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북아/요르단

[암만] 파란만장 요르단 여행기 (1) 이륙부터 좌충우돌...

둘뱅 2011. 9. 9. 17:25

(요르단의 국적 항공사 요르단 항공의 비행기)

 

 

지난 이드를 앞두고 사우디를 잠시 떠나 인접국가를 다녀오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돌아오는 10월이면 사우디 생활 시즌2를 시작한지 4년차에 들어가는 걸 자축하고자 하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단 후보군에 들었던 나라들은 요르단, 이집트, 레바논, 두바이. 미리부터 계획을 세웠으면 좋았을텐데 거의 막판에 표를 구하고자 하니 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더군요. 티켓을 수배한 끝에 구한 티켓은 암만행 요르단 항공 티켓이었습니다. 연휴 시작 전날 밤 9시에 출발해서 마지막날 밤 11시 45분에 도착하는 스케줄. 그야말로 연휴를 꽉꽉 눌러서 쓰는 기분이랄까요. 잠깐의 휴가라는 기분을 만끽하고자 일찌감치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분명히 티켓에는 밤 9시 출발로 되어 있었는데, 보딩패스를 받고보니 8시 탑승 시작. 8시 30분 출발로 적혀 있었습니다. 게다가 출국장에 가니 전광판에는 9시 출발. 게다가 더 황당했던 건 전광판에는 8시 15분에 Last Call이 떴는데 정작 기다리는 사람들은 많은 탑승수속은 시작하지도 않았다는거죠. 시간이 흘러 8시 45분쯤 되자 게이트에서 탑승수속을 시작합니다. 젯다 공항은 아직 비행기를 타려면 계류장까지 버스로 이동해야 하는데, 계류장으로 가는 첫 버스를 타고 비행기에 올라탄 순간 제 눈을 1초 의심해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첫 버스로 도착했는데, 이미 기내에는 비슷한 복장을 하고 있는 수십명의 승객이 탑승해 있던 겁니다!!! 

 

그때서야 대충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이 비행기는 성지 순례객 전용 터미널인 핫지 터미널에서 승객을 일부 태운 후에 일반 승객을 태웠던 겁니다. Last call이니 하는 것도 결국은 일반 승객이 아닌 우므라를 수행하러 온 핫지 터미널 승객을 위한 알림이었던 거죠. 에미레이트 항공같은 부자 항공사들은 성지순례 비자로 입출국하는 승객들만을 위한 전용 특별편을 운영하는 반면, 그러지 못하는 항공사에서는 이런 식으로 승객을 받았던 겁니다....

 

일단 좌석에 앉고 이륙을 기다리고 있는데, 예정된 시간인 9시를 넘겼는데도 비행기는 미동도 않습니다. 특별한 안내 방송도 없습니다. 그냥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다 9시 30분쯤 계류장에서 출발하여 천천히 활주로로 이동합니다. 그때서야 안내 방송이 나옵니다.

 

"현재 젯다 공항 활주로에 많은 비행기가 이착륙하고 있어 출발이 지연되고 있으니 활주로 이용이 가능해지면 바로 출발할테니 양해해 주시기 비랍니다."

 

활주로에서 이륙 대기를 하면서 또 20분쯤인가 지났을 때 비행기가 움직이기 시작하긴 시작했는데, 이륙하려는 움직임이 아닙니다. 이때 다시 안내방송이 나옵니다.

 

"젯다공항 관제탑의 지시에 따라 저희 비행기는 계류장으로 다시 돌아갑니다. 계속되는 이륙지연에 불편함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응? 예정 출발시간 1시간 만에 계류장으로 회항???? 나름 비행기를 자주 타는 편이지만 이런 일은 처음입니다. 활주로에 이륙준비를 마치고 있던 비행기가 1시간만에 움직이는게 결국 계류장으로 회항이라뇨!!!!! 2001년엔가 새마을호를 타고 부산에 갔을 때 부산 인근 철로에 트레일러가 뒤집혀져 있다고 안내 방송도 없이 30분인가 기차안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길이 막혔다며 약 2km 정도를 그 철로 그대로 후진하다 트레일러 치웠다고 정주행했던 그때와 비슷한 기분이랄까요...

 

하지만 이 황당한 기분은 계류장으로 회항했을 때 절정에 달했습니다. 계류장에 도착했을 때 기다리고 있는 건 승객을 싣고 다니는 버스 한 대. 응???? 그렇습니다. 비행기가 승객을 안 태우고 이륙하려다 관제탑에 붙잡혔던 것입니다. 한 두명의 승객도 아닌 17명의 승객을 안 태우고 떠나려다 말이죠!!! 대충 분위기 파악은 되는게 이 성지순례객들이 뮝기적 거리다 게이트 닫히고 한참 늦게서나 나타나서 비행기 놓쳤다고 난리를 쳤을 건 불보듯 뻔합니다. 한 두명도 아니고 17명씩이나 되니 마냥 묵과할 수도 없었을 것 같구요. 보통 이런 시즌에 오는 단체 성지 순례객들이란게 시간 관념이나 비행기 이용 에티켓이 없는 건 워낙 악명높거든요... 이런 승객들과 함께 비행기를 탔을 때 제 시간에 출발한 기억은 거의 없었던 것 같네요... 

 

그래서 활주로 우선배정 순위에서 밀려 뮝기적 거린데다, 17명의 승객을 안 태우고 이륙하려던 비행기는 결국 1시간 15분이 지나고서야 겨우 이륙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 소동이 험난한 여정의 예고편이었다는 걸 그때는 몰랐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