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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우디 최초의 여성 전용 산업도시 건설과 여성의 사회진출사

둘뱅 2012. 8. 14. 00:21

 

(사우디 산업단지청 로고. 로고를 클릭하면 홈페이지로...)

 

 

사우디 산업단지청은 여성 투자자들을 목표로 여성 전용 산업도시의 설계와 발전을 취한 초기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첫단계로 5억 리얄 (약 1,500억원) 이상이 투자될 예정으로 여성들에게 적절한 환경에서 일하게 하여 왕국의 발전에 기여하도록 계획하고 있으며, 사우디 산업단지청은 이 산업 도시에 사우디 여성 투자자들과 사업가들을 유치하고자 합니다.

 

사우디 산업단지청 고위 관계자는 "최근, 여성 투자자와 사업가들의 수가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이며, "사우디 산업단지청은 다양한 산업 활동에서 사우디 여성들의 능력을 살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며, 여성 전용 산업도시들의 발전은 여성들의 에너지를 국가 발전 강화에 기여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여성들이 행정과 보안을 포함한 이 새로운 산업도시의 활동 전반을 운영하게 됩니다.

 

사우디 내각은 여성들을 위한 산업 프로젝트 설립에 한해 도시 내에 산업 지역을 정하기 위한 관련부처를 신설한 바 있습니다. 이 부처는 첫번째 여성 전용 산업도시를 위한 토지를 호푸프 지역으로 정했습니다. 호푸프에 생길 이 새로운 산업 도시의 정식 이름은 알 아흐사 제2 산업도시로 알 아흐사 공항 인근에 위치할 예정이며, 여성들에게 5천여개의 일자리를 제공하게 됩니다.

 

사우디 산업단지청은 효율적인 산업 도시를 만들기 위해 여학생들이 있는 킹 파이살 대학과 같은 사우디 종합 대학들과 기술 학원들에게 산업과 제조 분야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최신 기술과정을 가르칠 것을 요청한 바 있습니다.

 

 

1. 사우디 산업단지청 (MODON)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사우디 산업단지청은 2001년에 신설되어 산업도시들의 개발과 유지 책임을 맡고 있습니다. 현재 사우디 전역에 걸쳐 29개 산업 도시를 감독하고 있으며, 앞으로 5년 이내에 여성 전용 산업도시를 포함한 11개의 산업 도시를 설립하여 40개의 산업도시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사우디의 산업도시들은 엄밀한 의미의 도시가 아닌 우리나라의 각종 산업단지, 공장지대들 산업체들이 몰려 있는 지역을 의미합니다. 산업단지가 위치한 인근 도시명을 따서 XX 산업도시란 명칭을 붙이며, 한 도시에 여러 산업단지가 있을 경우 제1, 제2, 제3 산업도시라는 명칭을 붙입니다. 현재 사우디 산업단지청이 감독하고 있는 산업도시가 있는 지역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운영중 

리야드 (3군데), 젯다 (3군데), 담맘 (3군데), 메카, 까심 (2군데), 알 아흐사, 알 메디나, 카르즈, 수다이르, 하일, 타북, 아르아르, 알 주프, 아시르, 지잔, 나즈란, 알 바하, 타이프, 알 줄피, 샤끄라아, 하프르, 알 바틴.

 

2) 설립 계획중

알 아흐사 (두번째/최초의 여성 전용 산업도시), 살와, 두바, 알 바하 (두번째), 여러 군사 도시들, 젯다 (4번째) 등

 

 

2. 확대되어 가는 사우디 여성들의 사회진출사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극히 제한되어 있는 사우디도 2000년대 중반 이후 젯다 같은 도시를 중심으로 사회 진출의 폭이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사우디 여성들이 초기 진출했던 분야는 의료계와 교육계였습니다. 카우스트를 제외하면 남녀가 따로 수업을 받는 사우디에서 여학생들을 가르칠 여선생님들과 특정 진료과에 한해서는 여성 의료인들의 손길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2001년경 LG전자에서 당시 사우디 사회로서는 파격적인 서비스를 도입합니다. 남성 서비스 센터 직원들과 통화에 거부감을 느끼는 여성 고객들을 위한 여성 전용 서비스 콜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 파격적인 서비스 콜센터는 당초 아이디어와 달리 여성 콜센터 직원과 통화하는 남성들이 생기면서 일탈을 조장한다는 보수적인 종교계의 압력에 의해 몇 달을 가지 못하고 중단됩니다.

 

하지만 개방이 본격화된 2천년대 중후반부터 금융, 보험 등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여성 직원들을 투입하면서 고객 서비스 콜센터에서 일하는 사우디 여성들을 쉽게 볼 수 있게 되면서 이와 더불어 실제로 사람들을 상대하지 않아도 여성들의 꼼꼼한 작업을 필요로 하는 내근직 위주로 사우디 여성들이 사회활동을 시작하게 됩니다.

 

일부 도시에서 사우디 여성 투자자들과 사업가들도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하지만, 사우디 법규상 여성 이름으로 사업체를 등록할 수 없어 남자 바지사장을 내세워야 하는 한계 때문에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여성계의 요구도 아울러 커지고 있습니다.

 

2009년 보수적인 종교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사우디 역사상 최초의 남녀공학 학교인 킹 압둘라 과학기술대학교 (통칭 KAUST)가 개교하면서 여성들에 대한 보수적인 시각의 변화를 알리게 된 사우디는  2010년 대들어 내근직 위주로 한정되었던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진일보하게 되는데, 사우디 내 대표적인 슈퍼마켓 체인 중 하나인 판다 (PANDA)에서 계산대에 사우디 여성 캐셔를 고용하면서 논란에 불을 지피게 됩니다. 

 

기존의 내근직이 아닌 남성들을 포함한 직접 사람을 상대하는 직종이기에 보수적인 종교계의 반발이 거셌지만, 여성들에게 사회참여를 인정하는 변화 속에 점점 고용이 확산되어 사우디에서 가장 개방적인 도시인 젯다 같은 경우 일반 매장에서도 여성 직원들을 고용하기 시작하였으며, 최근에는 여성들의 불만이 높았던 속옷 매장에 한해 여성들만 근무하도록 바뀐 바도 있었습니다. 그전에는 남성들이 속옷을 팔았기에 여성들의 불만이 많았거든요. 또한 아직까지는 단순 이벤트성 행사이긴 하지만 여성 자영업자들을 위한 특설매장이 개설되는 등 사회 곳곳에서 급격하게 사우디 여성들의 진출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조만간 여성에게도 참정권을 부여하는 등 신장되고 있는 여권만큼이나 강렬해지고 있는 여성계의 가장 절실한 요구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국내 언론들을 통해 가끔 소개되어 알려져있다시피 여성들의 본격적인 사회진출을 막고있는 근본적인 이동권의 제약인 "여성들의 운전 허용"이 바로 그것입니다.

 

공식적으로는 외간 남자와의 부적절한 접촉을 막기 위해 운전을 금지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늘어나는 여성들의 사회진출과도 직접 연관되어 있습니다.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늘어나는 이유 중 하나는 젊은 남성들의 높은 실업률 때문입니다. 결혼 적령기 남성들의 높은 실업률로 인해 전통적인 사우디 가족이 만들어지기 힘든 상황에서 가정에 있어야만 하는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늘어나고 있는데, 대중교통이 거의 발달하지 않은 사우디에서 여성들의 본격적인 사회진출을 제약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운전입니다. 이 제약마저 풀어버리면 가족에 대한 전통적인 가치관이 무너질 수 밖에 없으니까요.

 

사우디에서조차도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늘어나고 있지만 참정권 인정과 더불어 여성들의 운전 허용이 사우디 여권 신장의 수위를 결정하는 결정적인 기준이 될 것입니다. 과연 사우디 여성의 사회진출을 위한 마지막 제약이 언제 풀리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