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C/사우디

[사건] 주류 반입하다 문제를 일으켜 사우디에서 재판받고 있는 어떤 분의 이야기

둘뱅 2012. 1. 16. 00:00

 

 

 

앞선 글 ( [사회] 사우디 입국시 주류 반입은 하지 말아야... )에서 언급한 바 있는 내용의 정황을 좀더 들은 바 있어 따로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모 회사의 협력업체 직원 한 분이 사우디에 입국하면서 팩소주 한 박스를 반입하려다 걸렸다고 합니다. 사우디는 공식적으로는 금주국가입니다. (뭐 그런다고 다 금주를 하는 것은 아니고, 마시는 사람들은 잘 마십니다.... 두바이 등 인근 국가에서 술먹고 진상질하는 인간들 중 사우디 애들 상당히 많죠;;;;) 이런 사우디에 이런저런 이유로 간혹 주류반입을 시도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게 또 복불복이라서 운좋게 통과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아무리 아까워도 압류에 순순히 응하고 처분대로 따르면 큰 문제없이 빠져나올 수 있다고 합니다. 죄는 있으되 자신의 잘못을 수긍했으니 정상을 참작하고 봐주는 측면이 있지요.

 

물론 그런 처분이 내려지는 건 한국 사람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도 있습니다. 외국인들이 워낙 많이 들어오는 사우디라 자신들만의 기준으로 국가의 레벨을 매기고 그에 따라 대응을 하는데, 한국은 좋은 국가로 간주되어 있거든요. 만약 똑같은 일을 서남 아시아애들이 하다 걸렸다면 더 가혹하게 다루고도 남을 사우디 애들입니다. 

 

예전 현장에 있었을 때 한국 직원이 파키스탄 직원을 때려 파키스탄 직원의 신고로 동네 파출소를 간 적이 있었는데, 한국 사람은 사우디 사람이 있는 그나마 깨끗한 유치장에 넣고, 파키스탄 사람은 돼지우리간 같은 시궁창 같은 유치장에 넣고 사건을 처리하더군요. 개인적으로도 사진촬영금지 구역에서 딱 한 장 찍은 사진이 빌미가 되어 군인들에게 불려갔다가 한 시간만에 나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시키는대로 문제의 사진을 삭제하며 순순히 따랐더니 큰 문제로 삼지는 않더군요. 하필 시위가 예정되었던 날이었던 터라 문제가 꼬일려고 들면 얼마든지 꼬일 수 있었는데 말이죠. ([사회] 조용했던 사우디 "분노의 날", 군인들에게 불려들어갔던 사연 참조)  

 

그 처분이라는게 보통은 벌금을 부과한다거나, 아니면 여권이나 이까마 사본을 첨부하여 "앞으로는 주류반입을 시도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내용의 진술서 겸 각서에 서명을 하는 것이라네요. 그 어떤 커넥션이 있어서 입국 후 어떻게든 다시 빼내오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은 시키는대로 따라줘야 본인에게도 큰 문제없이 마무리가 됩니다. 

 

하지만 이 분은 무슨 마음이었는지 세관의 압류를 거부하고 그들 앞에서 되려 한국 음료수라며 팩소주를 들이키면서 문제를 심각하게 만들어버렸습니다. 주류를 반입하는 것도 죄인 나라에서 범법자가 오히려 저항하자 공항 경찰들이 개입하고 이 사건을 자신들의 상위 기관인 검찰?에게 넘겨버린 것입니다. 공항 경찰들은 공항이라는 위치의 특성상 나름의 자율권이 있어서 심각한 문제가 아닌 이상 공항 경찰들 선에서 일을 마무리하지만, 이와 같은 아주 특별한 사건의 경우엔 상위 기관으로 이관시켜 버린다는군요.

 

문제를 일으켰으니 재판을 받기 시작합니다. 불구속 상태라고는 하지만 당사자의 여권이나 관련 서류가 관계 당국에 압수된 상황이라 꼼짝하지도 못합니다. 재판받는 사이에 입국한지 3개월이 넘어선 지난 토요일이 되어서나 법원의 판결이 내려지고 지문을 날인했다고 합니다. (방문비자의 경우 입국일로부터 유효기간 1개월이 주어지고 최대 3번까지 연장이 가능해서 최장 4개월 정도 체류가 가능하고, 워크비자의 경우 입국일로부터 90일 내에 이까마를 만들어야 되는데 이 분의 경우에는 어떤 비자로 입국했던 둘다 처리가 안되었을테니 사실상 불법체류 상태인 셈입니다. 그러니 불구속 상태라고 해도 창살없는 감옥에 있는 것이나 다름없죠) 판결 내용은 징역 2개월에 태형 70대 후 강제출국이라고 합니다. 이슬람을 믿을 경우 50대로 감형해준다고 했다더군요. 지문날인은 강제출국 후 재입국을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예전에는 이런 정보들이 시스템화되어 공유되지 않았기에 특히 그동안 사우디에 많이 유입되어 온 인도나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서남아시아에서 온 노동자들이 이 헛점을 많이 이용해 왔었습니다. 스폰서로부터 도망친 후, 또는 문제를 일으켜 사우디에서 출국당한 이들이 본국, 혹은 자국 대사관에서 이름을 살짝 바꾼 여권을 만들어 재입국하거나 도망친 사실을 숨겨버리곤 했었거든요. 그러던 것들이 2008년 10~11월경부터 전산화되면서 워크비자로 입국할 경우 입국 수속 중 찍은 증명사진, 그리고 스캔한 지문 정보가 내무부, 외무부 등 관련 부서에 공유되면서 이런 약점을 보완하기에 나섭니다. 전에 말씀드렸듯 이때 찍힌 사진이 이까마와 운전 면허증 사진으로 그대로 사용되는 것이 그 예죠. (그러나... 사진의 퀄러티는 시망;;;;;)

 

길고 지리한 과정을 거쳐 판결이 나왔으면 그걸로 사건이 종료되어야 겠지만, 사우디의 특별한 법집행 시스템은 이마저도 더  많은 인내를 요구하게 만듭니다. 법원이 내린 판결을 시당국에 승인받는 과정이 바로 그것입니다. 판결이 승인을 받기까지 약 2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하는데, 이 과정에서 형량이 변할 수 있기에 최종 승인 과정을 지켜봐야 합니다. 지난 9월말 국내 언론에도 소개된 바 있는 운전하다 걸린 사우디 여성에게 법원이 구형한 태형 10대를 (국제 사회와 여성계의 여론을 의식한) 국왕의 명령으로 하루만에 취소시켰던 것이 판결을 집행하기 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 특유한 시스템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지금 이 사건은 현재 법원의 판결이 끝난 후 최종 승인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인데 회사나 영사관 등에서 최종 결과를 확인해 보려고 하는데 확인하는 소스마다 이야기들이 달라서 어떤 걸 믿어야 할지 모르는 어중간한 상태인 것이 문제입니다. 과연 최종 태형의 대수는 70대인가, 아니면 감형이 이뤄졌는가, 징역 2개월의 기준일을 언제부터 잡을 것이냐 등이 변수거든요. 특히 징역 시작일을 과거로부터 소급적용하기 시작하면 재판과정에서 3개월 이상을 보냈기에 맞고 바로 나가면 되지만, 최종 승인일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2개월을 감옥에서 더 살아야 하니까요.

 

회사측도 영사관도 정확한 상황을 파악할 수 없으니 난처한 상황이지만, 어찌되었든 이 상황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는 당사자만큼 난처하고 답답한 사람은 없겠지만요. 회사 측에서는 영사관에 빠른 결과 확인을 독촉하고 있는 상황인것 같지만, 그마저도 쉽지는 않은 것 같아보이구요. 조만간 당국으로부터 최종 승인받은 형량이 확인되고 집행되기는 하겠지만, 그 시간과 과정이 당사자에겐 씻지 못할 악몽으로 남게 되겠죠.

 

로마에선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듯이 마음에 안들어도 사우디에선 사우디 법을 따라야 합니다. 만약 지키지 못하다 문제가 될 것 같으면 순순히 따르는 것이 무엇보다 본인을 위해 좋은 일이 아닐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