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C/사우디

[경제] 노동부가 추진하는 외국인근로자 단속조치에 압둘라 국왕이 유예기간을 주었지만...

둘뱅 2013. 4. 11. 00:37

(하루하루가 불안해질 수밖에 없는...)



제 블로그를 통해서 이미 몇차례 전해드렸던 바대로 사우디인 채용을 달성하지 못한 업체들에 대한 이까마 및 워크퍼밋 연장불허로 발생하게 된 불법체류자들과 원칙적으로는 불법이지만 관례상 묵인해 왔던 다른 스폰서 밑에서 일해 여권법을 위반한 외국인 근로자들을 본격적으로 솎아내기 시작하여 그간 사우디 내에서 궂은 일을 맡아오던 외국인 근로자들이 불심검문을 피하기 위해 출근을 거부하는 등 사우디 사회가 대혼란에 빠지자 압둘라 국왕은 지난 6일 단속의 대상이 되는 외국인들이 문제를 보완할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3개월간의 유예기간을 줄 것을 공표했습니다.


사우디 관영통신은 압둘라 국왕이 최대한 3개월 내에 사우디 내에 노동법과 거주법을 위반한 채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자신의 상태를 정정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줄 것을 내무부와 노동부에 직접 명령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사실.... 3개월 뒤면 라마단이 시작됩니다... 그 전에 정리시키라는 거지요.)


일간 알하야트지는 여권과 담당자의 발표를 통해 최근 몇달간 사우디에서 20만명 이상의 외국인들을 강제출국시켰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노동부와 내무부의 강경책 강행 원인

1) 왜곡된 인력시장 개혁

노동부와 내무부가 합작한 외국인 강제 정리는 현재 사우디 내 민간 분야 일자리 중 10% 정도만 차지하고 있는 사우디인들에게 외국인 근로자들 대체하여 보다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노동시장 개혁의 일환입니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중앙은행의 2011년 통계자료에 따르면 취업한 사우디인 10명 중 9명은 공무원, 공기업 등 공공 분야에서 근무한다고 나타날 정도로 보다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민간 분야보다 공공 분야로의 쏠림 현상이 심각한 상황입니다. 


지난해 중동지역 국가들 중 최대인 6.8%의 경제성장율을 보이며 활황기를 맞이하고 있는 사우디지만 자국민들의 낮은 취업률로 인해 장기적인 경제 계획을 세우는데 있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인근 국가들이 자국민들의 실업문제가 아랍의 봄 혁명이 일어난 중요한 원인이었다는 사실은 사우디 정부로서도 이런 상태를 그대로 유지할 수 없다는 심각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자국민이 소수고 외국인이 다른 이웃 걸프국가들과 달리 사우디는 자국민이 전체 인구의 2/3, 외국인이 1/3으로 이뤄져 있기에 정부의 복지책만으로는 궁극적인 해답을 찾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 토요일 압둘라 국왕의 공식 발표가 있기 전 핫타브 알 에나지 노동부 대변인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노동부는 노동법 시스템을 위반한 근로자들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회사들을 조사할 것이며, 앞으로도 노동법을 원칙대로 적용시키기 위한 작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노동부의 의지는 그만큼 강렬했습니다. 이런 강경한 의지를 압둘라 국왕이 막아선 셈이죠.


2) 사우디 국내경제의 순환구조를 왜곡시키는 높은 외화송금액에 대한 부담 감소

세계 제1의 석유 수출국인 사우디는 전체 인구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특히 민간 기업에서 많은 일자리를 차지하고 있기에 상대적으로 많은 자국민들의 높은 실업문제와 아울러 사우디에서 벌어들인 엄청난 수익을 자신들의 모국으로 해외송금을 시켜왔기에 사우디 내에서 돌아야 할 엄청난 자금이 사우디 내에서 돌지 못하고 해외로 빠져나가는 왜곡된 경제구조를 갖고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책을 찾기 위해 애를 쓰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사우디 중앙은행의 최신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사우디에서 외국으로 송금된 돈의 액수가 2010년보다 5.4% 늘어난 1035억 리얄 (약 31조원)이었으며, 경상수지흑자의 17.4%를 차지할 정도로 사우디 경제 내에서 순환되어야 할 엄청난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사우디 경제구조를 심하게 왜곡시킬 정도로 해외송금 규모에서 세계 제2위를 차지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사우디가 스스로 자처한 면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지금은 많이 풀어줬지만 오랫동안 외국인들에게 소유권에 제한을 둬왔기에 특히 사우디 경제에 많은 돈을 풀 수 있는 고소득의 외국인들은 사우디에 투자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모국으로 송금할 수 밖에 없었고, 저소득의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사우디에 나오기 위해 엄청난 빚을 져가며 에이전트 비용을 대고 나왔기 때문에 가정에도 송금을 보내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빚도 갚아나가야 하니까요.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타스폰서 밑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이 많은 이유과 그로 인한 문제점들

원칙적으로 사우디 노동법에 따르면 모든 외국인 근로자들은 자신들의 고용주를 스폰서로 둬야하고, 다른 스폰서 밑에서 일하려면 서류상 스폰서도 변경해야 되지만, 관례적으로 기본 서류들을 바꾸지 않고 다른 스폰서 밑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이 상당히 많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용역파견업체에서 그런 일이 빈번한 편이고, 사우디 내에서 필요인력을 급영입할 때도 종종 그런 일들이 있어왔습니다. 


스폰서 변경을 위해서는 2,000리얄 (변경 횟수가 늘어날 때마다 2,000리얄씩 추가. 2회차 변경시는 4,000리얄....)의 스폰서 변경수수료와 각종 부대비용이 발생하여 이 비용부담을 누구에게 시킬 것인가에 대해 갈등이 생길 여지가 있고, 신규 비자발급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특정 직종의 인력을 급히 수배해야할 때 사우디 로컬에서 섭외하는 경우도 있기에 타스폰서 밑에서 근무하는 것은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묵인해 왔던 것을 다시 한번 옥죄려는 것입니다.


니따까가 도입되면서 이러한 규정에 예외를 만들었는데 노동부가 제시한 사우디 고용비율을 철저하게 맞춘 업체들에 한해서는 정부 방침을 따라준 것에 대한 보상으로 다른 스폰서 밑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빼올 수 있는 당근책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사우디인 고용율이 너무 낮은 업체 역시 벌금을 받게되지만요.


외국인들이 타스폰서 밑에서 근무를 하게 될 경우 정부 당국으로서도 입국한 외국인들의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지만, 외국인들에게 있어서도 타스폰서 밑에서 일한다는 핑계로 이까마 및 체류허가 연장과정에서 원래 스폰서들이 불법적으로 과다한 돈을 착복하는 노동 암시장이 생겨나거나, 심지어는 돈을 다 받아내고도 관련 서류를 연장해주지 않아 불법체류자로 만들어버리는 등 부정적인 문제들이 곳곳에서 발생해왔었습니다.



노동부와 내무부의 불심검문 강화 뒤 일어난 대소동

지난 몇 주간 맨파워 업체들이나 계약업체, 건설업체 등 정부의 강경책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지닌 일부 업종에서는 그들의 체류허가를 확인하기 위해 오는 감독관들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 출근을 거부하고 집에 틀어박혀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늘어나면서 정상적인 사업을 진행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곳곳에서 전해져 왔습니다. 리야드에 있는 일부 사립학교에서는 체류허가 서류상의 불일치로 인해 감독관들에게 적발될까봐 두려워 선생님들이 집에서만 머무르고 있어 임시 휴교령을 내릴 정도로 사회 곳곳에서 패닉과 멘붕이 함께 하는 대혼란기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특히 적발 위험도가 높은 인력들이 대부분 궂은 일을 맡아왔기에 사회 곳곳에서 정상적인 활동을 보이지 못하게 된 것이죠.


사우디 내부에서 뿐만 아니라 사우디 경제에 많은 영향을 받는 나라들에게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기에 지난 일요일에는 사우디의 빈곤한 이웃국가 예멘 정부가 사우디에서 연간 약 2십억달러를 예멘으로 송금해주는 예멘인 노동자들의 국외 추방율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는 현실에 우려를 표명했으며, 지간 금요일 인도측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에서 일하고 있는 많은 인도인 근로자들의 고향인 케를라주의 옴멘 찬디 수석장관이 만모한 싱 총리에게 사우디 정부의 강경책에 개입해 줄 것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할 정도로 그 파장이 만만치 않습니다.



노동부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자랑했지만...

지난달 노동부의 발표에 따르면 니따까를 도입하며 지난 몇년간 광범위한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 민간 영역에서 6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여 남성 실업률을 2000년 이래 최저치인 6.1%로 낮췄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2~3월말 사이 사우디인을 단 1명이라도 채용시키지 않으면 니따까를 엄격하게 적용하겠다고 경고한 약 34만여개 중소업체들 중 25만여개 업체가 이를 거부하는 등 여전히 많은 업체들이 사우디인 고용을 꺼려하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울러 파키흐 노동부 장관은 3개월의 유예기간은 충분한 기간이라며 노동부는 1주일 내에 이와 관련한 절차 및 시스템을 발표하고 원할한 업무진행을 위해 노동부 직원들은 앞으로 3개월간 연차를 주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현실적으로는 압둘라 국왕이 준 3개월간의 유예기간 동안 외국인 노동자들의 문제를 완전히 정리하기엔 충분하지 못할 것입니다. 스폰서들이 적극적으로 협조해주면 다행이지만, 이에 비협조적으로 나오는 스폰서들 또한 분명히 나올 것이고, 마음대로 돌아갈수 없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약점을 이용하여 과다한 비용을 착복하거나, 특히 스폰서 문제가 불명확한 사업을 하고 있는 외국인의 약점을 이용해서 물품을 떼어먹거나 거래를 끊내 사업을 망하게 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말테니까요. 사우디 노동시장의 불안은 상당히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