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알힐랄과 알샤밥의 조별예선 경기를 직접 보았던 리야드의 프린스 파이살 빈 파하드 스타디움 내 관중석에서 본 어린 소녀들)
사우디 축구협회 (Saudi Arabia Football Federation- SAFF) 회장은 여성팬들의 경기장 입장을 허용하는 결정은 자신이 내릴 수 있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면서 사우디 축구협회가 여성팬들이 경기장에 직접 와서 관전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이라는 최근의 여러 언론 보도들을 부인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습니다.
(오른편에 손을 들고 있는 사람이 아흐메드 이드 알 하르비 사우디 축구협회 회장)
아흐메드 이드 알 하르비 사우디 축구협회 회장은 알리야드지의 인터뷰에서 이와 같은 (단순한 축구의 영역이 아닌 사회 전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중대한 결정은 자신이나 사우디 축구협회가 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국왕의 결정사항이며, 나라의 정치적 지도력만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이라며 보도들을 부인했습니다. 현재 사우디는 초경이 시작되어 히잡 착용을 시작하기 이전의 소녀팬들에 한해서는 축구장 입장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예전에 가지고 있던 남녀칠세부동석과 같이 혼성 합석을 피하는 기준 나이가 우리는 7세였던 반면, 사우디에서는 히잡 착용이 기준인 셈입니다. 사우디 정서상 히잡 착용은 한낱 어린 소녀가 완전한 여성이 되었음을 의미하는 데서 비롯됩니다.
하지만 그는 인터뷰에서 협회 내에서 여성팬들이 축구경기를 경기장에서 직접 볼 수 있도록 일부 경기장 내 사업가들이나 가족들에게 임대되어질 특별한 관람구역의 건설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한 일련의 연구들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참고로 사우디의 축구장들은 오래 전에 지어진데다 리야드의 킹 파하드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을 제외하면 2만석 전후의 작은 경기장들이어서 우리가 말하는 스카이 박스와 같은 특별한 관람구역이 없었습니다.
그는 이러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한 특별 관람구역이 2014년 문을 열게 될 뉴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 (New King Abdullah Sports City Stadium) 내에 지어질 가능성이 있고, 또한 개보수 중인 프린스 압둘라 알 파이살 스타디움 (Prince Abdullah Al Faisal Stadium) 내에 지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두 경기장 모두 사우디에서 가장 개방적인 도시인 홍해를 끼고 있는 항구도시 젯다 시내외에 위치했다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특별 관람구역이 도입될 젯다의 두 축구장; 뉴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 그리고 프린스 압둘라 알 파이살 스타디움
젯다는 보수적인 사우디 내에서도 독특한 특성을 갖고 있어 그나마 좀 자유로운 도시이고, 사우디의 입장에서 봤을 때 개방적인 움직임이 제일 먼저 일어나는 곳이기도 합니다. ([월간국토] 세계의 도시 152- 관용과 개방의 도시, 젯다 (2011년 4월호) 참조)
(현재 건설 중인 뉴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 조감도)
뉴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은 젯다 킹 압둘아지즈 국제공항에서 북쪽으로 3km 떨어진 곳에 현재 조성 중인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의 중심지로 국제대회 개최 등을 목적으로 리야드에 있는 6만 8천석 규모의 킹 파하드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 이어 두번째로 큰 6만석 규모의 국제 경기장으로 FIFA 규격을 준수해서 지어지는 사우디 내 첫 축구 경기장입니다. (뉴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이라 불리는 것은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이 부라이다에 있는 알타아운과 알라이드의 홈구장으로 이미 사용되고 있어 구별하기 위함입니다. 명칭은 완공시에 최종 정리가 되겠지만요.) 완공되면 프린스 압둘라 알 파이살 스타디움을 홈구장으로 쓰고 있는 알잇티하드와 알아흘리의 홈구장으로 사용될 예정입니다. 아마도 두 구장을 함께 쓰게 될 것 같지만요.
알힐랄, 알샤밥, 알나스르가 돌아가며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리야드의 킹 파하드 인터내셔널 스타디움과 프린스 파이살 빈 파하드 스타디움에 비해 젯다의 프린스 압둘라 알 파이살 스타디움은 젯다라는 도시와 구단 및 팬들의 규모 등을 비교했을 때 인프라는 상당히 뒤떨어졌었습니다. 1970년에 23,000석 규모로 지어진 프린스 압둘라 알 파이살 스타디움은 젯다의 옛 번화가인 남부지역에 위치하고 있으며 몇차례 증축과 개보수를 거쳐 33,000석 규모로의 확장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이에 따라 사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작년부터 알아흘리와 알잇티하드는 젯다 홈경기를 인근의 메카에서 치루고 있는 상황입니다. (프린스 압둘라 알 파이살 스타디움에 대해서는 [ACL] FC서울의 중동 원정 알 잇티하드와의 8강 1차전 직관기 참조!)
금기시했던 여성들의 체육활동을 허용해주기 시작한 사우디 정부
사우디는 왕정군주제 국가로 이슬람적 가치관의 엄격한 해석을 통해 여성들에 대한 각종 제약을 적용해오고 있었으나, 최근 몇 년간 많은 제한들이 철폐되고 있는 중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세계 인권협회들의 압박 속에 사우디가 건국 사상 최초로 2명의 여성 국가대표 선수를 런던 올림픽에 출전시킨 일입니다. ([인물] 걸프 비즈니스 선정 2012년 사회, 문화부문 가장 영향력 있는 아랍인 Top10 참조) 이를 놓고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은 "여성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을 허용한 사우디의 결정이야말로 남녀 평등을 진일보시키기 위한 중요한 원동력이다"라며 환영한 바 있습니다.
여성 국가대표 선수 출전 허용 이후 사우디 정부는 최근 교육부 관리지도 하에 사립 여학교에서 여학생들을 위한 체육교육을 허용한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일부 사립학교에서는 여학생들의 체육수업이 진행되어 오고 있었지만, 이러한 정부의 결정을 통해 체육수업의 활성화가 기대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울러 여성 전용 스포츠 클럽 허가 및 공공장소에서의 자전거 탑승 허용 등 그간 금기되어 왔던 체육활동을 허가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바뀌어 가고 있는 중입니다. ([사회] 사우디는 건국 후 처음으로 여성 스포츠 클럽을 허가하기로 결정! 및 [사회] 여성운전허용의 신호탄? 공공장소에서 사우디 여성의 자전거, 사륜차 사용을 허용하기로! 참조) 이런 분위기 속에 축구장 내에서 여성 방송인이 촬영 중인 모습이 공개되어 여성들의 축구장 입장을 허용하기 위한 사전 조치가 아니냐는 주목을 받아오기도 했습니다. ([사회] 경기장 안에 있는 여성 방송인의 사진이 사우디 SNS를 달아오르게 하다! 참조)
사우디 축구협회 역사상 최초의 선수출신 회장, 아흐메드 이드 알 하르비 회장
축구는 사우디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스포츠 종목이고, 그 파급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여성들의 축구장 입장 허용문제에 대해 사우디 축구협회가 신중한 자세를 취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지난 해 12월 선출되어 현재 사우디 축구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아흐메드 이드 알 하르비 회장은 사우디 축구협회 역사상 최초로 자유선거를 통해 선출된 회장이자, 최초로 왕실 출신이 아닌 선수 출신 회장입니다. 사우디 같은 사회에서 비왕실인사라는 핸디캡이 정책추진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습니다만, 젯다를 연고지로 하는 알아흘리의 수문장이었던 그는 개혁가이자 여성 스포츠 지지자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유튜브에 공개된 아흐메드 이드 알 하르비 사우디 축구협회장의 홍보영상)
국제무대에서 과거의 화려한 영광을 뒤로하고 끝을 모르는 몰락 속에 빠져있고, 사우디 리그가 걸프지역에서 가장 흥한 축구리그 임에도 불구하고 사우디 국대의 침체와 더불어 그 인기와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는 위기감 속에서 사실상 국영기업 수준이었던 모든 구단의 매각 등 지금까지의 판도를 뒤집어 엎을 다양한 발전안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비 왕실인사임에도 불구하고 회장에 선출된 아흐메드 이드 알 하르비 축구협회 회장에 대해 칼럼니스트 사브리아 자우하르는 올해 초 아랍뉴스에 소개된 칼럼을 통해 "그는 사우디 여성선수들이 여성 축구팀을 결성해서 운영하는 것을 지지하는 아마도 가장 중요한 남성 동맹일 것"이라고 평한 바 있습니다.
http://riyadhbureau.com/blog/2013/5/sovereign-decision-saudi-women-football
여성들의 사회활동에 대한 문호가 개방되어 가고 있는 일련의 정책변화 속에 제대된 사우디 여성축구팬들의 경기장 직관은 과연 언제 허용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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