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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L] FC서울의 중동 원정 알 잇티하드와의 8강 1차전 직관기

둘뱅 2011. 9. 16. 03:08

 

 

사우디 시간 14일 저녁 8시 젯다 외곽에 있는 아미르 압둘라 알 파이살 빈 압둘 아지즈 경기장을 찾았습니다. TV 중계로는 몇 번 봤지만 실제로 가보기는 처음인데, 이는 ACL 8강에 진출한 FC서울의 1차전 원정경기인 알 잇티하드와의 경기를 직접 보기 위해서입니다. 작년 겨울 휴가 때 런던에서 첼시-맨유전을 보러 영국에 갔다가 폭설에 허탕친 이후로 해외생활하면서 처음으로 직관하는 경기이기도 합니다. 바로 교민회 단체응원단에 함께한 것이죠. 

 

개인적으로는 사우디생활 시즌2 시작 전 2시즌 간 FC서울의 VIP시즌권을 끊어서 상암을 찾았었기에 어떻해서든 이번 경기는 꼭 가보려고 생각했었는데, 때마침 젯다 한인회에서 티켓을 확보하였기에 회사 동료들과 단체로 가게 되었습니다. 지난 여름 휴가때 안그래도 FC서울 저지를 새로 살까 망설이다 그냥 왔었는데, 사올껄...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신문기사에서는 무더위가 어쩌고...라며 힘든 원정길임을 강조하려 들긴 합니다만, 어제 날씨는 경기하기엔 적어도 쿠웨이트보다는 훨씬 좋은 날씨였습니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 체감온도가 그렇게 높지는 않았거든요.

 

 

 

 

교민들을 위한 약 100여개의 관람석은 중앙 VIP석 부근에 별도로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혹시나 알 잇티하드팬들과의 충돌 등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경찰들의 보호 속에 말이죠. 사실 한국에서처럼 열혈 서포터즈들끼리 만나면 거친 경기에는 소동도 있기 마련이지만, FC서울의 서포터즈인 수호신들이 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한국 같으면 중립석에서 관람하는 팬들이 거의 절대 다수이기에 맞붙을 일도 없고, 설령 맞붙을 경우 일방적으로 우리가 당할 수 밖에 없기에 의미는 없다지만, 그래도 그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인 셈이죠.

 

 

 

(몇 달 만에 보는 응원도구...^^)

 

한국인 관중석에는 교민들과 함께 온 몇 명의 외국인들이 앉아 있었고, 위 사진에 있는 응원도구가 주어졌습니다. 진군가 등 응원가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기에 응원구호와 방법은 단순할 수 밖에 없었죠. "F~! C~! 서! 울! 짝짝짝! 짝1 짝!"

 

 

 

 

약 24,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아미르 압둘라 알 파이살 빈 압둘 아지즈 경기장에는 공식집계 결과 16,791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습니다. 약 100명 남짓한 한국인 응원단을 제외하면 16,691명의 알 잇티하드 팬들의 열화와 같은 응원 속에 경기를 치루는 것이죠. 상암의 웅장한 규모에 비하면 아담하기만 한 이 경기장은 알 잇티하드팬들의 환호성으로 터져나갈 듯 했습니다. 사우디 리그에서 실제로 이 정도 관중을 채우는 경기는 알 힐랄과의 라이벌전이나 중요한 시합 몇 개를 제외하곤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그만큼 알 잇티하드팬들의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알 잇티하드는 전통적으로 노란색과 검은색의 세로 줄무늬가 그려진 홈 저지를 입고 있기에 알 잇티하드 팬들로 가득찬 관중석은 노란색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알 잇타하드의 라이벌인 알 힐랄의 경우엔 푸른색으로 가득 차 있죠. 

 

(경기 시작 전)

 

 

 

 

인상적이었던 것은 알 잇티하드 선수들이 입장할 때 관중석에서 휴지폭탄을 경기장에 투척하는 것이었습니다. 육상트랙이 있긴 하지만, 이를 가볍게 넘어 피치 위로 휴폭이 떨어지기에 관리요원들은 경기 시작전 휴지들을 치워내느라 상당히 분주하게 움직여야만 했습니다. 원정에선 하얀색 유니폼을 입는 FC서울이지만, 오늘 경기에서는 홈에서 입는 붉은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펼쳤습니다.

 

 

(아쉬웠던 건 경기 관람을 방해하는 저 대형 태극기의 위치가.....)

 

 

경기 몇시간 전 누군가로부터 알 잇티하드에 대한 전력분석을 빙자한 간단한 기초자료를 만들어달라고 요청받았던 것이 있어 그간 가졌던 알 잇티하드에 대한 느낌과 지난 개막전을 지켜보면서 느꼈던 점을 정리하다 보니...

   1. 새로운 영입선수들로부터 결정력을 갖춘 공격자원들이 다수 분포해 있고,

   2. 경기 중간에 흐름을 놓치는 경향이 있으니 그때를 잘 공략해야 하고, 

   3. 경기 막판에 집중력이 강화되어 잃어버렸던 흐름을 되찾아오는 경향이 있으니 끝날 때까지 방심해서는 안된다.

로 요약되면서 이에 중점을 두고 경기를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불행히도 FC서울과의 경기에서도 지난 알 타아운과의 개막전과 마찬가지로 세 가지가 모두 적용되더군요;;;;

 

후반 교체선수들을 보니 최용수 감독은 전반에 잘 막고 후반에 승부를 걸어볼 요량이었던 것 같습니다만, 결과는 절반의 성공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특히 전반은 막판 허용한 한 골이 아쉬웠을 정도로 밀리는 상황에서도 알 잇티하드의 맹공을 잘 견뎌내었습니다만, 알 잇티하드 선수들의 압박에 사실상 전방과 수비들만 있을 뿐 미들이 생략된채 진행되다 보니 공격은 참으로 답답했습니다. 생각보다 타이트하게 마크하는 알 잇티하드 선수에 당황했는지 볼처리에 실수가 많았고, 전방으로 투입할 수 있는 패스 자체가 거의 이뤄지질 못했으니까요. 후반들어서나 공격에 활기를 찾긴 했지만요...

 

 

(하프 타임에 FC서울의 후보 선수들은 피치 위에서 몸을 풀었지만, 알 잇티하드 선수들은 아무도 없었다...)

 

 

제가 느꼈던 점 기준으로 보자면...

1. 새로운 영입선수들로부터 결정력을 갖춘 공격자원들이 다수 분포해 있고,

=> 지난 시즌 득점수와 개막전 득점자를 기준으로 생각했던 위험 인물들 중 두 명에게서 실점을 허용했습니다. 첫 골을 넣은 주장 미드필더 무함마드 누르와 후반 인저리 타임에 쐐기골을 넣은 신입 브라질 선수인 웬델이 골을 넣었고, 골은 기록하지 않았지만 나이프 하자지 등 선수들에게 FC서울 수비진들은 곤욕을 치뤄야만 했습니다. 전반 초반 파을로 조지가 부상으로 교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2. 경기 중간에 흐름을 놓치는 경향이 있으니 그때를 잘 공략해야 하고,

=> 전반에는 경기를 거의 풀어나가지 못했지만, 후반들어서는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기다리던 골 대신 실점을 먼저하고 말았죠. 결국 추격골을 한 골 넣긴 했지만, 늦은 감이 없잖아 있었습니다. 추격골이 좀만 더 빨리 터졌어도 경기는 예측하기 힘들었을텐데 말이죠...

 

3. 경기 막판에 집중력이 강화되어 잃어버렸던 흐름을 되찾아오는 경향이 있으니 끝날 때까지 방심해서는 안된다.

=> 후반의 좋은 분위기 속에서도 한 골 밖에 넣지 못한 결과는 수비진의 실수에 의한 인저리 타임에 허용한 실점이었습니다. 집중력이 떨어진 순간을 알 잇티하드 공격진들이 놓치지 않고 골로 연결시키면서 2대 1로 질 수 있었던 경기를 3대 1로 끝나고 말았으니까요...

 

(승리를 확신하는 알 잇티하드 팬들의 응원소리)

 

 

(경기장을 떠나지 않고 있는 알 잇티하드 팬들...)

 

 

FC서울이 원정경기에서 잘 싸웠지만 경기는 결국 3대 1로 끝나버렸고, 알 잇티하드 팬들은 이 승리를 기꺼이 만끽했습니다. 얼마전 월드컵 예선에서 호주에게 홈에서 1대 3으로 패한바 있는 사우디 팬들이기에 알 잇티하드 혼자 살아남은 이번 시즌 ACL에서의 선전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을테니까요. 포항에게 2년전 패한 이후로 무관에 그치고 있는 그들에게 힘을 불어넣어주기에 충분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유독 홈에서는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알 잇티하드의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세 골 모두 깔끔하게 허용했고, 중동 축구하면 떠올리는 침대축구도 볼 수 없는 멋진 경기를 펼쳤습니다.

 

(경찰들이 사우디 팬들이 나간 후 안전하게 나갈 수 있도록 한국팬들의 퇴장을 통제하고 있다...)

 

 

이렇게 1차전 경기가 끝났으니 최용수 감독도 어느정도 대비책을 강구하면서 2차전을 맞이하겠지요. 2차전이 비록 홈경기라지만, 체력적으로 본다면 서울에게도 그다지 유리한 상황은 아닙니다. 서울은 2차전에 앞서 18일과 24일에 두 경기를 치뤄야 하고, 알 잇티하드는 21일 (한국시간)에 한 경기를 치루게 됩니다. 리그 초반이라 순위 경쟁에 큰 부담이 없는 알 잇티하드에 비해 리그 막판 한경기 한경기가 소중한 FC서울에게는 소홀히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니 말이죠. 원정에서는 다소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여주는 알 잇티하드이기에 2차전에서 1차전의 패배를 만회할 기회가 있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더 고생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과연 FC서울은 홈 2차전 경기에서 서울극장을 개봉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