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덤 센터 전망대에서 본 파이살리야 타워 반대편 리야드 풍경)
사우디는 세계 최대의 석유 수출국이자 아랍에서 가장 큰 경제규모를 가지고 있는 부국이지만 국민들에 대한 주택 공급측면에서는 가난한 국가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약 2천만명에 달하는 사우디 국민들 중 60% 정도가 자가 소유 주택이 아닌 임대 주택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러한 임대 주택 중 대부분은 안좋은 상태라고 이웃 국가 바레인에 있는 부동산 컨설팅 업체 CBRE 바레인사무소의 마이크 윌리암스 리서치 팀장은 말합니다.
주택부족 문제로 인해 임대료 상승은 사우디 인플레이션의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비록 지난 2008년의 기록적인 29.7%의 상승율에 비하면 한참 낮은 수준이지만, 작년 3월부터 올 3월까지 사우디 전역의 주택 임대비는 연평균 3.7% 상승한 바 있습니다. 아무래도 수도 리야드는 더욱 심각하여 작년 한해에만 평균치의 두배를 상화해는 8%의 상승을 보인 것으로 글로벌 부동산운용사인 존스 랑 라살 (Jones Lang LaSalle)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1. 사우디의 주택 임대방식과 공무원들의 급여수준
25세 공무원인 파이살 알 다킬은 주택부족 문제로 싸우고 있는 사우디 소시민 중의 한 명입니다. 그는 직장까지의 왕복 출근시간을 95분 이하로 줄이기 위해 리야드에 있는 싼 아파트를 임대하고 싶어 알아봤지만, 그나마 찾은 곳들의 연간 임대료는 SR60,000~SR80,000 (한화 약 1800만원~2400만원)였습니다. 이런 임대비를 감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 그는 결국 리야드시 외곽 동부지역 떨어진 곳에 위치한 허름한 SR26,000의 아파트에 임시 정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사우디는 월세 개념은 찾기 힘들고 대부분 연단위로 임대비가 책정되며 임대비는 보통 연 1회납 또는 반기납으로 정산합니다. 젯다 같은 곳의 유명한 컴파운드에서 생활하려면 내야하는 연 임대비는 SR100,000 이상일 정도로 다른 물가에 비해 주택 임대비는 상당히 비쌉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우디인들의 평균 급여는 생각처럼 높지 않습니다. 지난 2011년 복지 패키지 발표와 더불어 압둘라 국왕이 인상시킨 공무원들의 최저 급여는 월 3,000리얄 (90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높은 임대료는 사우디인으로서도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민간업체의 경우 공공분야보다 급여수준이 더 낮아진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생각처럼 여유로운 벌이는 아닐 것임을 알 수 있죠.
2. 사우디 정부로부터의 전폭적인 복지가 어려운 이유
간혹 인터넷으로 카타르나 UAE 국민들이 정부로부터 받는 엄청난 복지혜택에 관한 글들을 보면 사우디는 어떨까??? 싶으시겠지만, 사우디 국민들이 이들만큼의 혜택을 받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왜냐하면 인구가 많아도 너~~~~무 많은 탓이죠. 약 2천만명의 사우디 자국민 수는 다른 UAE, 카타르, 오만, 바레인, 쿠웨이트의 내외국인 전부를 다 합친 것보다도 많거든요. 사우디의 자국민 수는 UAE와 카타르 자국민 수에 10배에 달하는 반면, 경제규모는 그렇게까지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이웃국가들처럼 표나게 혜택을 주기엔 국민들이 엄청나게 많은 셈입니다. 실제로 1인당 GDP를 봐도 10만달러를 상회하는 카타르나 5만달러를 상회하는 UAE에 비해 사우디의 1인당 GDP는 아직 3만달러가 되지 못하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알 수 있죠. 그렇기 때문에 아랍의 봄 같은 민중봉기를 위려한 사우디 정부가 주택 및 노동시장 개혁에 더욱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3. 주택건설을 위한 주거용 토지 구획이 부족한 이유
이전 포스팅에서도 언급했듯 부자들이 주거용 토지 구획을 사들여서 땅값을 올려오고 있는데다 기존 시스템을 통해 토지 교부금 형태로 받은 시민들이 정작 자금 부족으로 그들이 받은 땅을 개발하지 못하면서 많은 구획들이 개발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
마이크 윌리암스 리서티 팀장은 최근의 한 리포트에서 사우디 정부가 주택 교부금 형태로 220만 구획을 시민들에게 배분했지만, 이들 중 어느 정도 구획이 실제로 사용되었는가에 대해 기록된 공식적인 자료는 없다고 밝히면서, 이는 대부분의 구획이 개발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있을 가능성이 있고, 이러한 주택 교부금이 사우디에서 필요로 하는 주택 공급이 부족함을 드러내는 증거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지난 3월 현지 언론들은 슈웨이쉬 알 두와이히 주택부 장관이 주택건설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필요한 토지들 중 오직 1/3만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하였으며, 주택부 관계자는 장관의 발언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4. 대출자들에게 유용한 저리의 은행 대출상품의 부족
사우디인들의 주택소유를 어렵게 하는 또 하나의 장애물은 바로 저렴한 은행 대출상품 부족한 점입니다. 이슬람 금융이라는 민감한 특성으로 인해 대출자들이 융자금 상환에 실패할 경우, 은행이 대출자들의 주택을 회수할 수 있는 명확한 법적 규정 자체가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하여 은행들은 리스크 감소 차원에서 대출자들에게 가능한 높은 금리로 대출해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것입니다.
윌리엄스 팀장은 주택담보 대출과 관련하여 장기간의 서류화된 안전책의 부족형상은 이로 인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모두가 아닌 (경제적으로 고율의 이자를) 감당할 수 있는 일부에게만 팔 수 있도록 관련 상품의 금리를 필요이상으로 높게 책정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5. 사회기반시설 확충을 위한 정부의 칙령
압둘라 국왕이 주택건설 프로젝트를 발표한 지 2년 후인 지난 주에 내려진 칙령은 미뤄지고 있는 주택 공급정책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조치로 보여지고 있습니다. 이 칙령에서 압둘라 국왕은 수도권 및 지방행정부 (Ministry of Municipal and Rural Affairs)에게 부처에서 보유하고 있는 토지들을 즉시 주택부로 인계하여 주택부로부터 대출을 받아 주택을 지으려고 하는 시민들에게 배분하기 전에 도로와 같은 기반시설을 짓게 할 것을 지시하였습니다.
압둘라 국왕은 재정부에 사회기반시설 건설을 위한 자금 사용 승인을 내릴 것을 명하였습니다. 한편 다른 부처에게는 배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필요한 낭비나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주택부가 토지 공급이나 임대 등의 토지 공급량을 결정하는데 필요한 관련 데이터를 제공하도록 지시하였습니다. 하지만, 모든 정부 유관 부처가 원할하게 협업을 하더라도 워낙 방대한 일이기 때문에 사우디가 미국이나 영국과 같은 다른 부유한 선진국처럼 약 2/3 국민들이 주택을 소유하는 수준에 이르는 데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여집니다.
지난 1월 주택부는 시민들의 주택 교부금 적격 여부를 결정하는 메커니즘을 준비하는 데만 1년 정도가 소요될 것이라 밝힌 바 있으며, 사우디 정부부처의 관련 업무 효율성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지만, 이를 관리하는 것은 상당히 느린 절차로 진행될 것이라 전망됩니다.
6. 주택공급을 지연하는 건설업계 내부의 문제
건설업계 내의 각종 병목현상도 주택 공급 지연에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현재 사우디 건설업계의 병목현상은 부족한 시멘트 공급에 있습니다. 지난 주 압둘라 국왕은 시멘트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천만톤의 시멘트 수입과 30억리얄의 예산을 투입하여 3년 내에 3~4곳의 시멘트 공장 건설을 명령했다고 사우디 관영통신이 보도한 바 있습니다.
7. 문제해결을 위한 예상 소요시간
리야드에 있는 자드와 투자회사의 파하드 알 투르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건설과 관련된 전체 프로그램을 끝내는 데 걸리는 소요시간을 10년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중앙은행의 보고자료에 따라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세계 평균 1.1%의 성장률을 상회하는 연 2.1%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사우디의 인구 성장률과 관련하여 현재의 주택 프로그램은 상황에 따라 다른 안을 따라야 할 수도 있습니다. 지난 1월 알 두와이히 주택부 장관은 현지 MBC 방송국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110만채의 주택이 필요할 것이라고 이야기 한 바 있습니다.
파이살 알 다킬은 최종적으로 자기 소유의 주택을 구입하는 것에 낙관적이었지만, 주택소유를 위한 토지와 융자를 신청하는데 최소한 5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덧붙이며 금방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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