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서열 2위 나이프 빈 압둘 아지즈 왕세제)
사우디 내 권력서열 2위인 나이프 왕세제의 건강 문제에 대해서는 작년 10월 말 나이프 왕세제 지명 당시의 글 ([정치] 압둘라 국왕, 나이프 왕자를 왕세제로 지명. 그 배경과 전망)에서도 언급한 바 있었지만, 알 힐랄의 11번째 우승으로 끝난 사우디 크라운 프린스컵 결승전에 모습을 드러낸 그의 모습은 현재의 건강 상태에 대한 우려를 갖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자신의 직위가 걸린 대회이자 왕세제 취임 후 첫 대회였기에 대행을 보내지 않고 결승전 참관 및 시상을 위해 직접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보기엔 오히려 더 불안했습니다. 이 경기를 지켜본 많은 사우디 사람들은 알 힐랄의 우승을 기뻐했겠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도 쇠약한 티가 많이 나 보이는 그의 건강상태를 더 우려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알 힐랄 경기 후에 경기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사우디인 친구도 어제 시합을 보고는 그에 대해서 언급할 정도였으니 말이죠.
어느 정도였길래 그럴까요? 비교하는 의미에서 이영표 선수가 활약했던 작년도 컵대회 시상식 장면을 준비했습니다. 작년 대회는 고 술탄 왕세제가 주관한 마지막 대회이기도 했습니다. 시상식 장면을 보면 아시겠지만, 상 받는 모두에게 직접 메달을 걸어주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제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낸 나이프 왕세제는 힘겨워 보였습니다. 나이프 왕세제는 현재 당뇨병과 골다공증, 그리고 기타 지병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프 타임에 그의 경기장 도착을 환영해주는 군악대의 짧은 연주를 일어서서 맞이했지만, 서있는 모습이 여간 불편해 보이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후반전 경기 도중 관전하고 있는 그의 모습을 카메라가 수차례 잡아주었는데, 너무나 피로해보이는 모습 뿐이었거든요. 오히려 역시 지병을 가지고 있지만, 그보다 나이 많은 압둘라 국왕이 오히려 더 정정해 보일 정도랄까요.
무엇보다 좋지 못한 건강상태를 극적으로 보여준 것은 다름 아닌 시상식 순간이었습니다. 늘상 해오던, 선수와 스탭들에게 우승기념 메달을 직접 걸어주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부상으로 뛰지 못했던 사아드 알 하르씨 정도를 제외하곤 특별한 치사없이 간단한 악수로만 축하해 주었을 뿐이거든요. 오히려 가끔 볼 수 있는 아랍식 인사를 하지 못하도록 왕세제와 선수, 스탭들 사이에 테이블을 배치하여 접근을 막았을 정도였으니까요.
(나이프 왕세제가 참가한 시상식 모습)
이 모습을 본 사우디 사람들의 마음은 어떤 의미에서든 그다지 편치 않았을 것입니다. "아랍의 봄" 여파 속에서도 나름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사우디 왕정의 유일한 불안요소라 할 수 있는 최고 서열자들의 고령화와 이로 인한 건강 악화를 공개적으로 보여준 것이나 마찬가지니까요.
전에도 언급했듯 사우디 권력 서열에서 나이프 왕세제 이전까지는 확고한 정치적 기반과 경험을 갖추고 있어 이견이 있을 수 없었지만, 그 이후에는 자타가 공인하는 풍부한 경험과 기반을 갖춘 인사가 눈에 띄지 않는 것이 불안요소입니다. 국부 압둘 아지즈의 아들 대로 계속 승계가 될지, 아니면 손자 대로 세대교체가 이뤄지며 승계가 될지도 아직 불확실하니까요. 뭐.. 3대로의 세대 교체라고 해봐야 그나마 유력한 후보군들 역시 60대... 지금까지의 승계 과정엔 큰 문제가 없었지만, 앞으로의 승계 과정에선 어떤 변수가 발생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기도 하구요..
사우디 왕정의 미래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 어제의 결승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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