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이야기/아랍의 이모저모

[음식] 라마단 기간의 금식이 끝났음을 알려주는 식사 이프타르

둘뱅 2010. 8. 27. 23:54

올해의 라마단도 벌써 절반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관공서는 라마단이라고 책임자들이 자리를 많이 비우는 등 지금도 평소보다 일이 잘 안되지만, 이런 모습도 앞으로 한 주 뒤면 끝입니다. 9월 1일부터 대략 9월 17일까지 이드 연휴에 들어가니까요. 최소한의 인력만 빼놓으면 관공서는 푸욱~~~ 쉬는 거죠...

 

라마단은 해가 떠서 질 때까지 금식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1년에 365일인 양력과 달리 음력인 이슬람력의 1년은 354일 정도 되기에 라마단 기간은 매년 11일 정도씩 앞당겨집니다. 제가 처음 아랍땅에 발을 내딛었던 98년도에는 12월부터 시작되었지만 올해는 8월 중순부터 시작되었거든요. 내년은 7월 31일부터, 후년에는 7월 20일로 예정되어 있죠. 한여름에 다가서는 만큼 금식 기간은 앞으로 몇 년간은 길어질테구요...

 

금식은 마그립 예배가 끝남과 동시에 끝나게 되는데 그 때 먹는 음식을 이프타르라고 합니다. 이프타르는 지역에 따라 다르다고 합니다만, 기본적으로는 애피타이저입니다. 본격적으로 저녁(이라고 하기엔 생활 패턴을 보면 아침과 같은...)을 먹기 전에 위장을 달래주려고 먹는 것입니다. 새벽의 마지막 식사 후 굶었으니까 위장에게 곧 잔뜩 먹겠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죠.

 

지역마다 다 다르다곤 하지만, 이프타르는 타무르라는 말린 대추야자열매를 먹는 것으로부터 시작합니다. 그 외에 살모사 같은 것들과 라반, 쥬스 등 음료수 등을 섭취하면서 본격적인 식사를 준비하는 것이죠. 이쪽 사람들에게 타무르는 요구르트의 일종인 라반과 함께 완벽한 음식이라고 합니다. 타무르와 라반만 있으면 사막에서도 영양실조는 걸리지 않는다고 할 정도의 충분한 영양을 공급해준다고 하네요.

 

라마단 기간에는 식당들이 마그립 예배가 시작되기 한 시간 정도 문을 열었다가 마그립 예배가 시작되면서 마지막 이샤 예배가 끝날 때까지 문을 닫습니다. 젯다를 예로 들면 저녁 6~7시 사이 한 시간 정도만 영업한 후 이샤 예배가 끝나는 대략 9시 반 정도까지 문을 닫습니다. 그러니 6~7시 사이에 음식을 사지 못하면 9시 반 넘을 때까지 굶어야 한다는 얘기죠...

 

라마단 기간 중 아랍쪽 식당에서는 평소와 달리 이프타르와 저녁을 겸한 콤보 상품을 파는 기간이기도 합니다. 가격은 매장마다 차이가 있지만요. 숙소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이프타르 콤보 메뉴를 10리얄 (우리돈 약 3,150원)에 사와봤습니다. 

 

(사왔지만 하필 2% 부족한 콤보였다. 살모사는 있지만, 이프타르의 필수품인 타무르가 빠져있다...)

 

 

이프타르와 저녁, 라반, 쥬스, 물이 한꺼번에 제공되는 콤보입니다. 라반, 타무르, 쥬스, 살모사를 이프타르로 섭취하면서 금식이 끝났음을 알려주고 저녁을 먹게되는 것이죠. 보통 닭 반마리와 밥을 함께 파는 캅사가 보통 10리얄 전후인 걸 생각해 보면 물론 밥의 양을 줄였다고 해도 타무르, 살모사, 라반, 쥬스, 물이 함께 나오는 푸짐한 콤보인거죠.

 

이러한 콤보 구성에서 볼 수 있듯이 사실 라마단은 틀어진 생활리듬 속에 오히려 평소보다 잘 먹는 기간이기도 합니다. 굶주린 배를 달래주려고 이프타르도 먹고, 저녁도 챙겨먹고, 밤새 먹다가 또 자고... 가난한 자의 고통을 겪어보면서 음식의 소중함과 베푸는 미덕을 실천하라는 본래의 의미가 많이 퇴색되고 개인주의적으로 변해가고 있는 지금의 라마단은 베품의 미덕이 많이 사라지면서 지나친 폭식으로 인해 오히려 내과가 성업을 이루는 아이러니가 있긴 하지만요...

 

아랍음식문화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레바논 정도를 제외하곤 전채라는 개념이 그다지 없는 아랍의 음식문화을 생각해보면 전채 개념으로 한번을 더 먹는다는 것이 의외이긴 합니다만...그만큼 과학적인 면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프타르도 결국 오랜 공복 후 갑작스런 음식섭취로 인한 위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니까요.

 

 

 

그런 점들을 보면 이슬람이 음주와 돼지고기 섭취를 금지하는 이유도 결국 탄생지인 아라비아 반도의 자연기후적인 환경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해 봅니다. 음주 후 40도를 가볍게 넘는 곳에 나오면 정신줄 놓기 정말 쉽고, 돼지고기는 냉동저장기술이 그다지 발전하지 못했던 그 당시엔 변질될 우려가 심하니까요... 반대로 생각하면 추운 동유럽에서 이슬람이 생겼다면 둘 다 금기시되지 않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