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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사우디의 새 왕세제 살만 왕세제는???

둘뱅 2012. 6. 19. 14:14

 

 

압둘라 사우디 국왕은 지난 일요일 나이프 왕세제의 장례식을 마친 다음날 그의 사망으로 공석이 된 왕세제에 그의 이복동생이자 나이프 왕세제의 친동생인 국방장관 살만 빈 압둘 아지즈 왕자를, 내무장관 자리에 고 나이프 왕세제와 현 살만 왕세제의 친동생인 내무차관 아흐메드 빈 압둘 아지즈 왕자를 지명함으로써 관련 인사 조치를 마무리했습니다. 이는 압둘라 국왕이 추진하고 있는 온건한 개혁정책의 지속적인 추진을 위한 인사로 보여지고 있습니다.

 

나이프 왕세제의 경우 압둘라 국왕의 개혁정책에 대해 종종 반대하는 모습을 보일 정도로 보수적인 성향 때문에 외국인 근로자들이나 외교가에서 부담스러운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지만, 그에 비해 살만 왕세제는 과거로의 급격한 회귀정책을 취할 것으로 보이진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2005년부터 압둘라 국왕이 이끄는 사우디는 외국인들이나 여성들에게 그 어느 때보다도 개방적인 정책을 많이 취하고 있거든요... (일련의 개방정책 중 가장 중요한 여성들의 운전 허용 문제가 쉽게 해결되고 있진 않지만요...)

 

술탄 나이프 왕세제는 사우디 국부 압둘 아지즈와 그의 여덟번째 부인이자 가장 영향력이 큰 왕비였던 핫사 알 수다이리 사이에서 태어난 25번째 아들로 사우드가의 로열 패밀리로 일컬어지는 수다이리 세븐 (수다이리 왕비의 일곱 아들) 중 6남이고, 내무장관으로 승진한 아흐메드 빈 압둘 아지즈 왕자가 7남입니다. 참고로 수다이리 세븐에 대해 간략히 정리해 봅니다.

 

1남 파하드 빈 압둘 아지즈 (1921~2005): 사망. 사우디 5대 국왕 (1982년 6월 13일부터 2005년 8월 1일까지)

2남 술탄 빈 압둘 아지즈 (1929~2011): 사망. 왕세제 (2005년부터 2011년 10월 21일까지) 겸 국방장관 (1962년부터 2011년 10월 21일까지) 

3남 압둘라흐만 빈 압둘 아지즈 (1931~현재): 국방차관을 역임했으나 (1978년부터 2011년 11월까지) 나이프 왕세제로의 권력승계에 반발하여 해고됨.

4남 나이프 빈 압둘 아지즈 (1933~2012): 사망. 왕세제 (2011년 10월 27일부터 2012년 6월 16일까지) 겸 내무장관 (1975년부터 2012년 6월 16일까지)

5남 투르키 (2) 빈 압둘 아지즈 (1934~현재): 1950년대 후반 리야드 주지사, 70년대 국방차관을 역임했으나 일찌감치 권력 서열에서 밀려남.

6남 살만 빈 압둘 아지즈 (1935~현재): 왕세제 (2012년 6월 18일부터) 겸 국방장관 (2011년 11월 5일부터). 전 리야드 주지사 (1963년부터 2011년 11월 5일까지)

7남 아흐메드 빈 압둘 아지즈 (1940~현재): 내무장관 (2012년 6월 18일부터/1975년 부터 2012년 6월 17일까지는 내무차관)

 

살만 왕세제는 19살이던 1955년 4월 19일 리야드 주지사에 지명되었다가 1960년 12월 25일에 사임하면서 첫번째 주지사 생활을 마쳤으나, 1963년 2월 15일부터 국방장관에 취임하기 위해 물러난 2011년 11월 5일까지 약 48년간 두번째 리야드 주지사를 맡으면서 관광, 중소도시 규모의 리야드를 대도시로 탈바꿈시킨 공로를 인정받은 바 있습니다. 관광, 자본 프로젝트에 해외투자 유치에 앞장섰으며 서방 국가들과 지정학적, 경제적인 우호관계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가 차기 왕권 승계 서열에서 유리한 위치에 올라가게 된 것은 지난해 술탄 왕세제의 사망으로 공석이 된 국방장관에 지명되었을 때부터입니다. 근 50년 넘게 리야드 주지사로 재직하면서 쌓아왔던 경험을 바탕으로 나이프 왕세제 사후 차기 왕세자가 되기 전에 강력한 정부 요직에서의 경험을 쌓게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그가 이러한 요직에 올라설 수 있었던 데에는 아래와 같은 이유들로 그의 자질을 인정받았기 때문입니다.

첫째, 융화적이고 외교적인 자질을 갖추고 있는데다 똑똑하고 열심히 일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약 4,000여명으로 추산되는 사우드가의 왕자들 사이에서 분쟁발생 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신뢰할만한 중재자로서 인정받고 있다는 점,

둘째, 사우드 왕가의 중간세대에 위치하고 있어 사회적, 문화적으로 신구 세대를 보다 밀접한 유대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점,

셋째, 오랜 기간의 주지사 경험을 바탕으로 아랍 및 서방 세계와 맺고 있는 인적 네트워크를 잘 살릴 수 있다는 점.

 

그 외에 주목할만한 사실은 언론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이는 살만 왕세제와 그의 가족이 범 아랍계 신문 앗 샤르낄 아우싸뜨, 경제지 알 이끄티사디야, 영자지 아랍 뉴스를 거느리고 있는 미디어 그룹 사우디 리서치 앤 마케팅 그룹 (SRMG)의 사실상 소유주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지분상 대주주는 약 30%의 지분을 소유한 탈랄 왕자의 킹덤 홀딩 컴패니이지만, 약 10%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살만 패밀리의 아들인 파이살 빈 살만 왕자가 그룹의 대표를 맡고 있으니까요.

 

그의 건강상태는 현 압둘라 국왕 및 다른 왕세제들과 마찬가지로 썩 좋은 편은 아닙니다. 지난 2010년 척추 수술을 받은바 있으며, 뇌졸증으로 쓰러진 적이 있어 각종 물리치료 및 재활치료에도 불구하고 오른팔은 정상적이나 왼팔을 자유스럽게 쓰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나마 암과 같은 중병을 앓고있지 않다는게 다행이랄까요.  

 

살만 왕자가 왕세제로 지명되면서 위에서 언급한 바대로 압둘라 국왕의 점진적인 개혁정책 추진의 영속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고령화되어 가고 있는 사우디 왕실의 잠재적인 불안요소는 여전히 남아있고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지금이야 고 술탄 (국방장관 49년 재임), 나이프 (내무장관 47년 재임), 현 살만 왕세제 (리야드 주지사 48년 재임)처럼 오랜 기간 중요 직책의 수장을 성공적으로 맡아 이뤄낸 성과로 그들의 왕세제 승계에 반론이 많진 않았지만, 고령인데다 건강 상의 이유로 곧 아흔을 바라보는 압둘라 국왕과 마찬가지로 왕세제들도 언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데다 그 아래 서열로 내려갈수록 압도적인 경험을 가진 왕자가 많진 않을 것이기에 일이 잘못 꼬이면 왕권 다툼 싸움에 휘말려 들어갈 수도 있으니 말이죠... (참고로 보는 [정치] 술탄 왕세제 서거로 본 사우디 왕권 승계 절차 및 주요 후보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