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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SPL] 알 샤밥, 송종국과의 계약 해지. 송종국은 어디로?

둘뱅 2011. 2. 3. 03:51

 

사우디 축구계에는 충격과 공포로 기억될 지난 달 아시안컵 휴식기 동안 리그 내 몇몇 팀에서는 감독과 선수들이 교체되는 변화가 있었습니다. 사우디 국대로서는 아시안컵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 연말에 있었던 리그 일정을 옮겨가며 준비해왔지만, 극적인 지난 월드컵 본선진출 실패 이후 연달아 이어진 국제무대에서 3전 전패로 무기력하게 무너졌으니 말이죠. 특히 유럽팀도 아닌 일본에 당한 5대 0의 참패는 사우디 축구사에 악몽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근무시간인 관계로 사우디팀 경기를 보지 못했기에 아시안컵에 대해서는 별다른 포스팅을 할 수 없었습니다....) 

 

도하의 비극 이후 열심히 뛰는 선수에게 더 보상을 해주고, 대충하는 선수들은 퇴출시킬 것을 고려하고 있다며 체질 개선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만...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해외에 이적시키며 경험을 습득하게 하지 않는 한 근본적인 해결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감독이나 기술 위원회 위원들을 외국인으로 불러 써봐야 선수들이 사우디 리그 상위권팀에 들어갈 수 있으면 그 이상의 목표 및 도전의식이 생기지 않는 환경에서 선수들의 수준을 향상시키는 데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죠.

 

다시 클럽으로 돌아가서 상위권 팀 중에는 현재 5위를 달리고 있는 알 샤밥의 변화가 가장 컸는데, 이번 시즌을 앞두고 영입한 조지 폿사티 감독이 엔조 헥토르 감독으로 교체되면서 그가 영입해 온 외국인 선수인 올리베이라와 송종국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방출했습니다.

 

감독 교체 사유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14경기를 치루면서 보여준 팀의 경기력에 구단 수뇌부가 실망을 느낀 결과로 인한 것이라 추측해 봅니다. 시즌 중반이 지난 현재 리그 5위까지 올려놓기는 했지만, 기복 심한 경기력은 충분히 답답해 보일 수 있었거든요. 물론 이번 시즌들어 최근 몇시즌 간 보기 힘들었던 멋진 경기력을 보여주며 한때 리그 1위에 오르다 2위를 달리고 있는 알 나스르의 월터 젱가 감독도 바뀌었으니 경기력이 감독교체의 전적인 이유는 아니겠지만요. (조지 폿사티 감독은 알 샤밥에서 경질된 후 이정수가 뛰고 있는 카타르의 알 사드 감독으로 부임했습니다.)

 

송종국보다 늦게 이적해 온 올리베이라도 지난 연말 상호 합의에 따라 계약을 해지하고 모국인 우루과이의 Club Atlético Peñarol로 이적했습니다. 팀에서 기대를 갖고 거액을 들여 영입을 했으나 기대에 부응하는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했던 탓이기도 합니다. 워낙 칠레에서 풀시즌을 뛰고 휴식기 없이 바로 합류하면서 팀동료들과 호흡을 맞추고 리그에 적응하는 시간이 많이 주어지지 못했던 셈이죠.

 

송중국의 계약해지 사유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보도된 뉴스가 없어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잔여 계약기간에 대한 금전적인 보상을 해준 것으로 보아 팀에서 먼저 계약 해지를 요청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관련한 사우디 신문들의 보도는 하나같이 알 샤밥 보도자료를 인용한 수준의 기사더군요. 알 샤밥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조지 폿사티 감독과 올리베이라가 팀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있을 무렵 송종국은 UAE로 연말 휴가를 떠난 후 복귀하여 1월 20일 알 리야드와의 연습경기에서 득점을 기록하며 팀의 1대 2 승리에 기여했고, 그 후 1주일 만에 나온 소식이 갑작스런 계약 해지였다는 것입니다.

 

알 샤밥에서는 그동안 뛰어오던 풀백, 수비형 미드필더가 아닌 우측 측면 미드필더로써 공격진영에서 좌우 중앙을 가리지 않고 필드를 누비며 2골을 성공시키고 연말 휴가 후 연습경기에도 출전했던 만큼 갑작스런 계약해지가 다소 의외이긴 합니다만, 팀 분위기 쇄신 차원의 조치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시즌 개막 1주일전 알 힐랄과의 시합에서 부상을 당한 이후 결장하면서 리그 초반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기 힘들었던 것도 한 원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만

 

리그 중반 팀의 만류를 무릎쓰고 소문만 요란했던 김남일과 달리 조용히 사우디로 떠났던 송종국은 입단 당시 사우디 적응에 큰 문제가 없다며 보였던 자신감과 달리 네덜란드에 이은 두번째 해외 리그에서도 큰 족적을 남기지 못한채 리그 7경기에 출전하여 2골을 넣고는 소리소문없이 자유계약 선수가 되었습니다. 2008년 이후 2년만의 골맛을 보기도 했고, 득점율에 있어서는 그 어느 시즌보다 좋은 득점율을 보여주긴 했지만요.

 

송종국이 사우디 리그에서 넣은 2골 동영상은 아래 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1) 리그 데뷔골 (10월 29일 알 와흐다전 선제골)- http://blog.daum.net/dullahbank/15707755

    2) 리그 2번째 골 (12월 14일 알 타아운전 선제골)- http://blog.daum.net/dullahbank/15707785

 

송종국은 유럽과 중동 이적시장이 닫힐 무렵 갑작스레 자유계약 선수가 되면서 이적할 팀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뚜렷한 족적을 보이지 못했고, 나이가 있으니 다른 나라로의 이적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다시 친정팀으로 복귀하게 될까요? 아님 다른 곳으로?

 

한국선수들의 사우디 진출 잔혹사를 보면 전혀 이질적인 종교관을 가지고 있는 나라의 리그에서도 두 시즌 연속으로 꾸준하게 팀과 팬의 신뢰를 얻으며 활약하고 있는 이영표가 새삼 대단해 보입니다. 이영표는 설기현 (임대 계약 종료 후 풀럼 복귀), 이천수 (구단의 급여 체불로 나옴), 송종국 (갑작스런 구단과의 계약해지) 등 반년 정도만 뛰다 물러난 사우디 리그에서 한 시즌 이상을 꾸준하게 뛴 유일한 한국선수기도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