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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역시 돈되는 유럽리그는 EPL이구나....ㅠㅠ

둘뱅 2010. 6. 26. 01:08

요근래 젯다 시내를 운전하고 다니다 보면 길가에 있는 많은 광고들 중에 루니나 드록바 등의 사진이 담긴 특정 광고물을 볼 수 있습니다. 운전하면서 지나치니 사진으로 보여드릴 순 없지만요. 일단 광고물 자체가 아랍어로 되어 있어서 그냥 무시하면서 다녔는데 천천히 다니면서 보니 아부다비 스포츠 로고에 영국 프리미어리그를 HD로 볼 수 있다는 내용이더군요. 지금까지는 OSN 네트워크에서 해줬는데 뭘까 싶어서 검색해 봤더니...

 

다가오는 2010/11 시즌부터 3시즌간 중동-북아지역 독점 중계권을 기존의 OSN 네트워크가 아닌 아부다비 스포츠에서 가져갔더군요....;;;;

 

 

길거리에서 보았던 아부다비 스포츠의 EPL 광고와 HD 방송을 정식으로 시작한 OSN 네트워크의 Show Sports 채널이 4개 채널 중 HD 방송을 1개 채널만 오픈한 것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OSN 네트워크가 EPL의 중동-북아 독점 중계권을 놓쳤다는 것은 OSN 네트워크의 스포츠 채널이 아랍인들에겐 더 이상의 경쟁력을 잃었다는 의미와 마찬가지입니다.

 

적어도 지난 시즌까지 Show Sports 채널의 최고 강점이 EPL 독점 중계였으니까요. 지난 09/10시즌 EPL을 제외한 2부 리그와 FA컵, 칼링컵 등의 독점 중계권을 알 자지라 스포츠가 가져갔고, 거기에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알 자지라 스포츠와 공동으로 중계하게 되어 EPL을 제외한 유럽 및 중동 지역의 인기 리그 독점 중계권을 싹쓸이한 알 자지라 스포츠에게 밀릴 수 밖에 없었는데, 올 초 자신들의 최고 컨텐츠였던 EPL 독점 중계권마저 놓치게 되었으니 그 영향력은 상당할 듯 싶네요. 럭비, 풋볼, 골프, MLB, 격투기 등 다양한 종목으로 중계 컨텐츠를 늘려나가고 있지만 아무래도 한계가 있겠죠... 특히 엔터테인먼트 채널엔 관심이 EPL 때문에 OSN 네트워크 패키지 중 가장 저가인 스포츠 패키지를 구매한 아랍인 유저들이 많이 떨어져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소개해드린 바도 있듯이 다양한 분야의 HD방송을 최초로 실시하고 최신 헐리웃 영화의 아랍어 더빙 방송 채널을 추가하는 등 그간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아랍어 채널 등을 늘리는 등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고는 있지만요. 아무래도 OSN 네트워크는 이 지역에 살고 있는 비 아랍인 유저들이 주로 즐기는 채널이 될 것 같습니다. 필리핀 시청자들을 확보하기 위한 필리핀 전용 패키지가 등장할 정도니까요.

 

OSN 네트워크가 놓친 독점 중계권을 가져간 곳이 아부다비 스포츠라는 사실은 의외이긴 합니다. EPL의 중계권이 넘어가면 ART가 힘을 잃은 이상 독보적인 방송사업자로 커지고 있는 알 자지라 스포츠가 가져가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현재까지의 아부다비 스포츠는 채널 1부터 최근 방송을 시작한 채널 3까지 3개의 무료 채널만 가지고 있는 방송국으로 EPL 중계권을 획득하기 전 이 방송국이 가진 축구 중계권이라곤 프랑스 리그 뿐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중동권의 다른 무료 방송 채널에서도 중계해 주고 있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프랑스 리그를 제외하면 내세울 수 있는 컨텐츠라곤 EPL 밖에 없는 아부다비 스포츠는 컨텐츠의 부족을 하드웨어로 극복하려는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EPL 10/11 시즌 개막전 정식 방송될 유료 채널에서는 중동-북아권에선 이제 걸음마 단계인 HD 수신기와 중동-북아권에서 최초로 시도하는 IPTV를 통해서 시청할 수 있다고 합니다.

 

7월 24일 영국에서 개국 예정인 프리미어리그 TV를 비롯한 HD 방송 생중계를 위해 4개의 HD 채널을 새로 문을 열 것이라고 합니다. 기존 유료 사업자인 알 자지라 스포츠나 쇼 스포츠도 HD 채널은 각각 하나 밖에 없는 점을 감안한다면 첫 시작부터 4개의 스포츠 전문 HD 채널을 개국하는 아부다비 스포츠의 의욕을 알 수 있을 듯 합니다. 인터넷 사정이 그다지 좋지 못한 이 지역에서 IPTV가 얼마나 발전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네요.

 

EPL을 HD로도 볼 수 있다는 기쁨! 하지만.... 중동-북아권의 EPL 팬들에게는 또 하나의 부담만 늘어나게 된 셈입니다. EPL까지 알 자지라 스포츠에서 중계권을 획득했다면, 알 자지라 스포츠 카드 1장으로 중동, 유럽의 인기 리그와 챔피언스 리그 등 주요 클럽, 대륙, 국가 대항전을 다 시청할 수도 있었을텐데, 현실은 쇼 스포츠를 안 보더라도 EPL 때문에 알 자지라 스포츠에  아부다비 스포츠까지 추가로 돈을 내고 봐야하니까요.....;;;;;

 

아직까지 패키지 및 가격을 정식으로 내놓지 않고 있는 아부다비 스포츠의 프리미어리그 패키지는 가격을 얼마나 매길지 궁금해집니다. HD 및 3D 채널을 포함한 15개 유료 채널에 EPL을 제외한 유럽 인기리그와 중동권 리그, NBA까지 즐길 수 있는 알 자지라 스포츠의 1년 시청료가 약 650리얄인 것을 감안한다면, 아부다비 스포츠의 가치있는 유료 콘텐츠라고는 EPL 밖에 없으니까요. 게다가 자신들의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중심 하드웨어는 아직 시장에서 활성화되지 않은 HD방송 수신기와 IPTV. 

 

프리미어리그 중계권만 가지고 기존 사업자가 만들지 않았던 다른 시장을 만들어내고 싶어하는 그들의 도전은 성공하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