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북아/요르단

[암만] 파란만장 요르단 여행기 (2) 한밤중에 호텔찾아 삼만리, 그리고...

둘뱅 2011. 9. 9. 19:40

(화면 중앙의 노란 화살표가 바로 호텔이 위치한 곳)



요르단 여행을 급준비하면서 어떻게 다녀올까를 놓고 출발 당일까지 고민했었습니다. 암만 부근에서 유유자적 시원한 바람을 쐬고 올까, 아니면 예전 요르단 생활에서 가보지 못한 곳을 보고 올까...를 놓고 말이죠... 그러다 출발 몇시간 전 후자를 택하기로 하고 인터넷 호텔 예약 사이트에서 평점이 괜찮고 많이 비싸지 않으면서 크게 번잡하지 않을 것 같은 호텔을 하나 골라 하룻밤을 예약했었습니다. 그 호텔을 택한 것이 결국 파란만장한 여행을 만들었지만요...


예정시간 보다 한참 늦어 자정쯤 암만 공항에 도착해서 입국수속을 밟는데 공항에서 발급해주는 비자대가 작년보다 2배로 올라있었습니다. 작년에는 10디나르 (약 15,200원)짜리 인지가 하나 붙어있었는데, 이번엔 두 장을 붙여주더군요. 입국장을 빠져나와서 후배에게 연락을 취하려고 보니 핸드폰은 로밍도 안되는데다 배터리까지 다 나가 도착했다는 연락을 취할 수 없었습니다. 낮에 같으면야 나와달라고 부탁했겠지만, 자정 부근이라 부탁하긴 미안했거든요. 때마침 공항 내 심카드를 파는 곳도 눈에 띄지 않네요. 일단 호텔에 가 핸드폰은 충전시키면 될거라 생각하고 공항 내 렌트카 부스를 찾았습니다. 아무래도 유적지를 맘대로 다니려면 대중교통보다는 운전하는 것이  나으니까요. 


이드 연휴인 탓에 후배에게 얘기를 듣긴 했지만, 대부분의 렌트카 부스는 사실상 개점휴업상태였습니다. 이미 연휴라고 사람들이 다 차를 렌트한 뒤였으니까요. 그나마 다행히 AVIS에서 차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렌트가능한 차는 Chevrolet의 Trailblazer 밖에 없어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혼자 여행이기에 조그만 차를 빌리고 싶었지만, 공항 렌트카 부스를 통틀어 단 한대 밖에 없으니 방법이 없더군요. 휴일의 암만에서 차를 빌릴 수 있다는 보장도 없고... 거리제한없이 임대비는 하루 70디나르 (약 107,000원). 일단 신용카드로 결제하고 차를 인수 받으러 공항도로에 있는 AVIS 사무실까지 갔습니다. Ford에서 나온 대형 SUV로 데려다주더군요. 그 차는 하루 임대비가 210디나르라더군요...


차를 인수받으면서 살펴보니 얼마나 험하게 몰았는지 차량에 앞뒤좌우 가릴거 없이 스크래치가 많이 나있더군요. 일단 이를 확인 후 차량 계기판에 경고등이 두 개 들어오는데도 신경쓰지 말라는 얘기를 듣곤 조수석에 메고 온 배낭을 놓고 새벽 12시 반쯤 암만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제가 13년전에 운전면허를 처음 딴 곳이 암만이었는데, 면허를 만들어 준 요르단에서의 첫 운전입니다.


암만으로 올라가는 길에 불안하게 연료게이지가 정줄을 잡았다 놨다 합니다. 기름이 얼마없기도 했지만, 경고등이 켜졌다가 꺼졌다를 반복합니다. 암만 근처의 주유소에서 만땅으로 기름을 채우고 35디나르를 내면서 사우디를 떠났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합니다. 이 돈이면 사우디에서 동급 SUV에 휘발유를 4~5번 정도 넣을 수 있는 돈이니까요. (제가 타고 다니는 캠리 기준으론 6번???)


암만에 도착해서 사람들에게 호텔 위치를 묻기 시작했을 때 이 렌트차량의 두번째 문제점이 눈에 뜁니다. 차가 안 잠깁니다!!! 자동 잠금장치는 작동을 않하고 키를 꽂아도 차가 잠기지를 않습니다. 일단 방법을 찾기 전엔 차를 열어둔채 주차를 시켜야 되는 겁니다! 어쨌든 새벽1시기에 졸립기도 하면서, 초행길이라는 불안함에 빨리 호텔을 찾고자 여러 사람들에게 위치를 물어봅니다만, 나름 큰 호텔이지만 제대로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호텔을 예약하면서 확인한 경로로도 만만치 않은 길임을 예상하긴 했지만, 상상 이상으로 찾기가 쉽지 않네요. 알고 있는 건 슈메이사니라는 지명과, 아랍 인슈어런스 빌딩 뒷편이라는 것 뿐.


제대로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서 슈메이사니 지역에서 뱅뱅 돌고 있다가 가든 호텔이란 곳 앞에서 보이는 남루해보이는 두 사람에게 물어보러 다시 차에서 내렸습니다. 가든 호텔도 누군가가 잘못 알려준 곳이었죠. 그 두 사람에게 물어보니 자신이 알려줄테니 태워달라고 합니다. 그 사람을 태우기 위해 조수석에 있던 베낭과 여행 가이드북 등의 짐들을 뒷좌석에 옮겨놓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도 결국 엉뚱한 곳을 알려줍니다. 이번엔 코모도어 호텔. 코모도어 호텔 직원에게 위치를 확인하고 다시 길을 나섰지만, 우회전 포인트를 잘못 놓쳐 계속 돌고 돌고 또 돕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상한 느낌이 들어 거리에 차를 세우고 차 안을 확인해 봅니다. 아무리 차량 안을 뒤져봐도 지갑과 아이폰이 안 보입니다!!!! 사람들은 그 한 사람 밖에 태우질 않았기에 그 장소로 다시 되돌아가 확인해 봅니다만 아무리 둘러봐도 보이질 않습니다. 그야말로 극도의 패닉 상태에 빠져듭니다...


새벽 2시에 호텔은 못 찾아서 헤메고 있고, 그 와중에 빈털털이가 되었으니 말이죠...

지갑 안에는 요르단 돈 약 600디나르와 사우디 돈 550리얄, 그리고 한국 신용카드 두 장과 사우디 이까마, 운전면허증이 들어있었습니다. 순간의 방심으로 전 재산이 순식간에 날아가 버렸습니다. 그나마 여권이나 비자, 항공권은 가지고 있고, 휘발유를 가득 채워놔서 일단 다니는덴 문제가 없었지만... 휘발유가 떨어지면??? 로밍도 안되는 핸드폰에 충전할 곳이나 심카드를 사지도 못하니 최악의 경우 그야말로 3일을 암만 공항에서만 버팅기고 있어야 할 상황이었습니다.  후배의 연락처는 잃어버린 아이폰에 저장되어 있는 상황. 어떻해서든 후배에게 연락을 취하기 위해서라도 호텔을 찾아야만 했습니다.


시간은 새벽 3시가 넘어가는데도 그 근방에서 돌고 돌고 또 돕니다. 마땅한 이정표도 없고 골목길을 빙글빙글 돌기만 합니다. 그러다 새벽 3시반 쯤 겨우 호텔을 찾아내는데 성공합니다. 그것도 아주 우연히 사이드 미러를 통해서 말이죠. 패닉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호텔 앞을 지나쳐서 차를 잠시 정차시키면서 보니 사이드 미러를 통해 호텔 상층부에 위치한 간판이 눈에 띄는 것이었습니다. 



(호텔 안내표식은 최상층에나 있으니....)



운전하면서 볼 수 있을만한 곳에는 마땅한 표식이 없고 최상층부에나 있으니 눈에 띄지 않았던 겁니다. 그리고 더 기가막혔던 건 그 앞을 3번이나 지나치고도 몰랐다는거;;;; 거의 세시간을 근처에서 헤맸던 것은 호텔이 안그래도 복잡한 주택가 한복판에 있던 탓이었습니다. 슈메이사니도 오래전에 개발된 곳이라 복잡한 동네인데, 그 중에서도 대로변이 아닌 주택가 한복판에 있으니 요르단 애들도 잘 모르는 곳을 초행길 외국인 운전사로선 헤맬 수 밖에요!!! 


(차라리 아랍 인슈어런스 빌딩 뒷편보다 북경 요리점 앞이라고 써 놨으면 뎔 헤맸을지도...)


그나마 예약이라도 해놨으니 일단 호텔에 체크인을 합니다. 신용카드 제출을 요청하는 리셉션 직원에게 지금까지의 상황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합니다. 어떻게든 친구에게 연락을 취해서 12시 이전에는 숙박료를 낼테니 체크인을 시켜달라구요. 리셉션 직원은 처음엔 황당한 표정을 짓더니 네 사정 알겠다며 약속한 시간 내에 숙박료를 내라며 방 키를 내어줍니다. 체크인 시간 새벽 4시. 공항에서 출발한지 거의 3시간 반만에 체크인에 성공합니다. 이정도 시간이면 페트라를 가서 호텔을 예약해도 되었을 시간에 말이죠...


가져갈 것도 없었지만 차문이 닫히질 않아 걱정하는 나에게 호텔 경비원은 우리가 책임질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합니다. 후배의 핸드폰 번호도 잃어버린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은 인터넷을 통한 방법. 다행히 와이파이가 지원되어 호텔 직원에세 접속 정보를 취득한 후 후배의 페이스북에다 쪽지를 남겨놓고 대충 씼은 후 잠자리에 듭니다. 아침 8시에 알람을 맞춰놓고 새벽 5시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