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C/사우디

[여행] 극심한 온도차와 함께 한 둘라의 젯다 상경기

둘뱅 2010. 4. 30. 18:29

사우디 생활 총 3년 4개월만에 젯다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2000년부터 2002년 까지는 사우디 남부의 지잔 지역에 동네 이름도 모를 오지에서 생활했고, 다시 사우디로 돌아온 2008년 10월부터 4월중순까지는 지잔의 바로 윗동네인 아시르 지역의 카미스 (정식 이름은 카미스 무샤이뜨)에서 생활하다가 바로 지난 주에 젯다로 올라오게 된 거죠. 우리나라로 비유하자면 땅끝 마을 인근에 잘 알려지지 않은 곳에 있다가 전라도의 작은 소도시에서 생활하다 서울로 올라온 셈이라고 해야 할까요.... (원래 수도는 리야드니 비교는 그렇습니다만, 전반적인 생활환경으로는 젯다가 더 낫다는 군요.)

 

개인 짐과 업무용 짐이 있다보니 회사차량으로 쓰고 있는 캠리를 타고 육로로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젯다까지 비행기편으로는 가끔 가봤지만, 육로로는 초행이다 보니 기사와 함께 가게 되었습니다. 대략 700여킬로 길입니다.... (그래봐야 사우디 서부 해안선으로는 중간 정도 밖에 안됩니다만...)

 

카미스 시내의 식당에서 간단하게 케를라식으로 요기를 하고 오전 8시 반 카미스를 출발했습니다. 캠리의 외부 온도계는 19도를 찍고 있었습니다. (온도를 언급하는 이유는 보시면 압니다...)

 

일단 루트는 카미스-아브하-무하일-미쿠와-젯다로 이어지는 고속도로를 이용하기로 하였습니다. 카미스-아브하-니마스-알 바하-타이프-젯다로 이어지는 산악도로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는데 아무래도 산악도로는 예전에 알 바하까지는 가봤던 적도 있고, 아무래도 고속도로가 이동하기는 편하니까요.

 

도로 중앙에 세워진 작은 신호등을 이용하여 교통경찰 당국이나 지자체 등등에서 나오는 각종 지침 같은 것들을 같이 세워두는 경우가 있습니다. 차가 구겨진 사진을 걸어놓고 운전 조심하라던가, 술 담배 사진 걸어놓고 하지 말라는 경고판, 여름 휴양지인 아시르 주의 경우 여름철에는 물을 절약해서 사용합시다 등의 안내문들도 내걸리기도 하죠. 

 

 

(히즈라력 1430년 1년 간 (2008년 12월 29일~2009년 12월 18일) 동안 아시르 주에서만 교통사고로 639명이 사망하고 1706명이 사망했으니 운전 조심하라는 내용입니다. 일단 났다하면 대형사고가 되고 어르신들의 경우 워낙 식솔들이 많으니 일가족이 피해를 보게되는 경우가 많아 사상자수가 올라갈 수 밖에 없습니다. 한 주에서만 저정도 사상자수가 발생하면 사우디 전체로는 얼마나 될까요?)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가로수의 모양을 인상적으로 각지게 다듬습니다. 왠지 가로수가 길가로 쓰러질 경우 망치로 내려치는 느낌이 든다고 할까요?

 

(카미스와 주도인 아브하를 잇는 카미스 아브하 로드를 달리다)

 

 

(가로수의 모양이 인상적이죠? 아브하에서...)

 

 

사우디 내에서 에어컨 없이 살 수 있는 얼마 안되는 지역 중 하나일 정도로 서늘한 날씨를 자랑하는 아브하다 보니 형형색색의 나무들이 자랍니다...

 

 

 

 

 

피곤해서 잠깐 눈을 붙인 사이 차는 무하일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이런 차량 온도계가 알려주는 외부 온도는 벌써 30도를 넘고 있었습니다. 온기가 확확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가로수를 새로 심고 있는 모양입니다. 저걸로 끝나게 될지, 다른 걸로 바꾸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직까지는 도로 안내판에 젯다가 표기되어 있진 않습니다. 근처의 메카는 표시되어 있지만요. 알 미쿠와와 멕카 사이의 거리 350킬로미터. 그 사이에는 작은 마을들만 있을 뿐 변변한 소도시가 없다는 군요.

 

 

 

비록 평지대로 내려왔어도 산들과 그 사이에 간혹 인가나 마을이 보이는 풍경이 지리하게 계속됩니다. 에어컨을 너무 쎄게 틀면 머리가 아파 살짝만 틀어놓으니 땀만 질질 흘리고 있을 뿐이고...

 

 

 

(간혹 시간관념을 잃은 가로등들도 보이고...)

 

 

 

 

(작은 마을에도 이상한 조형물이 설치된 것들도 종종 눈에 띄고)

 

 

(이런 곳에 무슨 놀이시설을 놓는 센쓰!!!!)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저 구릉 위에도 휴게시설이 있는...)

 

 

점심 쌀라 전 알 미쿠와에서 점심을 먹은 뒤 길을 재촉했습니다. 미쿠와에서 젯다까지는 먹을만한 식당을 찾기 힘들다는 기사의 의견을 따른 것이었죠. 역시나 케를라식으로 점심을 먹었습니다.

 

 

 

(예전 집터?의 흔적)

 

 

(돌산들도 보이고...)

 

 

어느 순간인가 부터 사막?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사막 같은 느낌을 주는 곳이 나타납니다. 

 

(형형색색의 구릉)

 

 

(낙타들이 한가하게 먹이를 먹고 있고...)

 

 

(집인지, 베두윈들의 휴게소인지 모를 거처도 보이고....)

 

 

(누가 이용할지 의심스러운 놀이터마저도 있습니다.)

 

 

달리다 보니 해안 고속도로와 만나는 T자 교차로에 접어듭니다. 좌회전을 하면 예전에 살던 지잔 지역으로, 우회전을 하면 젯다로 올라가게 됩니다. 이미 차량 온도계는 한낮이다 보니 42도를 찍고 있었습니다....ㅠㅠ 차량 온도계는 젯다에 도착할 때까지 38~42도 사이를 계속 찍고 있었습니다. 단 몇 시간 만에 19도에서 42도로 온도차가 확 벌어져 버렸습니다. 그것도 사우디 일부만 다녔는데도 말이죠...)

 

 

 

그리고 본격적으로 고속도로에 접어들었습니다. 사막 사이에 길을 냈는데 진행방향의 좌측 끝에는 홍해가 이어지고, 우측 끝에는 산악지대가 이어집니다. 아울러... 길가를 스쳐지나가는 모래 알갱이들마저 눈에 띄기 시작합니다. 2002년 지잔에서 보냈던 마지막 봄 이후 오랜만에 보네요.

 

 

 

 

 

 

 

(저 멀리 보이는 산악지대)

 

 

(도로 위 지열이....)

 

 

해안 고속도로를 한참 달려 드디어 젯다에 진입했습니다. 젯다는 두바이와는 달리 고층 건물들이 많지는 않은 곳입니다. 대체적으로 보면 심심해 보일 정도로 낮은 편이죠.

 

 

 

 

 

(고층건물은 간혹 보이고...)

 

 

(아람코사의 정유 탱크. 저것만 있으면....)

 

 

(요즘 토요타에서 밀고 있는 랜드 크루저 상위급 대형 SEQUOIA. 전세계적으로 리콜이 있건 말건 사우디에서의 토요타 위상은 건재하다. 토요타 만큼 사우디 전역 어디를 가도 부품 수급이 잘 되는 메이커가 없는 탓이기도 하다.)

 

 

(사진으로는 잘렸지만, Welcome to Jeddah라고 쓰여있다. 젯다 킹 압둘 아지즈 공항 근처에서...)

 

 

약 8시간에 걸쳐 두 배 이상의 온도차를 체감하며 젯다로 상경했습니다. 카미스가 서늘한 대신 산소 부족으로 인해 수면을 취해도 피로 회복속도가 느리다면, 젯다는 덥지만, 그래도 잠을 자도 개운하게 잘 수 있다는게 몸으로 체감할 수 있는 첫 변화더군요. 물가라던가 생활 환경 자체가 아무래도 지방 소도시와는 다른, 그야말로 서울쥐 시골쥐가 생각난다고 할까... 그렇게 젯다에서의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