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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SPL] 이영표-이천수 맞대결 무산, 알 힐랄 무패질주 종료!

둘뱅 2010. 1. 1. 03:12

떠들썩했던 사우디로의 이적 이후 국내 언론에선 외면받다시피 한 이천수의 소식이 골닷컴 아랍발 기사를 통해 스포츠지면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평소에는 뭐하는지 관심도 없다가 방출 리스트에 올랐다하니 언제 무관심했냐는 듯 기사들이 넘쳐나더군요. 그 기사가 나온 시점도 절묘했습니다. 탐은 나즈란전에서 간만에 승리했지만 이천수 개인으로는 경기 중 부상으로 전반 25분만에 교체되어 나갔고, 그 다음 경기에서는 지난 1차전에 이어 알 샤밥에게 3:2로 패한 후 시즌 무패를 달리고 있는 알 힐랄과의 리야드 더비를 앞두고 나온 소식이었으니까요.

 

많은 기대를 걸었던 팀공격진 전체의 부진과 함께 무재배가 익숙해진 팀의 분위기 쇄신을 위해 꺼내든 카드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갑작스런 소식이었죠. 언제나 문제가 되어왔던 사생활 문제도 없었던 듯 하고, 수치적인 기록이 좋지 않았을 뿐 플레이 자체로는 준수한 플레이를 펼쳐왔으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성적 부진을 물고 책임을 추궁한다면 안타깝게도 1순위로 꼽힐 상황이니까요. (3골만 더 넣었어도!!!!)

 

이런 상황에서 오늘 열렸던 사우디 리그 15주차의 첫 경기이자 올해의 마지막 경기인 알 나스르와 알 힐랄의 리야드 더비가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경기전 양팀의 분위기로만 놓고 보면 알 힐랄에게 유리한 상황이었습니다. 알 힐랄은 시즌 무패를 거두며 승승장구하고 있었고, 알 나스르는 승무패를 오가는 기복이 심한 플레이를 펼쳐왔으니까요.

 

알 나스르가 승기를 잡으면 알 힐랄이 동점을 만들며 2대 2로 비겼던 지난 리야드 더비에서도 마찬가지로 양팀의 현재 상황과는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이 더비전이죠. 오늘도 그러한 법칙이 예외없게 적용되면서 정말 뜻밖의 결과로 끝나고야 말았습니다. 한국 선수로만 한정 짓는다면 지난 더비전에서는 서로 경합을 벌였던 두 선수였지만, 방출설이 나오고 있는 이천수가 결장하면서 이영표 선수 홀로 풀타임을 뛰었습니다.

 

 

경기는 시작부터 알 나스르의 강공모드로 시작되었습니다. 알 나스르의 강공은 경기 초반부터 결실을 맺게 되었습니다. 전반 7분 파울을 얻은 알 나스르의 주장 후세인 압둘 가니 술라이마니가 센터라인 부근에서 올린 롱 프리킥으로 날린 공이 수비진과 골키퍼의 중간 사각지대에 떨어진 것을 달려들던 압둘라 알 까미 선수가 발을 툭 대어 골로 연결시키키며 1대 0으로 앞서게 되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초반 알 나스르 선제골 이후 동점골을 노리는 알 힐랄의 공세 속에 알 나스르가 종종 역습을 하는 형태로 경기가 진행되었습니다. 알 나스르가 선제골을 넣으면 알 힐랄이 따라잡아 2대 2로 끝났던 지난 1차전과 같은 패턴으로 진행되는가 싶었지만, 예상외로 알 나스르의 수비진이 알 힐랄의 막강한 공세를 잘 막아내며 경기를 리드해 갔습니다. 그러던 후반 25분 측면돌파를 감행하던 아흐메드 압바스의 크로스가 공격수인 무함마드 알 사흘라위 선수의 헤딩슛으로 이어나가면서 2대 0으로 달아납니다. 이영표가 몸을 날려 슛을 저지하려고 했지만, 타이밍이 늦었던 터라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슛 장면에서 이영표와 겹쳐 넘어지는 혼전 속에 골을 성공시킨 무함마드 알 사흘라위가 부상을 당하면서 바로 교체되었습니다. 팀의 승리에 쇄기를 박는 결승골을 넣고도 고통을 호소하며 세레모니도 못했거든요.

 

 

 

(동영상 끝부분에 주먹을 불끈쥐면서 클로즈업된 인물이 성적 조급증에 이천수 방출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알 나스르 구단주 파이살 븐 투르키 븐 낫세르 왕자)

 

 

 

이 결승골 이후 양 관중석은 전혀 상반된 분위기를 보여주더군요... 승리를 확정이라도 지은듯 환호작약하는 알 나스르의 팬들과 시즌 무패기록이 하필 라이벌 알 나스르에게 저지당하게 된 것을 지켜보며 침묵으로 일관하는 알 힐랄 팬들의 모습이 교차되면서 말이죠.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경기장을 떠나는 알 힐랄 팬들이 늘어났던데다 추가 5분이 주어지고 막바지로 갈 무렵 전승 우승의 꿈이 깨진데 실망한 알 힐랄의 구단주 압둘라흐만 븐 무사이드 알 사우드는 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뜰 정도였으니까요.

 

시즌 시작 후 지금까지 한 골도 못 넣고 끝난 경기가 한번도 없었을 정도로 (무승부 2번은 전부 다 2대 2 무승부) 막강한 공격력을 보여주던 알 힐랄에게 시즌 첫 패이자 영패로 기록될 뻔한 경기가 경기종료 직전 얻어낸 페널티킥을 무함마드 알 샬흐브가 성공시키면서 2대 1로 마무리되면서 영패는 면하게 되었습니다.

 

 

(경기종료 직전 페널티킥, 그리고 경기종료 후 분위기. 알 나스르의 분위기는 리그 우승이라도 한 듯한 분위기다)

 

 

이천수 방출설이 자극제가 되었는지 많은 이들이 예상치 못했던 승리로 알 나스르는 몇 주동안 지켜왔던 리그 7위 자리에서 벗어나 5위에 올랐습니다. 물론 내일 있을 다른 15주차 경기 결과에 따라서 그 자리를 유지할 수도, 떨어질 수도 있지만요. 알 나스르는 14경기 40골의 막강한 공격력을 자랑하는 알 힐랄의 공격수들을 무력화시키고 차례로 교체아웃시켜가며 알 힐랄을 이긴 분위기로 꾸준하게 페이스를 이어나갈 수 있다면 한 3~4위 정도로 시즌을 마감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아직 3경기를 덜 치루기는 했지만 남은 경기 전승을 한다고 치더라도 알 힐랄과 알 샤밥이 차지하고 있는 1~2위는 이미 넘사벽이 되었거든요.

 

반면 경기종료 전 경기장을 빠져나가 경기후 늘 있는 구단주 인터뷰마저 취소할 정도로 (경기 중계 후 끝내기에 급급한 우리네 방송과 달리 주요 선수, 구단주 인터뷰가 계속 이어집니다. 심지어는 라커룸까지 쫓아가서 인터뷰를 따내죠.) 14경기 무패 기록이 하필 알 나스르에 의해 깨지게 된 알 힐랄이지만, 이 충격적인 패배의 여파는 곧 추스릴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막강한 공격력과 수준급의 수비력이 잘 어우러진, 워낙 팀 밸런스가 좋은 팀이니 말이죠.

 

부상이던 방출이던 이천수가 알 나스르에 더 있진 못할 상황이 되어가고 있기에 사우디 리그 내 다른 팀으로 이적하지 않는 한 사우디에서 두 선수가 맞붙는 모습은 보기 힘들어질 것 같네요. (이쪽 리그 진출에 관심많은 에이전트들이 있는 것도 사실인지라...) 소문처럼 다른 선수가 이적해 온다면 다른 대결이 기다리고 있겠지만요.

 

1월 1일에 있을 남은 15주차 경기들 중 가장 기대를 모으는 시합은 리그 4위팀인 알 아흘리와 2위팀인 알 샤밥의 시합입니다. 상위권 팀들의 시합이기도 하지만, 포항에서 급이적한 파리아스 감독의 리그 데뷔전이 될테니 말이죠. 사우디 리그에서도 파리아스 매직은 계속 될까요~?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알 나스르 팬들의 분위기는 축제분위기다... 당연!!!! 라이벌이자 무패의 선두 알 힐랄을 물리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