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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압둘라 국왕, 사우디국가방위군을 국가방위부로 격상시키고 아들을 장관에 임명!

둘뱅 2013. 5. 28. 01:41

(국가방위군 사령관에서 국가방위부 장관으로 격상된 압둘라 국왕의 차남 무타입 빈 압둘라 왕자)


사우디 관영통신은 27일 압둘라 사우디 국왕이 새로 발표한 칙령을 통해 국방부와 별개로 국왕 직속으로 운영되는 국왕 친위조직인 사우디 국가방위군 (Saudi Arabian National Guard)을 국가방위부 (Ministry of National Guard)로 격상시키고 자신의 뒤를 이어 국가방위군을 이끌던 차남 무타입 빈 압둘라 왕자를 신설 국가방위부의 장관으로 임명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무타입 빈 압둘라 왕자는 영어권 자료나 서구 언론에는 칼리드 왕자의 뒤를 이은 압둘라 국왕의 차남으로 소개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3남이라고 합니다. 사우디 내에서는 압둘라 국왕을 아부 칼리드라 부르지 않고 아부 무타입이라고 부릅니다. 통상적으로 "~ 아버지"라는 의미의 "아부+아들 이름"으로 부를 경우 보통 장남의 이름을 사용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부 무타입이라는 별칭은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게 하는데, 무타입은 압둘라 국왕의 아들들 중 가장 돋보이는 아들이면서 동시에, 실제로는 장남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국가방위부 장관 무타입 왕자의 이름은 너무나도 일찍 죽은 압둘라 국왕의 첫 아들 무타입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온 것으로 보입니다. 즉, 장남의 이름도 무타입, 3남의 이름도 무타입. 따라서 사우디에서는 1,2를 붙여 두 왕자를 구별하고 있으며 출생순서로는 무타입1, 칼리드, 무타입2 (국가방위부 장관)이지만, 무타입1은 출생년도도 불분명하고 워낙 어렸을 때 (몇개월? 몇년?)사망했다고만 전해지고 있어 서구에서는 무타입1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고 칼리드 빈 압둘라 왕자를 장남으로 소개하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두 무타입 왕자의 어머니는 다르다고 합니다.) 사우디 왕실쪽은 워낙 자식들이 많고, 기록이 부정확한 경우도 많아 정확하게 정리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일단 제 블로그에서는 무타입 국가방위부 장관을 압둘라 국왕의 차남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국가방위군에서 국가방위부로의 격상배경

국방부 장관 살만 왕세제가 이끌고 있는 사우디군과는 별도로 운영되고 있으며, 압둘라 국왕이 1962년부터 2010년까지 사령관을 역임했던 국가방위군의 특별한 위상은 이번 칙령으로 두가지 측면에서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첫째, 향후 승계문제로 불안해질 수 있는 사우디 왕실의 미래에 대한 대비책으로 쿠데타 등 왕가 내부의 위기상황에 개입하여 진입할 수 있는 유일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국가방위군의 위상을 강화시키는 것이고, 둘째, 무타입 왕자에게 그 역할과 중요성이 강화된 부처의 요직을 맡김으로써 요직에서의 실무경험을 쌓게 위한 것입니다.   


칙령에 따르면 국가방위부는 국가방위군 사령부를 대신하고 국가방위부 장관이 국가방위군 사령관을 대신하는 등 기존의 국가방위군이 가지고 있던 체계, 규정 등을 그대로 계승하게 됩니다. 아울러 부처 단위로 격상됨에 따라 기존의 군사적, 정치적인 임무 승계에 덧붙여 국가방위부는 소속 군인들과 가족들에게 보다 많은 사회복지와 의료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게 됩니다. 이와 관련하여 젯다에 있는 걸프 리서치 센터 (Gulf Research Center)의 압둘아지즈 알 사기르 대표는 국가방위부로의 승격은 국가방위군에게 보다 많은 권한과 조직 확장, 이를 통한 보다 많은 예산 배정이 가능해지면서 무타입 왕자는 왕실 내에서 더욱 강화된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국가방위부로의 승격은 사우디 내에서 국가방위군의 역할을 강화시키는 한편 국부 압둘아지즈의 손자들인 젊은 세대로의 권력 이양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아울러 국가방위군 사령관이던 무타입 왕자를 장관 레벨로 격상시킨 것은 몇가지 전략적, 군사적 의미와 함께 요직을 맡김으로써 왕실 내에서 다른 경쟁 후보군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그의 지위와 자격을 강화시키기 위한 방책입니다.



손자세대로의 왕권승계를 대비하는 사우디가 안고 있는 고민

사우디는 지난 18개월간 내무부 장관, 왕국 내 가장 중요한 주들에 속하는 리야드 주지사와 동부지역 주지사와 같은 주요 요직에 지금까지와 달리 국부 압둘아지즈의 손자들인 젊은 왕자들을 지명하면서 세대교체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이는 잊혀질만하면 사망설이 나돌며 올해 90세가 되는 압둘라 국왕 (사실 언제 어떻게 되어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로 건강하진 않기도 합니다만...)과 77세인 살만 왕세제 등 살아있는 국부 압둘아지즈의 아들들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를 70~90대 사이의 초고령대에 있고, 세대교체가 이뤄지지 않아 장기적인 관점에서 왕실의 후계 문제가 사우디의 잠재적인 불안요인 중 하나가 되었기 때문에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아들 세대들이 몇명 남지 않았기에 사우드 왕가는 조만간 다가오게 될 압둘아지즈의 손자들이 왕권을 잡을 날에 대비한 준비를 갖춰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압둘아지즈의 워낙 많은 아들들이 오래 살아남으면서 상대적으로 손자들이 요직을 책임지고 맡아 본 경험이 일천하다는 것은 왕권을 젊은세대로 승계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취약점으로 지목되어 왔었습니다. 후계자 지명에 크게 이의를 제기하기 힘들었던 지금까지와 달리 풍부한 경험과 대중들의 지지기반 등을 바탕으로 왕실 승계과정에서 왕실 구성원들의 공감대와 합의를 이끌어 낼만한 마땅한 후계자들이 거의 다 소진되었음을 의미하니까요.젊은 세대들이라고 해봐야 무타입 왕자를 비롯해서 대부분 50~60대인데 말이죠. 카타르의 타밈 왕세자가 32세에 불과하면서도 이들보다는 요직에서 더 많은 경험을 쌓았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심각한 문제입니다. 카타르의 후계 구도는 심플하고 명확한 반면, 왕자가 널리고 널린 사우디의 후계 구도는 적임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왕실 내 내분으로 커질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복잡해지거든요. 이미 제2사우디 국가에서 경험해봤던 것처럼요.



사우디 국가방위군은 어떤 조직?

사우디 국가방위군은 1917년 국부 압둘아지즈 빈 사우드의 사우디 통일과정을 도왔던 부족군대 이크완의 뒤를 이을 조직으로 설립되었으며, 종교적 성격이 강했던 이크완과 달리 국가방위군은 정치적, 군사적 성격이 강조되었습니다. 사우디 건국 후에는 외부의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는 역할 외에 군부에 의한 쿠데타 가능성을 억제하고 사우드 왕가를 지키며, 성지 메카와 메디나 및 사우디 내 전략적인 기반시설과 자원을 보호하는 것을 주임무로 하고 있습니다. 국가방위군은 사우디군처럼 육해공군을 다 갖춘 것이 아닌 육군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군복이 아닌 사우디 전통의상 쑵을 입고 있어 백색군대 (White Army)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우디 정권이 안정화되면서 군부에 의한 쿠데타 위험성은 없는 것으로 간주되고 있지만, 국가방위군은 군부를 견제하는 역할 외에도 부대원들을 사우디 내 주요 씨족들로부터 선발해오면서 사우드 왕가와 지방의 다른 씨족들을 잇는 연계고리가 되는 등 왕실 내외에서 세력균형을 잡는데 중요한 역할을 맡아오고 있습니다. 한편 국가방위군은 지난해 우리나라를 주빈국으로 선정하여 이명박 대통령을 국빈으로 초대했던 자나드리아 문화축제를 주관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IHS 제인의 센티넬 국가위험평가 (Jane's Sentinel Country Risk Assessments) 2011년판 자료에 따르면 국가방위군은 100,000명 규모로 추정되고 있으며, 그중 25,000명 정도는 지방의 다른 씨족에서 선발된 인력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정확한 규모는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참조: 1. The Virginia Gazette / 2. Wikep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