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이야기/아랍의 이모저모

[음식] 아랍식 피자 "마나끼슈"

둘뱅 2010. 6. 4. 23:39

 숙소 근처에 어비뉴라는 이름의 슈퍼 체인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젯다 시내 곳곳에 체인 형태로 운영되는 슈퍼마켓이죠.

 

이 슈퍼에는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피자집이 있습니다. 종종 슈퍼를 들르다 언젠가 금요일 저녁 피자로 대신 때울까 싶어 맛볼 겸 피자를 샀다가 먹지 못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피자를 사들고 숙소로 돌아오는데 때마침 손님이 오셔서 저녁을 먹으러 가게 되어 먹지는 못하고 숙소에 같이 지내는 네팔인 직원들에게 먹으라고 줬었거든요. 안그래도 혼자 먹기 힘들 것 같으면 나눠먹으려고 생각했었지만요. 나중에 맛을 물어보니 얘네들은 "이걸 혼자 다 먹을 생각이었어? 양 많던데...."라더군요....

 

그 후 뭐 살게 있어서 슈퍼에 갔었는데 때마침 출출해서 였는지 그 피자점포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메뉴판을 자세히 보니 그 점포에서 만드는 건 딱 두가지더군요. 토핑에 다라 다양하기만 할 뿐 피자와 마나끼슈. 그 메뉴판에서 마나끼슈가 눈에 띄네요. 무엇보다 몇 종류 안되는 피자에 비해서 다양한 종류의 메뉴를 갖추고 있었거든요. 다양한 메뉴라고 해봐야 이해하기 힘든 건 아닙니다. 주요 토핑명을 음식명으로 쓰고 있었으니까요.

 

토핑은 치즈, 라반 등의 유제품뿐 아니라 올리브, 참치 등도 들어가고, 심지어는 벌꿀까지도 사용하더군요. 

 

마나끼슈 자체는 만들기 쉬워보입니다. 아주 얇은 도우 위에 토핑을 잘 올려놓고 5분 정도 화덕에다 구우면 완성되니까요. 피자에 비하면 포장은 더더욱 간소합니다. 피자처럼 박스에 담는 게 아니라 기름 종이같은 포장지 한 장만 달랑 덮어주더군요.

 

처음 먹어본 마나끼슈는 마나끼슈 라반이었습니다. 도우 위에 라반을 메인 토핑으로 얹고 올리브 등을 함께 넣어 만든것이었죠. 느끼할 줄 알았는데 생각처럼 느끼하지는 않더군요. 워낙 도우가 얇다보니 크지 않은 사이즈에 혼자 먹기도 그다지 부담되지 않구요.

 

그래서 그 다음엔 정말 느끼하지 않을 것 같은 마나끼슈를 사먹어 보았습니다. 마나끼슈 튜나. 말 그대로 참치가 토핑된 것입니다.

 

 

 

이름만 듣고는 참치만 들어가는 줄 알았더니 뭐 또 넣을 거냐고 계속 물어보더군요. 그래서 올리브도, 고추도, 머쉬룸도 함께 넣어봤습니다. 이렇게 토핑을 하고 나니 6리얄 (약 1,923원)이라더군요.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요리사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눠봤습니다.

자신을 함자라고 소개한 요리사는 마나끼슈가 레바논-시리아식 피자라고 합니다. 어디서 왔냐고 물어봤더니 시리아 하마에서 왔다고 하네요. 하마는 수차로 유명한 시리아의 작은 도시입니다. 예전에 가본 적이 있었다고 했더니 더더욱 반가워합니다. 이런 곳에서 자기네 고향을 다녀왔다는 동양 사람을 보기는 쉽지 않을테니까요. 짧은 요리시간 동안 이렇게 안면식을 나누다 보니 통성명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워낙 특이한 손님이었는지 다음에 다시 가니 이름을 기억하고 있더군요. 그 요리사에겐 젯다시 외곽에 있는 작은 슈퍼마켓 내 점포에 마나끼슈를 사먹으러 오는 동양인 손님을 만나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니까요. 게다가 그 동양인이 자신의 고향을 다녀온 적이 있었다면 더더욱 기억에 남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이번 글을 포스팅하기 위해 가장 느끼해보이는 마나끼슈 (라반이나 치즈와 벌꿀이 함께 들어간...)를 사먹어보려고 어제 들렀었는데, 매장을 재정비하고 있더군요. 먹거리 장사가 잘 되는지 슈퍼 내에 피자/마나끼슈 매장에다가 샤와르마 매장까지 추가로 입점시킨다고 하네요. 2주 후에나 정상 영업이 가능해질것이라고 하니 그때나 한번 사먹어봐야 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