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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우디 노동부, 야외 근로자들 한낮 근무 중지 칙령 발표. 하지만..

둘뱅 2010. 6. 22. 22:00

어제는 하루 종일 사무실에 있었기에 더워서 사람들이 쓰러진다는 말을 실감하지 못했습니다. (사실 안에 있으면야....) 젯다나 리야드 등 사우디에 몇 년 사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빌리자면 평소 이맘때의 날씨가 아니랍니다. 밖으로만 나가면 숨이 콱 막히고, 부는 바람조차도 난방기처럼 뜨겁게만 느껴지는, 근래 접해보지 못한 뜨거운 날씨라고 하네요...

 

오전 내내 외근이 있어서 사무실 밖을 나가는 순간... 아침 8시임에도 더위가 확연히 느껴집니다.

 

첫번째 볼 일을 마친 아침 9시 25분. 차에 타서 시동을 켜는 순간 계기판에서 보여지는 외부 온도에 놀라 카메라에 담아봤습니다. 차의 계기판은 45도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요근래 한낮 이동 시에도 보지 못했던 온도이고, 젯다 상경시 봤던 온도보다도 몇 도 더 높은 온도입니다.

 

(6월 22일 오전 9시 25분 현재.... 45도)

 

 

두번째 볼 일을 마치고 시동을 켜니 이번엔 48도를 가리킵니다.

 

(6월 22일 오전 10시 59분 현재.... 48도)

 

 

세번째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운전을 하고 있는데 10분만에 온도계는 50도를 찍고 있었습니다.

 

(신호대기 중 핸드폰으로 찰칵! 6월 22일 오전 11시 08분 현재.... 50도)

 

일을 다 마치고 회사로 복귀하는 길엔 체감온도는 더 뜨거웠으나 차량 계기판은 50도를 넘지 않았습니다. 원래 50도까지만 표기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요. 차량에 알려주는 온도가 아주 정확하다고 볼 수는 없어도 오늘 날씨와 비슷했다던 어제 50도까지 보여주는 온도계의 눈금이 50도를 가리켰다는 것을 보면 날씨가 장난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4년전 9월인가 젯다에 왔었을 때 오후 2~3시경 온도를 재어 봤는데 뙤약볕 밑에서 45도, 그늘 밑에서 42도를 가리켰던 기억이 나네요. 7~8월 한낮의 평균 기온이 40~48도선이라고 하는데, 올해는 이 기록을 가볍게 깰 것 같네요. 이러한 무더위와 함께 불안전한 전력 문제도 함께 찾아올 듯 합니다. 공급보다 수요가 확 늘테니 말이죠...

 

사실 이런 무더위 속에서도 직사광선 밑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에 대한 정부의 고려는 다른 이웃 걸프국가들과는 달리 없었습니다. 두바이가 열혈 개발모드를 달릴 때 워낙 주목을 받아 국제사회에 쉽게 노출되어 다른 여느 걸프국가들보다 받은 압력도 컸을 UAE 정부가 야외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에 한해 매년 6월 15일부터 9월 15일까지 석 달 동안 한낮인 오후 12시 반부터 오후 3시까지의 모든 작업을 금지시킨 법안을 확대 운영하는 것과는 분명 비교되는 것도 현실입니다. 

 

이러던 사우디에서 사상 최초로 한낮의 업무 중지를 공식으로 요청하는 칙령이 발표되었습니다. 지난 6월 7일 가지 알 고사이비 사우디 노동부 장관이 고용주가 매년 7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오후 12시부터 3시 사이에 야외에서 일하는 그들의 근로자들을 작업시키는 것을 금지하는 칙령을 발표한 것이죠. (야외 근무자 중 석유화학업계 종사자들과 긴급 유지보수팀들은 그들의 역할을 감안하여 제외....) 

 

단, 당장 실행할 경우 회사들의 업무진행에 차질이 있을 것을 고려하여 이로 인해 늦어질 업무 지연에 대비할 수 있도록 1년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실제로는 2011년부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국제 노동법의 기준에 맞추고 근로자들에게 보다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이번 칙령이 발표된 공식적인 이유입니다.

 

이러한 칙령이 없더라도 올해와 같은 이상 고온현상이 발생하는 상황에선 오후에 근무를 제한할 수 밖에 없는 것도 현실입니다. 특히 가장 문제가 될만한 건설현장의 경우 한낮의 근무로 인해 쓰러지는 인력들이 생겨나면서 아예 오후 근무시간을 줄이거나 뒤로 미루는 등 조정하고 있으니까요.

 

그동안 근로자들에 무관심했던 사우디 정부의 태도에 비하면 한결 진일보한 조치이긴 합니다만... 많은 근로자들은 왜 하필 1년 뒤? 라는 의문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정말 지금 당장이라도 칙령이 효력을 발휘하길 바라는 바램이 들 정도로 올해는 초여름부터 날씨가 평상시 이상으로 더우니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