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C/사우디

[경제] 사우디, GCC최초의 자동차 제조국 도전? 재규어 랜드로버와 협상중!

둘뱅 2013. 5. 16. 00:49

(지난 2010년 사우디 최초의 자동차 양산을 꿈꾸었던 SUV 가잘-1의 이미지)


사우디는 저가로도 충분한 공급이 가능한 알루미늄과 파격적인 금융지원을 통해 자동차 제조업을 유치하여 오랫동안 희망해왔던 GCC 국가 최초의 자동차 생산국이 되기 위한 야망을 성취시키기 직전에 와있습니다. UAE의 일간지 더내셔널 (The National)은 사우디가 지난 해 타당성 검토를 위한 초기 계약을 체결한 후 현재 자동차 생산 라인을 얀부 산업도시에 설치하기 위해 재규어 랜드로버와 협상 중에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재규어 랜드로버는 사우디 정부로부터 10억 달러 상당의 투자와 세계 최저가의 알루미늄 공급을 조건으로 협상하고 있으며, 이 협상과 관련한 고위 관계자는  올해가 가기 전에 계약이 성사될 것임을 확신한다고 밝혔습니다. 홍해에 있는 얀부시의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알라아 나시프 얀부 왕립 위원회 위원장은 재규어 랜드로버와의 협상을 올해 안에 마무리지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히면서, 계약이 성사될 경우 2017년경 양산차량 첫 출하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탈석유화 정책, 그리고 석유화학산업 육성에서 보여 준 잠재력

사우디는 석유자원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던 석유화학 중심 산업 다각화의 일환으로 그간 소홀해왔던 왕국 내 산업기지 개발을 위해 엄청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와 민간 업체들은 걸프만에 인접한 동부지역의 주베일과 더불어 양대 산업단지 중 하나인 서부지역의 얀부에 530억달러 상당을 투자해 왔습니다.


저렴한 탄화수소 원료공급이 가능한 사우디는 석유화학 산업을 구축하고 SABIC (Saudi Basic Industries Corporation)을 동종업계 내 세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 있는 업체로 키워내면서 산업화에 대한 잠재성을 보여준 바 있습니다. 사우디는 석유화학제품을 플라스틱으로 변환하는 다운스트림 산업 개발을 장려하여 기초 원자재 수급과 소비재를 위한 부품 제조망을 구축하고자 애쓰고 있습니다. 궁극적인 목적은 이러한 발전의 정점으로 간주되는 자동차 생산과 같은 복잡한 제조과정 속에 자체 생산한 부품을 사용하기 위한 것입니다.



사우디와 재규어 랜드로바가 노리는 것

알라아 나시프 위원장은 13일 UAE의 수도 아부다비에서 열린 중동지역 다운스트림 위크 컨퍼런스 (The Middle East Downstream Week Conference) 전 별도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이 계약이 일단 성사되면 사우디의 산업화 수준을 한단계 더 끌어올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2017년부터 대부분의 자동차 부품이 국내에서 공급될 것이며, 언젠가는 모든 자동차 부품을 사우디 내에서 자체조달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습니다.


재규어 랜드로버의 입장에서 노리는 큰 그림은 내년 초무렵부터 차량 생산에 사용될 알루미늄을 생산하기 시작할 예정인 마아덴 알코아JV (Ma'aden-Alcoa Joint Venture) 프로젝트의 알루미늄 제련소에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왕국 내에서 나온 각종 자원 등의 원자재를 사용하여 초저가에 생산하는 것으로, 알루미늄은 재규어와 랜드로버 생산의 핵심 금속입니다. 이에 대해 이 제련소는 사우디에서 매우 경쟁력있는 원가에 알루미늄 생산을 가능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라탄 타타 (Ratan Tata) 타타그룹 명예회장 겸 재규어 랜드로버 소유주가 밝혔습니다.


그 외 추가 인센티브는 얀부에 자동자 10억 달러로 추산되는 제조공장을 세우기 위해 필요한 전체 비용 대부분을 부담해야 할 사우디 정부를 통해 제공되고 있으며, 관련 시설과 기반시설물들은 재규어 랜드로버측에 임대로 제공됩니다.


나시프 위원장은 사우디의 연간 차 수입량이 100만대에 근접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걸프와 다른 중동지역으로부터의 수요를 포함한 국내 수요를 감안하면 사우디 내 자동차 제조업은 진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습니다.

http://www.thenational.ae/business/industry-insights/economics/saudi-arabia-in-talks-on-car-manufacturing


화려하게 소개 된 계약 소식 후 조용한 킹 사우드 대학과 다임 오토모티브 테크놀로지의 계약

이와 관련하여 GCC 최초의 자동차 생산국이 되려는 꿈을 실현하기 위한 조치의 하나로 지난 2010년 킹 사우드 대학 (King Saud University)은 초기 자본금 5억 달러로 리야드에 공장을 짓고 세단 1이라 명명된 사우디 최초의 차량을 생산해내기 위해 한국의 다임 오토모티브 테크놀로지와 계약을 체결한 바가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제품을 선보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계약에 따르면 사우디, 걸프 및 북아프리카 시장을 목표로 한국-사우디 합작의 5인승 모델인 세단 1을 2년 내 35,000리얄 의 저가에 내놓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계획된 합작사는 사우디 정부 투자펀드가 60%, 다임 오토모티브 테크놀로지가 30%, 킹 사우드 대학이 10%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는 것으로 알려진 바 있습니다.

http://www.saudigazette.com.sa/index.cfm?method=home.regcon&contentid=2010122790067


사우디제이션을 위한 잘 훈련된 생산인력 육성의 중요성

자동차 제조업을 유치하고자 애쓰고 있는 사우디가 해결해야 할 문제 중 하나는 생산공정에 투입할 수 있는 생산인력, 특히 사우디인 인력을 육성하는 것입니다. 일자리 창출에 좋은 제조업의 특성을 감안할 때 수입 의존도 100%인 자동차 산업 육성은 사우디의 입장에서는 수입 대체효과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매력적인 산업이긴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지는 일자리를 어떤 인력으로 채우느냐는 또다른 문제니까요. 니따까를 통해 안그래도 기존에 와있던 외국인들도 어떻게든 사우디인으로 교체해보려는 상황에서 예전처럼 외국인 노동자의 일손에 전적으로 의지할 수 없고, 사우디인들이 생산-제조업에는 익숙하지도 않은데다 기피하고 있어 그만큼 생산성도 떨어지는 상황에서 이들을 어떻게 준비시켜 투입할 수 있느냐가 생산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중요한 문제가 되는 것은 물론, 앞으로의 고용 정책 운영에 있어서도 또다른 영향력을 끼치게 될테니 말이죠. 


만약 제대로 성과를 거둘 수 있다면 사우디 정부 입장에서도 민간 기업들에게 사우디인 고용을 적극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 촉매제가 될 수 있지만, 기존처럼 상대적인 생산성 저하라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정부 입장에서도 다시 한번 난처해질 수 밖에 없으니까요. 사우디 항공이나 은행들처럼 2000년대 초반 일찌감치 대부분의 직원들을 사우디인으로 교체하며 성공적인 사우디제이션의 예로 자주 언급된 바 있으나, 그 이면에는 이용객들의 원성을 유발하게 만들었던, 생산성 저하라는 사우디제이션의 부작용을 함께 보여준 실례이기도 했습니다. 기존의 외국인 직원들이 단 몇 분만에 처리하던 일을 몇 배나 느리게 처리했으니 말이죠. 그때보다는 그래도 나아졌고 개인차가 있지만, 은행이나 사우디 항공을 이용하다 보면 여전히 짜증나게 만드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사우디인 노동인력에 대한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가 정부의 강요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인 고용을 기피하는 요인 중 하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