 2시) 사우디 리야드에서는 특별한 의미의 친선 축구시합이 열립니다. 사우디 왕자가 제공하는 왕복 전세기편에 1경기를 위한 5일간의 체류기간 동안 초청비만 100만 파운드라는 거액의 초청비로 인해 테러 위험에도 불구하고 앵벌이에 나섰다는 비난과 함께 시즌 도중 리야드행을 택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사우디를 대표하는 명문 구단 알 힐랄 간의 친선시합이 그것입니다. 시즌 말도 아니고 시즌과 챔피언스 리그, FA컵 등 중요한 경기 일정을 줄줄이 앞에 두고 박싱데이의 험난한 스케줄을 소화한 후 취할 수 있는 달콤한 휴식을 제쳐두고 아무리 따뜻한 기후에서 몸을 푼다고는 하지만 사우디 리야드로의 원정경기를 택한 맨유의 결정은 구단 주위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비난을 감수하고 리야드로 간 맨유와 붙게 될 알 힐랄 구단과 이번 친선경기의 목적이기도 한 사미 알 자베르 선수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해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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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힐랄의 로고
명 칭: Al Hilal (아랍어로 초승달이라는 의미)
정식명칭: Saudi Arabian al Hilal - الهلال السعودي
애 칭: Al-Zaeem (الزعيم), The Blue Wave(الموج الأزرق)
설립년도: 1957
홈 구 장: King Fahd Stadium, Riyadh, Saudi Arabia
수용인원: 80,000명
단 장: Mohammad Bin Faisal
감 독: Cosmin Olăroiu
소속리그: Saudi Premier League (2007/2008 시즌: 현재 2위)
홈페이지: http://www.alhilal.com/
알 힐랄의 옛 로고
Al-Hilal (الهلال) 은 사우디 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사우디 프리미어리그 소속 프로축구 클럽으로, 1957년 팀 창단 이후 사우디 팀들 중 45개의 각종 우승컵을 비롯한 가장 많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팀입니다. 팀 창설 당시의 팀명은 알 힐랄이 아닌 올림픽 클럽이란 다소 쌩뚱맞은 이름이었습니다. 하지만 다음해 앗 샤밥 (Al-Shabab), 아르 리야드 (Al-Riyadh), 알 카우카브 (Al-Kawkab) 팀들간의 토너먼트를 관전한 고 사우드 국왕으로부터의 법령이 발표되면서 현재의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Al-Hilal 구단은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전국적으로 가장 널리 지지를 얻고 있는 구단으로도 인기가 높습니다.
알 힐랄의 공식 홈페이지 메인화면. 영국의 첼시, 한국의 수원 블루윙즈처럼 팀 컬러는 블루다.
팀의 대표적인 애칭이기도 한 Al -Zaeem은 아랍어로 지도자들을 의미하며, 46개 이상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사우디 아라비아의 최고의 팀이라는 사실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팀의 공식 홈페이지 이름도 Al Shabak Al Zaeem (앗 샤바캇 자임/ 우리말로 "지도자들의 네트워크"라는 뜻임)
(관중석의 대부분을 가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천지붕으로 유명한 알 힐랄의 홈구장 킹 파하드 인터내셔날 스타디움)
알 힐랄 구단의 홈구장은 리야드 북동쪽에 위치한 킹 파하드 인터내셔날 스타디움 (King Fahd International Stadium)으로 리야드를 본거지로 하고 있는 앗 샤밥팀과 공유해서 사용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상암 월드컵 경기장처럼 사우디를 대표하는 경기장입니다. (우리로 치면 잠실 야구장을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가 함께 쓰고 있는 것처럼요...) 1987년에 완공된 이 경기장은 축구와 육상 경기에 사용되고 있는 다목적 경기장입니다. 약 8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 경기장에서 주목할 부분은 바로 경기장 지붕에 있습니다. 건조한 사막 기후를 지닌 리야드의 특성을 고려하여 설계된 이 경기장을 덮은 천 지붕은 대부분의 관중에게 그늘을 제공할 수 있는 우산형으로 활짝 펴진 외경 247m, 약 47,000m2라는 엄청난 면적을 자랑하기 때문입니다.
알 힐랄 구단 역사상 유명한 선수는 1992년 첫 발탁되어 2006년 독일 월드컵 때까지 아시아 선수 중 최다 A매치 출전 기록인 163경기 (44골) 출전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운 후 2007년 11월 선수생활 은퇴를 선언한 사우디 국가대표팀의 현존하는 레전드인 사미 알 자베르 (Sami Al-Jaber)와 환상적인 드리블링으로 많은 수비수들을 경악시켰던 우스프 앗 쑤나얀 (Yousuf Al-Thunayan)입니다. 그리고 알 힐랄을 거쳐간 외국인 선수 중에는 과거 1978년에서 1981년까지 1970년 월드컵 우승 멤버이자, 펠레 은퇴 후 대표팀을 이끌며 70년대 월드컵에서 브라질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74년 월드컵 4위, 78년 월드컵 3위) 선수 리베리노(Rivelino) 선수가 있었습니다.
이 중 이번 친선경기를 갖게 만든 주역인 사미 알 자베르 선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사우디 국대와 알 힐랄 구단의 전설적인 스트라이커 사미 알 자베르 선수
그는 데뷔한 1988년 부터 은퇴한 2007년까지 설기현 선수도 뛰었던 Wolverhampton Wanderers F.C.로 5개월 간 임대되어 영국에 진출했던 단 한 시즌 (2000/2001 시즌)을 제외하고는 줄곧 알 힐랄에서만 주전 스트라이커로 활약했습니다. 참고로 그의 울버햄프턴 임대 이적은 영국 축구리그에 진출한 첫번째 사우디 선수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4경기에 출전해서 단 1골도 득점을 올리지 못했습니다만...)
15세부터 화려하게 주목을 받은 그는 1994년, 1998년, 2002년, 2006년 월드컵 대회에 4연속 국가대표 선수로 출전하였으며, 2006년 독일 월드컵 튀니지와의 예선 1차전에 교체선수로 출전하여 2분 만에 올린 첫 골로 그는 3개의 다른 월드컵 대회에서 골을 넣은 첫번째 아시아 선수이자 12년간 다수의 득점을 올린 다섯번째 선수로 월드컵 역사에도 기록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이 기록을 갖고 있던 기존의 선수들은 우베 실러 (Uwe Seeler/ 독일), 펠레 (Pele/ 브라질), 마라도나 (Maradona/ 아르헨티나), 미카엘 라우드럽 (Michael Laudrup/ 덴마크) 선수 등 각국 대표의 레전드들이었으며, 알 자베르가 골을 기록한 6일 뒤에 지난 시즌 맨유로의 깜짝 단기 임대로 큰 활약을 펼쳤던 헨릭 라르손 (Henrik Larsson/ 스웨덴) 선수가 골을 기록하여 여섯번째 선수가 되었을 정도니 어떤 의미가 있는 기록인지 새삼 아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사우디 도착 후 기념 촬영을 한 맨유 선수단
사우디 축구역사에 오래도록 기억될 그의 전설적인 활약을 기념하고자 소속 구단인 알 힐랄과 사우디 왕자 압둘라 빈 무사아드 빈 압둘 아지즈 앗 사우드 (Abdullah bin Mosaad bin Abdulaziz al-Saud)는 국대와 구단의 레전드였던 그의 은퇴를 기념하기 위해 100만 파운드 (약 18억 3000만원)라는 거액의 초청비와 왕자의 왕복 전세기편을 제공하며 현재 시즌 중인 프리미어리그 1위 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5일간 (2008년 1월 20일~24일) 리야드로 불러 친선경기를 요청하여 화제를 불러모으기에 이르렀습니다... 시차와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로 초청을 거부한 다른 유명 클럽팀들과 달리 맨유는 사우디행을 택했습니다. 뭐... 시즌 후에 초청하면야 맨유가 욕먹을 일은 없겠지만, 시즌이 끝난 6~7월 경 리야드가 50~60도를 넘나드는 뜨거운 날씨임을 감안한다면, 어차피 갈 생각이라면 그나마 따뜻한 지금 가는게 좋겠죠...
이번 경기를 소개하는 현지 기사를 보면 양대 아시아인 중동을 대표하는 사미 알-자베르 선수와 극동 아시아를 대표하는 박지성 선수와의 대결을 주목하더군요. 아랍 축구장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한국 국가 대표팀이나 올림픽 대표팀이 중동에서 원정경기를 할 때 보여주는 을씨년스럴 정도로 썰렁한 경기장일텐데요... 이미 6만장 이상의 티켓이 팔린 상태라고 하니 맨유와의 시합에 대한 사우디인들(을 비롯한 외국인들)의 관심이 어느 정도일지 상상이 갈 듯 합니다...
체력안배 차원에서 출전선수 명단에 올린 19명의 선수 중 웨스 브라운을 제외한 18명의 선수를 경기에 출전시킨 맨유와 알 힐랄 간의 친선경기는 5골을 주고받은 공방전 끝에 결국 후반 28분에 터진 바데르 알 카라시 선수의 환상적인 오버헤드킥으로 알 힐랄이 3대 2의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이번 친선경기의 주인공인 사미 알 자베르 선수는 전반 39분 맨유의 주장 리오 퍼디난드로부터 페널티킥을 얻어내고 직접 골을 넣음으로써 자신의 은퇴경기를 자축했습니다.
맨유와의 친선 경기로 시작한 알 힐랄과 한국인 프리미어리거의 인연은 이것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맨유와의 친선 경기에 이어 2009년 1월에는 풀럼에서 뛰던 설기현 선수가 6개월간 임대이적해 활약한 후 풀럼으로 복귀했고, 2009년 7월에는 토트넘에 이어 독일에서 뛰던 이영표 선수도 알 힐랄로 1년 연장 가능한 1년 계약을 맺었으니까 말이죠.
(이영표 선수와의 계약확정을 발표한 알 힐랄의 공식 홈페이지)
이천수 선수의 알 나스르 이적이 확정되면 사우디 리야드에서 한국인 선수들간의 경기를 볼 수 있겠네요. 사우디인들에겐 리야드 더비이자, 양 구단의 스폰서를 맡고 있는 양대 통신업체들간의 대결- 알 나스르 (STC) / 알 힐랄 (모바일리)- 이 더 주목을 받겠지만요.
알 힐랄의 주요 우승 경력은 아래와 같습니다. 밑의 경력을 보면 아시겠지만, 사우디 국내에서는 막강한 전력을 과시하고 있지만, 사우디 밖 클럽 대항전 등에서는 사우디에서만큼의 전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
사우디 프리미어 리그 (Saudi Premier League)
- 우 승: 10회 (1977, 1979, 1985, 1986, 1988, 1990, 1996, 1998, 2002, 2005)
- 준우승: 10회 (1976, 1980, 1981, 1983, 1987, 1993, 1995, 1997, 2006, 2007)
사우디 국왕 컵 (Saudi King's cup)
- 우 승: 6회 (1961, 1964, 1980, 1982, 1984, 1989)
- 준우승: 6회 (1963, 1968, 1977, 1981, 1985, 1987)
사우디 왕세자 컵 (Crown Prince Cup)
- 우 승: 6회 (1964, 1995, 2000, 2003, 2005, 2006)
- 준우승: 1회 (1998)
사우디 연맹 컵 (Saudi Federation cup)
- 우 승: 7회 (1987, 1990, 1993, 1996, 2000, 2005, 2006)
- 준우승: 3회(1986, 2002, 2003)
AFC 챔피언스 리그 (AFC Champions League)
- 우 승: 2회 (1992, 2000)
- 준우승: 2회(1987, 1988)
아시안 컵 위너스 컵 (Asian Cup Winners Cup)
- 우 승: 2회 (1997, 2002)
아시안 슈퍼 컵 (Asian Super Cup)
- 우 승: 2회 (1997, 2000)
- 준우승: 1회 (2002)
아랍 챔피언스 리그 (Arab Champions League)
- 우 승: 2회 (1994, 1995)
- 준우승: 1회 (1989)
아랍 컵 위너스 컵 (Arab Cup Winners Cup)
- 우 승: 1회 (2001)
아랍 슈퍼 컵 (Arab Super Cup)
- 우 승: 2회 (1997, 2002)
- 준우승: 2회 (1993, 1996)
사우디-이집트 슈퍼 컵 (Saudi-Egyptian Super Cup)
- 우승: 1회
킹 오브 사우디 아라비아 컵 (King of Saudi Arabia Cup)
- 우승: 1회 (2001)
걸프 클럽 챔피언스 컵 (Gulf Club Champions Cup)
- 우 승: 2회 (1986, 1998)
- 준우승: 3회(1987, 199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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