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C/사우디

[사회] "600원"의 결혼지참금이 사우디의 한 씨족에게 자부심을 갖게 하다.

둘뱅 2013. 5. 31. 23:13

(사위가 자신의 장인어른에게 결혼지참금으로 2리얄 (약 600원)을 주고 있다.)


사우디 남부지방의 한 씨족은 신부집안에게 전통적인 다우리 (결혼지참금)으로 단지 2리얄 (약 600원)만 지불하는 300년 이상된 자신들의 전통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고 알아라비야가 보도했습니다.


사우디 남서부 아시르주의 주도 아브하에서 북쪽으로 약 13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알나마스에 살고 있는 싸비트 씨족의 관습은 아랍세계, 특히 일부 가족들이 결혼식에서 자신들의 딸 손에 착용하기 위한 호사스런 장신구를 포함한 최고급 선물과 많은 돈을 요구하는 걸프지역의 전통적인 다우리 시스템을 따르지 않는 것입니다. 나날이 높아져가는 다우리는 경제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젊은이들에게 일부다처는 고사하고 일부일처, 혹은 결혼을 포기하게 만드는 원인이자 다우리 마련을 위해 일을 하다보니 나이차 많은 커플들을 보게 만드는 원인이기도 합니다. (전통적인 사우디 여성들의 결혼 적령기는 10대 후반이었지만 고등교육의 확대와 더불어 적령기는 올라가는 추세입니다.)


다우리는 정액제가 아닌 가족이라던가 신부의 피부색깔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이 됩니다. 사우디의 경우 토종 사우디 가족 여부 (과거 시민권을 팔았을때 사우디 국적을 취한 사우디인들이 있으며, 지금은 사우디에서 태어나고 죽어도 외국인은 외국인일 뿐)나 집안의 내력 등이 중요하고 신부의 피부색이 검을 경우 흰 피부를 가진 신부보다 낮아지는 등 다양한 조건들이 있습니다. 


제가 처음 사우디에 갔던 2000년대 초 스폰서 회사에서 비자를 담당했던 사우디 할아버지와 말이 통한다는 이유로 친해졌는데, 너무 친하게 여긴 나머지 심심하면 저에게 이슬람으로 개종하고 10만리얄 (약 3천만원)을 다우리로 준비할 수 있으면 사우디 처자를 소개시켜줄테니 결혼해서 눌러사는게 어떻겠냐고 물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당시 그 할아버지의 월급은 우리나라 돈으로 120만원 정도였으니 3000만원이 얼마나 큰 돈인지 아실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들에게 3000만원은 체감상 훨씬 더 비싼 금액입니다...)


싸비트 씨족의 한 어르신은 자랑스레 자신들의 전통을 옹호했습니다. 그는 알아라비야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씨족내 여성들은 "2리얄 만으로도 충분히 존중받는다"라고 이야기합니다. 그야말로 상징적인 금액인 셈이죠.


사우디 내에 있는 관찰자들은 왕국 내에서 높아져만 가는 이혼율에 대해 오랫동안 경고해 왔습니다. 비싼 돈을 들여 겨우 결혼을 했지만, 그 결혼이 오래가지 못하는 것을 우려한 것이죠. 하지만 이혼율 상승이라는 국가적인 경향과 달리 싸비트 씨족의 어르신은 1만쌍 이상 결혼을 올린 자신들의 씨족 내에서는 이혼율이 높지도 않지만, 부담없는 지참금 덕분에 노처녀도 없다고 자랑합니다. 싸비트 씨족의 다른 남성도 알아라비야와의 인터뷰에서 자신들의 마을에 가면 이혼녀나 노처녀들을 볼 수 없을 것이라며 이를 재확인시켜줍니다.


하지만, 이러한 싸비트 씨족의 전통은 알누마스 지방 밖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그야말로 충격적인 일로 다가올 수 밖에 없습니다. 돈이 없어서 결혼을 하네마네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은 현실에서 단돈 2리얄만 내고 결혼한다니요!!! (참고로.. 콜라 한 캔에 1.5리얄, 휘발유 1리터에 0.6리얄)


알아라비야와 인터뷰를 한 싸비트 씨족 출신의 사람들은 담당부처 관계자가 결혼지참금으로 2리얄만 냈다는 사실에 "기이하다"는 반응을 보인다며 알누마스 지방 밖에서 혼인신고를 할 때 2리얄이라는 결혼지참금에 충격을 받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들을 이상하게 본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우리나 아랍이나 돈없으면 결혼하기 힘들고, 그것 때문에 별일이 생기는 세상에 이 씨족의 전통이 신기하게 느껴지는건 어쩔 수 없네요...



참조AlArabi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