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C/사우디

[사건] 지난 연말 주베일에서 한국인 100명 넘게 잡혔다가 풀려나왔다는 소식

둘뱅 2012. 1. 17. 16:44

 

 

 

트위터를 통해 지난 연말 사우디 주베일 지역에서 100명 넘게 경찰에 연행되었다는 소식을 우연히 접하게 되었습니다. 한 두명도 아니고 100명 넘게 잡혔다는 사실에 놀라 확인해 봤더니.... 역시 술 때문이더군요;;;;

 

확인한 바에 따르면 주베일 지역에는 돼지고기와 막걸리 등의 주류를 취급하는 식당 세 곳이 비밀리에 성업 중이었다고 합니다. 돼지고기도 유통이 안되는 사우디지만 이런 것이 가능한 이유는 주베일이 있는 동부 지역의 특성 때문입니다.

 

(바레인에서 본 킹 파하드 다리. 출처: Worldisround)

 

첫째, 다리 하나만 건너면 돼지고기나 술이 자유롭게 유통되는 나라 바레인에 다녀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행기로 다녀오는 것보다 육로로 다녀오는 것이 이런 것들을 반입해오기 좋은데, 리야드나 젯다에서는 육로로 다녀오기엔 너무 멀어서 쉽게 엄두를 내지 못하는 반면 담맘-주베일 지역에서는 사우디와 바레인을 연결하는 킹 파하드 다리가 있어 몇 시간만에 다녀올 수 있기에 손쉽게 유통이 가능하거든요. 그러니 타지역에 비해 물건을 들여오기가 쉬우니 지속적인 공급이 가능하고...

 

둘째, 담맘-주베일 지역에는 다수의 화학 플랜트 프로젝트 중이기 때문에 많은 한국인 직원들이 들어와 있습니다. 즉 식당을 열어도 될 정도의 수요가 있다는 것이죠. 사우디는 땅덩어리가 넓은 만큼 지역적으로 교민 사회의 구성원들이 다른 편인데, 특히 한국인들은 사우디의 중화학 공업 중심지인 동부 지역에 많이 몰려있습니다. 바로 플랜트 프로젝트 때문이지요. 젯다가 있는 서부지역에도 얀부와 라비그를 개발하기 시작하면서 유입되는 한국인들이 많기는 합니다만, 아직까지 주베일만큼 늘어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꾸준한 수요가 있다는 것이죠.

 

가뜩이나 금지된 나라에서 수요와 공급이 일정 규모가 되니 비밀리에 사업을 하는 분들이 생기는 것이고, 좀 된다 하니 뒤를 이으시는 분이 생겨서 그런 식당이 세군데로 늘어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일단 술과 돼지고기를 함께할 수 있으니 말이죠.

 

언제나 그렇듯 안 들키기만 하면 다행인데, 걸리니까 문제가 됩니다. 지난 연말 사우디 경찰들이 비밀리에 운영하는 식당들이 있다는 첩보를 접수하고 세 곳을 한꺼번에 덮쳐 이 식당에 손님으로 온 한국인 100명 이상이 경찰서에 잡혔다가 풀려났다고 합니다. 때마침 연말연시 송년회 자리도 있고 했을테니 잡혀간 사람들의 규모가 꽤 커졌던 것 같습니다.

 

보통 일반 가정집을 활용하여 식당을 열기에 비단 사우디 뿐 아니라 인근 걸프 국가에서도 이런 류의 식당들이 걸리는 건 경찰에 밀고자가 있기에 가능한데, 그 신고자의 대부분은 외국인들이나 현지인이 아닌 한국인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준법 정신이 투철해서 그 사명감에 신고했다기 보다는 이렇게 돈버는 모습은 차마 못 보겠다는 마음가짐이 크게 작용하는 탓이 큽니다. 이번 사건의 경우엔 누가 신고를 했는지는 모르지만요. 

 

지난 포스팅에서 소개해 드렸던 젯다에서의 사건도 그렇고, 사우디 곳곳에서 술과 관련되어 한국인들이 잡혀 들어가는 사건들이 생기는걸 보니 각종 프로젝트가 생기면서 확실히 사우디에도 한국인이 많이 들어왔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런 사건들이 자꾸 생기면 생길수록 피곤해지는 건 결국 한국인들입니다. 지금까지 쌓아둔 좋은 이미지 덕에 그나마 나은 대우 (검문대상에서 제외된다던가 등등의...)를 받고 지내고 있는데, 경찰과 자꾸 엮이게 되면 그 좋게 박힌 이미지마저 흐려지게 되거든요. 젯다-얀부를 오가는 고속도로의 검문소에서 얼마 전까지 한국인들에겐 않하던 검문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