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팬클럽이 키스 더 라디오 진행자 려욱에게 보낸 도시락 선물)
아랍지역에서 대장금, 겨울연가, 주몽, 꽃보다 남자 등 다양한 한국 드라마가 위성방송을 통해 방송되고 어느 나라에서는 80~9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했다더라...는 소식이 들리긴 합니다만, 아직은 이에 적극적으로 반응한 주소비층이 10대~20대 초반 여성들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일반 방송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인기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분명 있습니다. 아랍권에서도 한국에 비해서는 아직 느린 곳들이 많지만 아쉬운대로 대용량의 컨텐츠를 인터넷을 통해 접할 수 있게된 것과도 무관하진 않을 것입니다. 과거에는 인내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버퍼링의 홍수 속에 보기 힘들었던 드라마들도 스트리밍 서비스 등을 통해 접할 수 있게 되었고, 여성들이 실제로 모이기는 쉽지 않더라도 SNS를 통해 나름대로의 팬클럽이 형성되고 팬덤이 존재하게 되었으니 말이죠.
공중파 방송을 통해 아시아나 유럽, 남미 일대에서 일어나는 한류, 특히 K-POP 열풍에 대한 특별 방송이나 공연 실황을 가끔 접할 수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접근이 쉽지 않은 아랍, 특히 걸프지역에서 일고 있는 한류의 영향력에 대해서는 별로 소개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대형 공연무대를 갖는다거나 방송취재가 쉽지는 않으니까요. 하지만, 우리에겐 별로 알려지지 않은 이쪽 팬들의 반응을 실시간을 접할 수 있는 곳이 보기 드물게 있습니다. 바로 아랍어 라디오 방송을 송출하는 KBS World가 그런 곳들 중 하나입니다. 유무선을 활용하여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들을 보고 싶다거나 다양한 연락이 오는 곳이니까요.
최근 KBS World에서 근무하는 지인의 카카오스토리를 통해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접했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UAE에 사는 한 청취자로부터 "사우디 팬클럽이 키스 더 라디오를 진행하는 슈퍼주니어 멤버 려욱에게 꼭 도시락 전달을 하고 싶은 것이 소원"이라는 전화를 받았다. 이러한 청취자들의 관심에 키스 더 라디오 담당피디가 마다할 이유가 없을 듯해서 중간에서 좀 도와줬는데, 어떻게 주문하고 결제했는지는 과정은 자세히 알 수 없지만 며칠 뒤 진짜로 키스 더 라디오 방송 앞으로 팬클럽 Arab Elf에서 보낸 도시락이 배달되었단다!"
어쩌다보니 개인적으로 사우디나 UAE에 사는 페이스북 친구들이 있고 스카이프를 통해 우연히 통화를 하게 되면서 나름 자연스러운 한국말 발음과 표현에 놀랬던 기억이 납니다만 (대사관이나 한인회, 한인학교 등을 통해 간헐적으로 이뤄지고는 있지만 한국어를 정식으로 가르치는 과정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이렇게까지 적극적인 행동으로 표출되는 것은 걸프 지역의 특성을 감안하면 흔치않은 일이긴 합니다. 자신의 우상을 위해 주문하는 도시락인만큼 어떤 방식으로든 직접 메뉴 선택 등을 했을테니 말이죠. 그만큼 그들에게도 우리말이 익숙해졌고, 여성들의 외부활동에 대해 가장 심한 제약이 걸려있는 사우디에서도 조차도 하나둘씩 사회진출의 길이 넓어지고 있을 정도로 각종 제약에 많이 억눌려있던 어른 세대들에 대해서는 좀더 과감한 의사표현이 가능해진 것도 달라진 세태를 반영하는 것이죠.
(지난 6월 아트나인에서 열렸던 아랍 영화제에 참석했던 UAE 감독과 배우들. 왼쪽부터 네이븐 마디, 알라아 샤키르, 자말 살렘 감독, 만수르 알필리)
걸프지역에서의 한류에 대한 관심은 비단 K-POP으로 한정되지는 않습니다. 드라마나 영화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6월 아랍 영화제에서 만났던 UAE에서 활동하는 시리아 출신의 배우이자 모델 네이븐 마디는 자신을 배우 이민호의 팬이라고 소개하더군요. 이민호가 출연한 모든 작품을 다 봤다는 그녀는 자신이 영화에 출연하지는 않았지만, 지인들이 영화 소개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고 한국을 보기 위해 함께 따라왔다고 할 정도의 열혈 팬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걸프지역에서 한국 드라마와 영화의 인기를 반영하듯 보건복지부는 한국의료관광을 홍보하기 위해 홍보대사 송중기를 군입대 전 UAE 아부다비와 카타르 도하에 파견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의 출연작 <늑대소년> 상영회를 겸해 홍보하기 위해서 말이죠. 주최측의 예상을 뛰어넘는 현지 여성팬들의 대거 방문으로 자리가 없어 돌려보내야 할 정도로 성황리에 개최될 정도로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모습을 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현장에 계셨던 다른 분의 포스팅을 소개해드려요! 송중기씨, 카타르 <한국 영화의 밤> 현장 스케치 참조)
방송이나 특히 인터넷을 통해 접하게 되는 K-POP,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한류에 입문하는 이쪽 지역 여성들의 관심은 특정 아이돌, 배우들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한국문화 전반에 걸친 관심으로 이어지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아는 페친들을 봐도 아이돌들의 음악을 좋아하다가 한국어 공부도 겸해서 7080 가요에까지 그 영역을 넓히기도 하고, 현지에 있는 한국식당을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만족 못해서 어디선가 레시피를 구해 직접 만들어본다던가 기회를 만들어서 직접 한국방문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지인은 한국을 방문해서 아이돌 멤버의 가족이 하는 것으로 소문난 분식집이나 커피숍 등 매장을 순례하기도 하더군요.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 때문인지 최근 5개년 간 아랍인들의 한국방문자수 통계자료를 보면 눈에 띌만한 몇가지 트렌드 변화가 눈에 띕니다. 사우디와 UAE를 중심으로 한 걸프지역 사람들의 방문자 수가 대거 늘어나고, 한국 방문자의 중심 연령대가 어려짐과 동시에 여성 여행객들의 방문이 눈에 띄게 늘어난 점입니다.
< 그래프 1 > 2008~2012년 성별 한국을 방문한 아랍 방문객 수
< 그래프 2 > 2008~2012년 연령대별 한국을 방문한 아랍 방문객 수
< 표 1 > 2008~2012년 연령대별 한국을 방문한 아랍 방문객 성비
년도 |
10대 미만 |
10대 |
20대 |
30대 |
40대 |
50대 |
60대 이상 | |||||||
남성 |
여성 |
남성 |
여성 |
남성 |
여성 |
남성 |
여성 |
남성 |
여성 |
남성 |
여성 |
남성 |
여성 | |
2008 |
52% |
48% |
71% |
29% |
86% |
14% |
92% |
8% |
93% |
7% |
91% |
9% |
93% |
7% |
2009 |
50% |
50% |
73% |
27% |
87% |
13% |
94% |
6% |
94% |
6% |
92% |
8% |
91% |
9% |
2010 |
52% |
48% |
62% |
38% |
84% |
16% |
91% |
9% |
92% |
8% |
91% |
9% |
92% |
8% |
2011 |
54% |
46% |
62% |
38% |
82% |
18% |
90% |
10% |
91% |
9% |
90% |
10% |
87% |
13% |
2012 |
53% |
47% |
60% |
40% |
80% |
20% |
89% |
11% |
90% |
10% |
88% |
12% |
86% |
14% |
출처: 2008~2012년 출입국 통계연보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이러한 추이는 불과 몇년 사이에 일어난 변화이기에 아직은 이 추세가 단기적으로 끝나고 말지 지속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낙관적으로 보이는 흐름 속에서도 한계가 있다면 한류, 또는 한국에 대한 젊은 세대의 관심은 여전히 여성에 편중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 5월 한국외대 애경홀에서 열렸던 (아랍인들을 위한) 제1회 한국어 말하기 대회는 이러한 현상을 확인할 수 있는 한 예였습니다. 사우디 남학생과 이집트 여학생들이 주요 참석자들이었는데, 한류와 한국어에 관심이 많기로 유명한 이집트 유학생들은 이집트에서 한국어를 공부하거나 한국에 대해 알고 한국에 유학을 온 반면, 공교롭게도 사우디 남학생들은 정부 지원을 받고 왔지만 한국, 한국어, 한국문화에 대해 전혀 몰랐다는 한결같은 반응이었으니까요. (지원받고 갈 수 있는 나라가 한국 뿐이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나 뭐라나...) ([행사] 제1회 한국어 말하기 대회가 성황리에 열려! (5/10) 참조) 만약, 걸프지역에서 온 여학생들이나 여성 참가자들이 있었다면 이와는 사뭇 다른 반응이 기대가 되었습니다만...
제가 개인적으로 처음 아랍을 접했던 1998년도에 비하면 아랍인, 특히 걸프지역에서 조차도 특정 업체에 대한 이미지 뿐 아닌 한국 자체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알려지고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정치, 경제와 같은 딱딱한 주제보다는 훨씬 일반인들에게도 와닿기 쉬운 가벼운 주제인 문화교류 측면에서 말이죠. 우리에 대해 갖고 있는 긍정적인 이미지 등을 잘 살려 앞으로도 좀더 많은 교류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관광 산업을 위해서도 도움이 되는 일이기도 합니다. 아랍, 특히 걸프지역 관광객들은 평균 외국 관광객들에 비해 많은 지출을 하니까요...) 하지만, 우리에 대한 아랍인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그 반대는 쉽지 않다는 것이 함정이겠지만요...
*** 이 포스팅은 2013년 10월 15일 다음 메인과 다음View 메인에 소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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