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SPL] 11/12 시즌 결산 (1) 주요 팀별 시즌 리뷰

 

지난 주 ACL 16강전을 끝으로 알 힐랄에서 뛰고 있는 유병수는 휴가를 즐기고 있고, 알 나스르와 계약이 종료된 김병석은 귀국길에 오르면서 사우디 리그의 모든 팀들이 시즌 종료 후 12/13 시즌을 앞둔 휴식기에 들어갔습니다. 이에 따라 11/12 시즌 결산을 몇 차례에 걸려 정리해 볼까 합니다. 오늘은 첫번째로 주요 팀들의 시즌 리뷰입니다. 순서는 리그 순위에 따랐습니다.

 

1위 알 샤밥 (지난 시즌: 4위 / 크라운프린스컵: 8강 / 킹컵: 8강 / ACL: - (2012) / 직행 (2013))

- 6시즌 만의 리그 우승! 그러나 화룡점정을 하지 못하고....

리그 최강의 골잡이 나세르 알 샤므라니를 보유하고도 한동안 리그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던 알 샤밥은 이번 시즌엔 달라진 탄탄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6시즌만에 리그 우승을 이뤘습니다. 팀 이름에 걸맞게 젊은 선수 위주의 팀구성으로 인한 노련미 부족으로 결정적인 순간에 무너져 왔으나 이번 시즌에는 경험많은 선수들과 감독의 지도력이 맞물려 탄탄해진 조직력으로 시즌 내내 선두 경쟁을 벌여왔었습니다. 지난 시즌 무패 우승의 디펜딩 챔피언 알 힐랄을 상대로 일방적인 경기 끝에 거뒀던 2라운드에서의 승리에서부터 예견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리그에서와 달리 컵대회에서는 전부 8강에서 어이없이 무너지면서 리그 우승에만 만족해야 했습니다. 특히 무패 우승 달성 후 사기가 충천한 상황에서 시작된 킹컵 8강에서 시즌 내내 전력 불균형으로 고생했던 알 나스르에게 예상 밖 연패를 당하면서 탈락했던 것이 옥의 티였다고 할까요....    

 

 

2위 알 아흘리 (지난 시즌: 6위 / 크라운프린스컵: 공동 3위 / 킹컵: 우승 (2연패) / ACL: 8강 진출 (2012) / 직행 (2013))

- 아쉬웠지만 최상의 시즌 마무리

비록 알 샤밥과의 최종전에 비기면서 역전 우승의 기회를 놓쳐버린 알 아흘리였지만, 전체적으로는 최상의 성적으로 마무리한 시즌이었습니다. 최근 들어 3~6위권에서 맴돌던 알 아흘리는 02/03 시즌이래 최고의 성적인 준우승으로 리그를 마쳤으니까요. 리그 초반에는 알 샤밥과 알 잇티파끄의 연승 행진에 가려 크게 눈에 띄지 않았으나 시즌 중반 이후부터 우승 경쟁에 동참하는 저력을 발휘하며 리그 최종전까지 우승의 향방을 가늠할 수없는 박진감 넘치는 시즌을 만들어내고야 말았습니다.

 

리그에서의 선전을 바탕으로 이어진 킹컵에서 2연패를 달성하며 알 샤밥과 더불어 킹컵 최다 우승팀 (2회)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한편 조별 예선 첫 경기에서 남태희에게 결승골을 허용하며 ACL 무대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카타르의 레퀴야에게 패하면서 불안하게 출발하였으나 결국 8강 진출에 성공하였습니다. 

 

 

3위 알 힐랄 (지난 시즌: 1위 / 크라운프린스컵: 우승 (5연패) / 킹컵: 4위 / ACL: 8강 진출 (2012) / 직행 (2013))

- 세대 교체의 후유증? 팀개편은 여전히 진행 중...

알 힐랄의 팬들은 팀의 세대교체를 불안한 시선으로 지켜보며 시즌을 맞이했습니다. 지난 두 시즌 리그 2연패를 달성에 앞장섰던 야세르 알 까흐따니, 이영표, 윌헬름손, 라도이, 네베스 등의 핵심 노장선수들이 계약 종료, 완전 이적, 임대 이적 등으로 팀을 떠나면서 비교적 젊은 외국인 선수들을 영입했으니까요. 우려는 현실이 되어 토마스 돌 감독이 즐겨 쓴 4-4-2 포메이션으로 리그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이적시장에서 그동안 전술상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에마나를 임대 이적시키고 보냈던 윌헬름손을 다시 불러들이기까지 했고, 시즌 중반 급 멘붕된 아흐마드 알 프라이디의 팀 무단 이탈사태와 주장 오사마 하우사위의 해외진출 선언 등으로 어수선하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토마스 돌 감독 경질 후 대행 체제로 맞이했던 크라운 프린스컵에서 유병수의 대활약과 함께 재미를 본 4-5-1 포메이션이 자리를 잡으면서 아쉽지만 무난하게 리그를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길 경기에선 확실히 이겼던 지난 시즌들과 달리 골결정력 부족, 오심, 수비 집중력 저하 등으로 이겨야 할 경기를 몇 경기 놓치면서 타이틀 방어에 실패한 주요 원인이었습니다. 

 

하지만, 알 힐랄이 몇 시즌째 이루지 못하고 있는 양대 목표 중 하나인 킹컵에서는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던 알 잇티하드를 8강에서 꺾으며 가능성을 높이는 듯 했으나, 알 아흘리에게 지면서 또 다음 시즌을 기약하게 되었습니다. 조별 예선 초반 3연속 무승부로 불안하게 시작했던 알 힐랄은 나머지 3경기에서 3연승을 거두며 조1위로 16강에 진출하여 16강 전에서 화끈한 공격력을 선보이는 압승으로 8강 진출에 성공하여 또다른 팀의 목표인 ACL 우승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임대 보냈던 야세르 알 까흐따니의 복귀와 제3 스트라이커였던 이사 알 미흐야니의 알 아흘리 이적, 주장 오사마 하우사위의 유럽리그 진출 등이 확정된 가운데 드록바와 사샤를 노린다는 루머가 들리는 알 힐랄이 이번 이적 시장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며 팀을 개편할지 기대가 됩니다.  

 

 

4위 알 잇티파끄 (지난 시즌: 3위 / 크라운프린스컵: 준우승 / 킹컵: 8강 / ACL: 플레이오프 탈락 (2012) / 플레이오프? (2013))

- 시작은 좋았으나............

리그 초반에만 해도 알 샤밥과 함께 무패가도를 달리며 리그 선두권에 있었던 알 잇티파끄였지만, 시즌 중반 이후 기세가 한풀 꺾여 밀려나가면서 결국 4위로 시즌을 마감했습니다. 아시아 쿼터를 통해 수비수 보강을 위해 승부조작으로 퇴출되었던 이정호를 영입한 무리수는 결국 161분, 2경기 출장 (1 경기는 퇴장)으로 끝나고야 말았습니다.

 

ACL 직행 티켓이 3.5장으로 줄어들며 진출했던 플레이오프에서 이란의 에스테그랄에 패하며 조별예선 합류에 실패한 바 있는 알 잇티파끄는 내년에도 플레이오프를 거쳐야 되지 않을까 싶네요.

 

 

5위 알 잇티하드 (지난 시즌: 2위 / 크라운프린스컵: 공동 3위 / 킹컵: 8강 / ACL: 8강 진출 (2012) / - (2013))

- 21세기 들어 최악의 시즌, 그러나 잘 마무리하면서 희망을 남긴....

이번 시즌 알 잇티하드는 7위로 마감한 97/98 시즌 이후 14시즌 만에 최악의 시즌을 보냈습니다. 알 잇티하드의 우승 청부사였던 디미트리 다비도비치 감독마저 전북에 져 ACL 우승 도전이라는 미션 달성에 실패하면서 위태로워진 알 잇티하드의 경기력은 마트야즈 켁 감독 밑에서 1승 2무 5패라는 참혹한 성적과 더불어 수렁에 빠져들었습니다. 이 결과가 더욱 충격적이었던건 중하위 팀들에게 당한 패배가 많았다는 데 있었습니다. 그리고 선수 이적에 대한 온갖 루머가 나도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마트야즈 켁 감독 경질 후 급히 수혈한 감독은 수석 코치를 한 번 맡은 것이 전부인, 감독 경험이 전무한 초짜 감독 라울 카네다였기에 불안감은 더 커질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의외의 감독영입은 알 잇티하드에겐 그야말로 대박이었습니다. 중하위권 팀들에게까지 패배를 당하는 굴욕을 겪던 팀이 완전히 바뀌어 그의 부임 이후로 리그와 ACL에서는 무패 행진을 달리고 있으니까요. 킹컵에서는 알 힐랄에게 원정골 우선 원칙에 따라 아깝게 지면서 컵대회 창설 후 5회 연속 결승 진출에 실패했지만, 경기 자체로만 보면 2무였기에 그가 이끄는 알 잇티하드의 지지않는 경기는 계속되고 있던 셈이죠.

 

완전 수렁에 빠졌다 살아나긴 했지만 리그에서의 처참한 결과로 오랜만에 다음 시즌 ACL에서는 알 잇티하드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간만에 국내 리그에만 올인할 수 있는 알 잇티하드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네요.  

 

   

7위 알 나스르 (지난 시즌: 5위 / 크라운프린스컵: 8강 / 킹컵: 준우승 / ACL: - (2012) / - (2013))

- 막판 대반전을 노렸으나....

이번 시즌 알 나스르는 외국인 선수에서 재미를 못보는 등 팀 밸런스가 전체적으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시즌 중 고른 활약을 펼쳤던 공격수 핫지 부까쉬와 시즌 중 가장 마지막에 합류했던 리치를 제외하면 팀 스쿼드에 제대로 안착한 선수가 없었으니까요.

 

ACL로 개편되기 전 마지막 아시안 컵 위너스 컵에서 알 힐랄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마투라나 감독을 영입하였으나, 정작 리그에서는 불안정한 경기력을 극복하지 못하면서 스스로 무너지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킹컵 8강에서 만난 알 샤밥에게 1차전 역전승을 거두면서 살아난 기세로 결승 진출까지 4연승을 달리며 킹컵 우승에 처음 도전하였으나, 디펜딩 챔피언 알 아흘리에게 참패를 당하면서 내년도 ACL 참가를 노려봤던 알 나스르의 막판 도전은 실패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그만큼 경기력이 올라온 것이 다행이었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