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C/사우디

[통신] 사우디의 핸드폰 사용 환경...

둘뱅 2010. 1. 18. 00:47

사우디는 다른 유럽이나 중동국가들과 마찬가지로 GSM 방식 (2세대까지)과 WCDMA 방식이 혼용되고 있으며 심카드를 마음대로 갈아끼울 수 있습니다. 물론 아이폰이나 블랙베리 처럼 인터넷 사용이 필수라 어쩔 수 없이 특정 통신사의 정액 패키지로 구하는 게 최상인 폰도 있습니다만, 기본적으론 핸드폰만 하나 가지고 있으면 어떤 나라 어떤 통신사의 심카드를 넣으면 되는 것이죠.

사우디에는 현재 STC (사우디텔레콤), Mobily (모바일리), Zain (자인)의 주요 3대 사업자가 있습니다. 우리로 치면 SKT, KT, LGT와 같은 시장구도를 가지고 있지요. 공교롭게도 KT가 아이폰을 도입한 것처럼, 사우디에서는 Mobily가 아이폰을 도입했습니다. 현재 제가 사용하고 있는 것이 STC이기에 STC를 예로 들어보고자 합니다.

 

STC의 경우 선불제 심카드는 보통 75리얄 (약 23,250원)에 판매를 합니다. 이 심카드에는 일정 금액이 기본으로 들어있고 추후 충전을 하는 것이죠. 요근래는 단기 체류자들을 위한 40리얄 (약 12,400원)짜리 심카드도 공항에서 팔더군요. 그리고 망사용료로 하루에 약 0.05리얄 (약 16원) 정도 빠집니다.

후불제 심카드는 외국인들의 경우 본인 명의로 개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언제든지 돈 안내고 튈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보통은 스폰서 명의로 발급받게 되는데, 요청서 한 장만 있으면 별도의 가입비 없이 그냥 줍니다. 요금 청구시에 50리얄 (약 15,500원) 정도의 기본요금을 내죠. 

단말기는 별도로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한국에서처럼 단말기 보조금이란 개념이 없습니다. 그냥 일시불로 지르던지, 대형 매장의 경우 12~24개월 무이자 할부 카드로 할부 구입으로 질러도 됩니다. 한국에서처럼 무슨 노예약정 이런게 존재할 수가 없죠.

그리고 특정폰을 제외한 대부분의 폰은 어느 통신사 심카드나 꽂으면 되기 때문에 정말 다양한 가격대의 모델들이 판매되고 있어 사정에 맞게 구하면 됩니다. 100리얄 (약 31,000원)도 안되는 초저가 폰에서 3000리얄 (약 930,000원)이 넘는 초고가폰까지 다양하니까요... (지금까지 본 핸드폰 중 가장 비싸게 판 모델이 락 걸리지 않은 아이폰 3GS였는데... 마지막으로 공항에서 본 게 3,500리얄에 팔더군요. 처음 봤을 땐 4,800리얄... 4,800리얄 (약 1,488,000리얄)이면 40인치 소니 풀HD 브라비아를 1대 지르고 좀 남을 겁니다...) 

이런 사정이다 보니 통신 사업자는 단말기 보조금이 아니라 통화요금 할인으로 고객들을 유혹하는 특별 프로모션으로 고객 유치에 나설 수 밖에 없습니다. STC가 사실상의 단일 사업자였을 때, 그리고 다른 사업자들의 네트웍이 좋지 않았을 때는 이런 프로모션을 생각할 필요도 없었지만, 지금은 경쟁을 해야하는 상황이니까요...

선불제 심카드의 경우는... 덤으로 통화요금을 더 얹어주는 프로모션을 합니다.

 

350리얄 (약 108,500원) 충전카드를 사면 거의 두 배인 666리얄 (약 206,460)의 통화요금을 충전할 수 있는 현재의 프로모션이 대표적인 예죠...

후불제의 경우엔 좀더 화끈한 이벤트를 벌이기도 합니다... 한 달간 통화요금 무료???? 국제전화 특별 할인??

(한 달 내내 당신의 통화요금이 공짜! 라고 써있는 STC의 광고판)

 

뭐... 사우디다 보니 이래놓고 영수증 청구시에 전산 오류로 요금 폭탄을 날리기도 합니다만....

요즘엔 200리얄 (약 71,000원) 정도 내면 인터넷폰 설정을 해서 국제전화 1000분 (인도 기준) 충전을 시켜주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나 기능을 없애서 그렇지 요즘 해외폰들에는 인터넷콜이 가능한 폰들이 많거든요. WIFI가 지원안되는 곳에서도 연결이 되기에 국제요금이 아쉬운 외국인들에겐 비싼 통화비를 조금이라도 절감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도 합니다.

제가 경험하고 있는 사우디의 통신환경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어떤 면에선 좋아보일 때가 있네요... 이미 기득권을 가진 국내 통신 사업자들이 자신들이 날로먹는 막대한 이익을 희생하면서까지 지금의 환경을 바꾸려고 들지는 않겠지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