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월드컵에서 3위라는 성적을 거두고 난 후 포항과의 결별을 선언했던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의 행선지가 당초 루머의 진원지였던 사우디의 알 아흘리로 최종 확정된 듯 합니다. 대회 4강전 직전 터져나온 이적 루머가 제대로 맞았던 셈이지요. 1년 6개월간 30억원의 연봉을 제시하고 그를 영입한 알 아흘리 구단에 대해 간단히 알아봅니다. 계약기간 1년 6개월은 현재 시즌 후반기에 들어선 2009~2010 시즌 및 2010~2011 시즌까지 맡기겠다는 의미입니다. 사우디 리그는 보통 8월에서 4월까지 운영됩니다. (올시즌은 8월에 시작해서 3월에 끝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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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아흘리의 새 로고)
명 칭: Al Ahli (아랍어로 Country라는 의미)
정식명칭: Saudi Al Ahli Sports Club
설립년도: 1937
홈 구 장: Prince Sultan bin Fahd Stadium, Jeddah, Saudi Arabia
수용인원: 24,000명
감 독: Sergio Farias
소속리그: Zein Saudi Professional League
홈페이지: http://www.alahlisaudi.net/ (아랍어)
예전에는 Al-Thaghar란 이름으로 알려졌던 알 아흘리는 알 잇티하드와 함께 젯다를 연고지로 하는 사우디 프로축구 구단 중 하나입니다. 1978년과 1984년에 걸쳐 두차례 리그 우승을 차지한 바 있으며, 팀의 첫 리그 우승을 기록했던 1978년에 사우디 리그 사상 최초의 더블을 달성하였습니다. 국왕컵을 10번이나 차지한 유일한 팀이기도 합니다만, 요근래에는 컵대회에서 종종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으며, 리그에서는 2~8위를 오가는 중상위권의 팀입니다. 2000년대 들어서는 2000/2001 시즌 리그 1위를 차지하였으나 플레이오프에서 리그 4위팀이었던 알 잇티하드에 패해 최종 우승을 놓쳤던 것이 최고의 성적이었습니다. (리그 1~4위 팀끼리 붙는 Golden 4라 부르던 4강 플레이오프는 2007/2008시즌부터 없어졌습니다. 그대신 2008/2009 시즌부터 10위/11위 팀이 강등을 놓고 벌이는 플레이오프전이 도입된 것 같네요)
사우디 리그의 대표적인 구단 중 하나로 많은 사우디 국가대표 선수들을 배출한, 사우디 국대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팀입니다. 그 얘기는 다시 말하면 알 힐랄이나 다른 대형구단들처럼 유럽이나 남미 용병을 많이 받아들이지 않고 주로 사우디 선수 위주의 팀구성을 해왔다는 얘기도 됩니다. 그간 알 아흘리를 거쳐간 유명선수들을 보면 대부분이 사우디와 아프리카 선수들에 집중되어 있거든요.
알 아흘리를 거쳐간 우리에게도 낯익은 선수나 감독이라면 1990/1991에 거쳐간 스콜라리 감독이라던가, 현재 FC서울에서 뛰고 있는 데얀 선수를 들 수 있겠네요. 알 아흘리를 거쳐간 거의 유일한 유럽 선수로 보이는 데얀은 2005/2006 시즌에 전소속팀 벤잔야 베오그라드에서 알 아흘리로 임대되어 8경기에 출전하여 7골을 기록하는 절정의 공격력을 뽐내고 돌아간 바가 있습니다. 경기당 0.875골의 득점율은 데얀의 커리어에서 가장 높은 득점율을 기록한 것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2005/2006 시즌 7골은 리그 전체 6위권, 팀내 득점 2위였으며, 당시 득점 1위가 16골을 기록하였지만, 22경기를 치루는 리그 전제 1정의 1/3 수준인 8경기만에 거둔 골이라고 본다면 득점율로서는 리그 1~2위권을 달리지 않았을까 싶네요.
(알 아흘리 구단의 축구 기술 위원회가 1년 6개월간 파리아스 감독과 계약을 체결했다는 공식 발표 기사, 출처: 알 아흘리 홈페이지/ 2009년 12월 25일자)
많은 기사들에서 이미 언급되었던 것처럼 파리아스 감독의 영입은 두 시즌 만에 참가하는 내년 AFC를 대비한 영입입니다. 현재 리그 4위를 달리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리그 우승은 이미 물건너 간 상황이거든요. 워낙 이번 시즌은 14경기에서 40골을 성공시키며 경기당 3점 가까이 넣고 있는 알 힐랄의 무패질주가 계속되고 있는데다 승점차가 딱 2배 차이 (알 힐랄 38점/알 아흘리 19점)라서 이를 따라잡는다는 건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거든요. 2위인 알 샤밥과도 14점차로 벌어져 있는데, 상위 4개팀 중 가장 많은 패수 (4패)를 기록하고 있는 현상황을 본다면 2위 획득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요근래는 3위가 최고 기록이기도 했구요.
무엇보다 파리아스 감독을 영입한 건 지난 AFC 챔피언스 리그에서 보여줬던 지도력 때문이겠지만, 결승에서 지난 시즌 우승팀이었던 지역 연고 라이벌팀인 알 잇티하드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던 것이 결정적이지 않았나하는 생각도 듭니다. 팀의 네임밸류에서도 밀리던 포항이 한국 클럽 킬러로 유명했던 알 잇티하드를 결승에서 처음 만나 이겼으니까요. 포항에게 당했던 패배가 얼마나 충격이었는지 포항과 붙기 전 리그에서 4승 무패를 달리다가 결승전 패배 이후 불안정한 경기력 속에 3승 2무 3패를 당했으니 말이죠. 3패 중 알 잇티하드에겐 충격과 공포로 기억될 패배가 몇 시즌째 리그 우승을 다투고 있는 알 힐랄에게 리야드 원정경기에서 무려 5골이나 헌납하며 5대 0의 치욕적인 패배였을 겁니다. 무패의 페이스를 잃은 알 잇티하드의 경기력은 결과적으로 리그 선두 경쟁에서 뒤처지게 만들었습니다. 초반의 기세를 이어나갔다면 알 힐랄과 리그 우승을 놓고 경합을 하고 있었겠지만, 현실은 알 힐랄과 승점 15점차, 2위인 알 샤밥과는 승점 10점차 뒤진 3위를 달리고 있으니까요. 이번 시즌 3위로 마감하게 된다면 알 잇티하드로서는 3위로 마감했던 지난 2005/2006 시즌 이후 4시즌만에 3위로 마감하게 됩니다. 과거 리그 1위를 차지하고도 플레이오프에서 패해 우승을 놓치게 만들었던 지역 라이벌팀을 이렇게 휘청거리게 만든 감독이라면 구단에서도 구미가 당길 것 같습니다.
내년 1월부터 계약이라고 하니 당장 이번 시즌보다는 당장 눈 앞에 다가오고 있는 AFC 챔피언스리그와 다음 2010/2011 시즌의 결과가 기대가 되네요. 포항에서 보여주었던 파리아스 매직을 사우디에서도 선보일 수 있을까요?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올해만큼의 성과를 거둘 수 있거나, 다음 시즌 알 힐랄과 알 잇티하드의 양강체계를 깰 수 있으면 그야말로 파리아스 매직이 계속되는 건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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