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C/사우디

[운전] 신호위반하면 무조건 영창행? 사우디의 면허취소 삼진아웃 제도

둘뱅 2008. 10. 20. 03:23

 

(도로를 달리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은 것 중 하나는 사우디인들의 난폭한 운전습관입니다. 한국에서는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고 얘기하는 것처럼, 이 곳에서는 먼저 차머리를 들이대는 사람이 우선이거든요. 역주행은 기본이요, 반대편 차선으로 추월하기, 좁은 길에서도 미친듯이 요란하게 악셀레이터 밟기, 아무데서나 휙휙 유턴하고 방향 꺾기 등등... 그렇다보니 이 곳에서의 교통사고라 함은 자잘한 접촉사고가 아닌 대형사고인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사우디의 신호위반 삼진아웃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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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들어왔던 6년 전쯤 사우디 교통체계에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바로 리야드의 주요 교차로에 교통감시 카메라를 설치하기로 한 것입니다. 나날이 심해지는 신호위반과 교통질서 위반을 바로잡기 위한 정부 방침의 시작이었죠. 리야드의 주요 교차로 4~5곳에 교통감시 카메라를 사우디 최초로 설치하니 운전 조심하라는 신문기사를 봤던 기억이 납니다. 이 기사를 본 기억이 나는 이유는 기사 속에서 교통감시 카메라를 설치할 지역을 같이 알려줬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알려주면 뭐하자는 거지? 이런 생각을 했었으니까요.)

 

사이드 미러 망가지는 건 전혀 개의치 않는 이집트나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비교적 얌전하지만 그래도 난폭한 사우디인들의 운전습관으로 인해 각종 교통위반 벌금 중에 가장 쎈 것이 바로 신호위반입니다. 워낙 단순한 직선도로가 많고, 강렬한 햇별을 감안하면 비교적 잘 닦여진 도로 탓에 아우토반을 방불케하는 빠른 속도로 다니는 운전자들도 많고 사거리 등에서는 원형 교차로가 많아 가뜩이나 사고 위험이 높은 도로 환경 때문에, 신호위반에 대한 처벌은 나날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안전벨트 미착용이나 무면허 운전, 정비 불량 등으로 인한 100~300리얄 (1리얄은 약 330. 달러를 거쳐 환전되기 때문에 요즘은 300~370원 사이에서 수시로 변함)의 벌금은 신호위반으로 걸렸을 때의 처벌에 비하면 약과입니다.

 

사우디 내 신호위반 처벌의 가장 큰 특징은 위의 위반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벌금과 함께 구류형에 처한다는 것입니다. 일단 벌금도 벌금이지만 일단 구치소에 넣고 보는 거죠! 사우디의 교통신호위반에 대한 삼진아웃 제도는 아래와 같습니다.

 

1회 적발 시: 1,200리얄 (330원 기준 시 약 396,000) + 24시간 구류

2회 적발 시: 3,000리얄 (330원 기준 시 약 990,000) + 48시간 구류

3회 적발 시: 운전면허 취소 및 재취득 불가

면허취소 후 운전 중 적발 시: 외국인은 강제 추방, 사우디인은???

(벌금은 10월부터인가 인상되었다더군요. 인상 전 벌금은 1회 적발 시 900리얄)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처벌이 얼마나 관대한지 새삼 알게 됩니다. 벌금 납부쯤이야 돈으로 떼우고 남을 사람들을 위해 - 물론 벌금액수가 적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에겐 1회 적발 시의 벌금도 자신들의 한 달 급여를 상회하니까요. - 신체 구류라는 추가 처벌까지 가하는 센스야 말로 엄청 살벌하긴 합니다, 벌금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유치장에 들어가 있는 게 싫어서라도 몸을 사리게 될 수 밖에 없겠지요. 하지만 이런 살벌한 처벌도 근본적으로 그릇된 운전습관을 고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첫째는 구석구석까지 교통경찰을 배치하거나 카메라를 두기에는 사우디가 워낙 넓다는 겁니다. 교통신호위반 단속하겠다고 무한정으로 배치할 수도 없고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으니, 이들이 배치된 곳을 피해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야 무슨 짓을 해도 괜찮을 수 밖에 없으니까요. 교통감시 카메라가 그나마 잘 배치된 대도시들과 달리 이곳 카미스, 아브하 같은 변방의 도시들까지 제대로 설치하는 덴 아무래도 시간도, 돈도 필요하니까요. 교통감시 카메라 대신 과속을 잡아내는 센서를 설치했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 실효가 있는지는 모르죠 머...

 

둘째는 운전을 시작하는 나이가 너무 이르다는데 있습니다. 사우디 교통법 상에서는 18세 이상이 되어야 운전면허를 취득할 자격이 주어지지만, 실제로 도로에서 보면 그 보다 더 어린 아이들, 10대 초반 아이들이 운전하고 다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응시자격 자체가 주어지지 않을 나이니 당연히 무면허 운전이죠. 이 아이들은 어떻게 운전을 배웠고,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이 아이들의 운전 선생님은 바로 자신의 아버지입니다. 간혹 운전석에 자신의 아이를 앞에 태우고 운전하는 사우디인들을 볼 수 있는데, 어린 아들에게 운전을 가르치는 이유는 자신이 자리를 비웠을 때 긴급한 상황이 터지면 차를 몰고 나갈 사람이 아들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대중교통 자체가 크게 발달할 수 없는 사우디에서 차가 없으면 움직이기 힘들 거든요. 그러니 아버지는 어려서부터 아들들에게 비상시를 대비한 운전을 가르칠 수 밖에 없고, 운전하는 방법은 가르쳐줘도 예절에 대해서는 가르치지 않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잘못 길들여진 습관이 고쳐지기 힘든 탓이 큽니다. 그저 다른 운전사에 대한 배려 없이 내가 갈 길만 빨리 가면 되는 줄 아니까요.

 

근본적으로 고치기 힘든 운전습관과 이를 바로잡기 위해 부과하는 과도한 처벌체계가 공존하는 사우디. 이렇게 해서라도 난폭한 자국인들의 운전습관을 고쳐보려고 하는 정부의 의지가 원하는 만큼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