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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SPL] 이천수 후반 교체 출전, 시즌 첫 2연승 알 까디시야-알 나스르전

둘뱅 2010. 1. 7. 05:39

작년 연말 (그래봤자 1주 전이지만...) 알 나스르의 분위기는 극과 극을 달렸습니다.

현재 리그 2위를 달리고 있는 알 샤밥에게 2전 전패를 당하면서 (이번 시즌 무재배 전문 알 나스르가 무승부 조차도 거두지 못한 유일한 팀이죠.) 갑작스레 그 전 경기인 알 잇티파끄전에서 전반 25분 만에 부상으로 교체아웃당한 이천수의 방출설이 나왔을 정도로 분위기는 어수선했으니까요. 그것도 하필 이번 시즌 무패질주를 달리고 있는 알 힐랄과의 리야드 더비를 앞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갑작스런 방출설이 선수들에게 자극을 주었는지 작년 말일에 열린 알 힐랄과의 리야드 더비에서 옐로우 카드 7장 (경고 누적으로 퇴장 1명)을 받아가며 열심히 뛴 끝에 알 힐랄의 무패질주를 저지하며 2대 1의 승리를 거두고 2009년을 마무리했습니다.

 

그리고 2010년의 첫 경기인 오늘 16주차 경기는 알 락카의 프린스 사우드 빈 잘라위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알 까디시야 원정경기였습니다. 지난 전반기 홈경기에서 3대 0으로 이기면서 시즌 첫 승을 안겨줬던 팀이기에 비교적 무난할 것으로 예상되던 시합이었습니다. 경기를 처음부터 보지 못했기에 방출설이 나왔던 이천수가 후보로 나왔는지도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팽팽하던 경기는 전반 24분 알 나스르의 주전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는 무함마드 알 사흘라위의 무릎팍에서 터진 선제골로 1대 0으로 앞서 나갔습니다. 센터에어리어까지 돌파한 우측에서 피게로아가 날린 크로스가 무함마드 알 사흘라위에게 연결되면서 골이 되었습니다. 지난 알 힐랄 전에서 승리에 쐐기에 박는 결승골을 터뜨리는 과정에서 이영표 선수와 충돌하면서 골 세레모니도 못하고 바로 교체아웃되었기에 큰 부상이 아닐까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이를 불식시키기라도 하듯 골을 성공시켰더군요. 골장면에서 여러 모습을 보여주는 와중에 벤치에서 낯익은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천수가 원정경기에 후보로 벤치에 앉아있더군요.      

 

기대 이하의 성적- 시즌 시작 전엔 화끈했던 공격력이 리그에선 제 역할을 못해-에 만족하지 못한 구단주의 조급증 때문에 전력외 선수로 분류되어 방출리스트에 올렸다는 기사가 있었던 것이 지난 주였죠. 이번 원정경기 합류가 지난 방출설이 단순한 설로 끝날지 아니면 이적시장에서 유리한 카드로 만들기 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요. 사실 지금 당장 다른 선수를 영입한다고 해도 시점이 애매한 것이 이번 시즌은 3월 18일이면 끝나거든요. 그렇게 보면 시즌 후에 이적시킬 수도 있겠네요.

 

 

 

[알 까디시야 0-1 알 나스르] 무함마드 알 사흘라위의 선제골!

(중간에 벤치에서 앉아있다 일어나는 이천수의 모습이 보인다. 지난 알 잇티파끄전에서의 교체 아웃 이후 오랜만에 카메라에 잡혔다.)

 

 

무함마드 알 사흘라위의 선제골 이후에도 경기는 특정한 팀의 일방적인 우세가 없는 대등한 경기를 펼치면서 리드한채 전반전을 마칩니다.

 

팽팽하게 진행되던 경기는 후반 7분 무함마드 알 사흘라위의 헤딩 결승골이 터지면서 확실한 승기를 잡습니다. 주장 후세인 술라이마니의 프리킥이 무함마드 알 사훌라위의 머리에 연결되면서 골이 터졌죠. 사실 무함마드 알 사흘라위는 알 까디시야가 키운 선수입니다. 2003년부터 알 까디시야 유스에서 성장했고, 2005년엔 사우디 청소년 국대에 선발되기도 하였으며, 2007년에 1군에 승격하여 임대 생활도 거치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850만 달러에 알 나스르로 완전 이적했거든요. 지난 1차전에선 친정팀을 상대로 골을 넣진 못했었는데, 이번 2차전에선 친정팀을 상대로 멀티골을 성공시키며 리그 득점 순위 5위권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1위는 11골을 터뜨린 알 힐랄의 무함마드 알 샬후브)

 

 

 

[알 까디시야 0-2 알 나스르] 무함마드 알 사흘라위의 헤딩 결승골! 

 

 

실력차가 있는 양 팀이기에 0대 2로 스코어가 벌어지자 알 나스르 팬들의 분위기는 승리라도 한듯 뜨겁게 달궈지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팀 같았으면 긴장의 끈을 놓칠 수가 없었을텐데 말이죠. 큰 긴장감 없는 경기가 계속 진행되던 중 후반 25분경 알 나스르 팬들의 관중석에서 갑작스레 뜨거운 함성이 터져나왔습니다. 뭔가 했더니 해설자가 벤치에 앉아있던 이천수가 교체를 위해 몸을 풀기 시작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후반 29분경 사아드 알 하르시와 교체되며 팀의 첫번째 교체선수로 경기장에 들어왔습니다. 

 

 

 

(알 잇티파끄전에서 교체아웃당한 후 세 경기만에 모습을 드러낸 이천수. 팬들의 분위기는 승리팀의 분위기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부상과 이런저런 소문으로 지난 12월 20일 이후 근 2주만에 피치 위에 선 이천수의 모습은 활기가 넘쳐보였습니다. 얼마나 힘이 넘쳤는지 들어오자마자 옐로우 카드를 받더군요. 프리킥 상황에서 골키퍼가 놓친 공을 노리고 달려들다 골키퍼의 겨드랑이와 가슴팍 사이를 살짝 찼거든요. 거기에 열받은 골키퍼가 이천수를 한대 치면서 두 선수는 사이좋게 엘로우 카드를 받았습니다. 

 

 

 

(이천수와 골기퍼 파하드 알 샤마리와의 충돌)

 

 

경고를 받은 후에도 좌우를 오가며 활발히 뛰었습니다만 양팀 모두 특별한 위기상황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알 나스르의 0대 2 승리로 시합을 마쳤습니다. 알 힐랄을 꺾었던 기세를 이어나간 알 나스르로서는 이번 시즌들어 첫 2연승을 거두었습니다. 오랜만의 연승인 탓인지 선수단의 분위기는 한결 나아진 분위기를 보였습니다. 성적에 대한 조급증으로 이천수를 방출 리스트에 올렸다고 알려진 파이살 빈 투르키 구단주도 만면에 웃음을 머금으며 선수들을 포옹하면서 격려하더군요. 물론 이천수와도 사이좋게 포옹하면서 말이죠.

 

오랜기간의 무승부로 리그 중위권인 7위 자리를 유지해오던 알 나스르는 오늘 경기를 승리하면서 13전 5승 6무 2패 승점 21점 (22점 득점/16점 실점)의 성적으로 리그 4위에 올랐습니다. 리그 4위는 이번 시즌들어 가장 높은 순위이기도 합니다. 다른 팀들 보다 2~3경기 정도 덜 치루긴 했지만 현재 3위인 알 잇티하드와의 승점이 9점차이기 때문에 전승을 한다고 해도 3위로 올라가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입니다. 남은 경기를 잘 치뤄야 4위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 같네요.

 

내일 예정되어 있는 16주차 경기 중 가장 중요한 경기는 알 힐랄과 알 아흘리와의 경기입니다. 양팀의 상황상 이번 경기는 중요할 수 밖에 없는 일전입니다. 지역 라이벌인 알 나스르에게 뜻하지 않은 패배를 당하며 시즌 무패질주에 제동이 걸린 알 힐랄은 어느덧 승점 3점차로 바짝 추격해오는 알 샤밥과의 승점차를 벌일 필요가 있고, 알 아흘리로서는 급영입한 파리아스 감독이 공식적으로 벤치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 경기이면서 동시에 알 나스르의 2연승으로 6위로 밀린 팀 순위를 다시 올릴 필요가 있거든요. 내일 알 와흐다가 지거나 비기고, 알 아흘리가 이기면 알 아흘리가 4위, 알 와흐다가 이기면 골득실차에 의해 경기결과에 상관없이 알 와흐다가 4위, 두 팀 모두 지거나 비기면 알 나스르가 4위가 되는 상황입니다.

 

알 나스르의 다음 경기는 10일에 있을 알 잇티하드의 AFC 챔피언스 리그 참가로 연기되었던 8주차 원정 경기입니다. 알 나스르는 다시 전력을 가다듬은 상대로 리그 3연승을 거둘 수 있을지, 이천수는 다음 경기에는 선발로 출전할 수 있을지 기대되는 시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