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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세계에서 가장 큰 여대는 의외로 사우디에? 프린세스 누라 빈트 압둘라흐만 여대

둘뱅 2013. 5. 9. 12:49

(프린세스 누라 빈트 압둘라흐만 여대 로고)



앞선 글에서 언급했던 지하철 시스템이 들어서게 될 프린세스 누라 빈트 압둘라흐만 여대 (Princess Noura bint Abdur Rahman University. 약칭 PNU- 부산대학교의 영문약칭과 동일)는 리야드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여대입니다. 원래 1970년 개교한 리야드 여대로 시작하였으나, 압둘라 국왕이 세계 최대규모의 건물과 자급자족이 가능한 고등교육도시 내 최신식의 여성 고등교육기관을 세우라는 압둘라 국왕의 비전에 따라 530만달러 이상을 투입하여 리야드 전역에 34개 캠퍼스를 갖춘 프린세스 누라 빈트 압둘라흐만 여자대학도시 (University City for the Princess Noura bint Abdulrahman University for Women)로 2008년부터 확장 개편되었습니다. 지난 3월 콘월 공작부인 (찰스 황세자의 부인)의 프린세스 누라 여대 방문 취재기에 따르면 여성들만 출입이 가능하며, 학교 내에서 볼 수 있는 남성은 대형 현관홀 벽에 걸려있는 압둘라 국왕을 포함한 초상화가 전부라고 합니다. 압둘라 국왕이 학교의 자금줄이며, 무료 교육이라고 합니다.



누라 빈트 압둘라흐만 알 사우드 공주는??

현재의 학교 이름은 압둘라 국왕의 아버지이자 사우디를 건국한 압둘아지즈 국왕의 누나를 추모하는 의미에서 이름을 따왔으며, 누라는 아랍어로 빛이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누라 빈트 압둘라흐만 알 사우드 공주 (1875~1950)는 사우디를 건국한 압둘아지즈 국왕의 한 살 많은 누나로 압둘아지즈 국왕이 종종 "나는 누라의 동생이다!"라고 자신의 신분을 밝혔고,  그의 동생 무함마드도 같은 표현으로 자신을 소개했다고 알려졌을 정도로 각별한 사이였다고 합니다.


가부장중심의 문화를 가진 극보수 마초국가인 사우디 건국자가 어떻게 누나에게 의지할 수 있었을까요?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그녀는 "남성 40명분의 마음"과 위대한 지혜를 가진 장부스타일의 여성이었다고 합니다. 당대 사우디 여성으로는 보기드문 식자였으며, 카리스마있는 성품과 강건한 정치적 사고를 바탕으로 권력다툼에서 밀려 쿠웨이트로 쫒겨났던 동생 압둘아지즈가 권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격려했고 압둘아지즈 국왕도 민감한 주제에 관해서는 그녀의 의견을 경청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그녀는 압둘아지즈 국왕의 핵심 자문역 중 한 명이었으며, 심지어 그가 공석 중일 때는 그의 위치에서 국가를 통치했었습니다. 그녀의 매우 진보적이고 외향적인 성격을 보여주는 예가 있는데, 사우디에 처음으로 전화가 도입되었을 때 많은 이슬람 성직자들이 전화를 악마의 도구라 간주하여 그 사용을 거절했었을 때, 그녀는 반대하는 그들조차 전화없이는 살아나갈 수 없을 정도의 놀라운 기기라고 주장하며 적극적으로 전화기의 사용을 지지했었습니다. 이 외에도 압둘아지즈 국왕의 자녀들이 버릇없는 행동을 할 때마다 훈육을 위해 고모에게 보냈을 정도로 누라 공주는 사우드 가문에 속한 어린 조카들의 교육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압둘라 국왕은 세계에서 가장 큰 여대를 만들면서 자신의 성장기에도 영향을 주었던 고모의 이름을 따왔던 것입니다. 그의 고모처럼 능력있는 여성인재를 육성하고 싶은 바램이 담긴 것이겠지요.

 


(대학 본부)



대학 구성

이과대 (College of Science), 컴퓨터대 (College of Computer Science), 상경대 (College of Business and Administration), 약학대 (College of Pharmacy), 간호대 (College of Nursing),  물리치료대 (College of Physical Therapy), 교육대 (College of Education), 언어와 번역대 (College of Languages & Translation), 사회복지대 (College of Social Service), 미술 및 디자인대 (College of Art and Designs)  10개 단과대학과 석박사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모노레일이 들어선 엄청난 규모의 캠퍼스

프린세스 누라 여대의 규모는 450만권의 장서를 보유할 새 도서관을 포함하여 8백만 평방미터 이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리야드와 대학도시를 연결하는 10개의 출입문과 학생 및 직원들의 기숙사, 모스크, 기혼 학생이나 직원들의 자녀들을 위한 학교와 유치원, 그리고 오락시설을 포함한 800여개의 건물이 세워져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여대이자, 세계에서 가장 큰 10대 대학 중 하나라는 엄청난 규모를 자랑합니다.


(프린세스 누라 여대 지도)



여성들의 운전이 불허된 나라에서 안그래도 드넓다는 캠퍼스를 어떻게 다닐까요? 그 답은 바로 메트로입니다. 셔틀 버스가 아닌 셔틀 메트로가 운영되고 있는 셈이죠. 학교 내에는 학교와 커뮤니티를 연결하는 총연장 11.5km의 전자동식 메트로와 학생들을 위한 모노레일이 설치되어 있어 리야드 공항에서 리야드로 들어가다보면 철로가 보입니다. 처음에는 수동으로 메트로를 운영했으나 2012년 9월 4일 사우디 철도당국으로부터 캠퍼스 내 자동화 전철의 운영 면허를 취득했습니다. 사우디 철도당국이 외부에 철도 운영권을 넘겨준 것은 프린세스 누라 여대가 최초였습니다.


(교내를 다니는 모노레일)





(교내를 연결하는 철로)



(보건대학)



(기숙사로 연결된 철로)



(만들어지기는 했으나 여학생들의 운동을 금지하는 법령 때문에 학생들에게 개방되지는 못했던 운동장. 얼마전 사우디 종교당국은 교내에서 여학생들의 운동을 허가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여대가 있는 사우디, 하지만 현실은?.... 그래도 나아지는 중!

사우디 대학생의 58%를 차지하는 여학생들 중 겨우 14%만이 노동시장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이들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85%는 교육계, 6%는 보건계, 9%는 공공분야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성은 자상한 어머니, 모범적인 시민이자 생산성있는 직원이 됨으로써 국가의 내부와 외부에서 사회 안정을 유지하고 국가 경제의 구축에 기여하며, 최고 수준의 사회와 국가를 대표하기 위한 의무보다 큰 책임을 수행한다. 또한 나라 밖에서는 그녀가 속한 나라와 공동체의 대사가 됨으로써 그녀의 종교적 신앙과 우리의 가치관을 대변한다."


라는 말을 남긴 압둘라 국왕은 2010년대 들어 전통적인 여성의 사회진출분야와는 다른 분야로의 활동분야를 넓혀주어 올해 초 슈라 위원회에 사상 첫 여성 위원을 지명하는 등 여성의 사회참여를 늘려가는 점진적인 여권 신장 정책을 실행에 옮김에 따라 좀더 다양한 분야에서 고등교육을 받은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자전거 탑승금지라던가 학교에서 조차도 체육활동 불허 등 여성에게 주어졌던 많은 금기사항들을 풀어주는 우호적인 상황 속에서 대표적인 상징인 여성들의 운전금지 제한이 언제 풀리게 될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