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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10월 26일을 앞두고 여성운전에 대한 논란이 뜨거운 사우디! 경제적 관점에서의 지지가 많아져!

둘뱅 2013. 10. 25. 17:04


지난 9월말부터 시작하여 여성들에 대한 운전금지조치 해제와 여성들이 운전할 권리를 지지해 달라고 주장하는 "10월 26일 운전" 캠페인 ([사회] 사우디 내 여성운전금지 해제를 요청하는 "10월 26일 운전" 캠페인 시작 참조)에서 예고한 10월 26일이 다가오고 있는 지난 23일 사우디 내무부는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성명을 통해 이 캠페인의 주최측에게 사회의 안정과 평화를 뒤흔드는 행위라며 경고의 메세지를 보내는 한편, 실제로 거리에서 운전을 하는 여성들에게 처벌이 내려질 것임을 예고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내무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논란은 뜨거워져가고 있습니다. 평소처럼 잠잠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언론에서조차 여성들에 대한 운전금지를 해제시켜 달라는 내용의 칼럼들을 소개하며 이 캠페인에 대한 지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다른 글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여성운전금지가 관습처럼 시행되어오고 있지만 샤리아에 명기되어 있지 않다는 한계가 있어 어느정도 선까지는 가능할 수 있어도 무기한으로 억누르는데도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다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남성 가족구성원들의 이동 지원에 한계가 생기면서 부득이하게 이용할 수 밖에 없는 택시는 마흐람 (남성 보호자) 없이 외간남자와 동석할 수 없다는 종교적인 가치관을 위배할 수 없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으니까요. ([사회] 왜 사우디는 여성들의 운전을 금지하고 있을까? 그 이유와 이에 대한 비판, 그리고... 참조)


최근 사우디 언론들을 통해 소개되고 있는 여성운전 지지 의견의 경우 예전과 달리 경제적인 관점에서 여성들에게 운전을 허용해야 할 필요성을 역설하는 의견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 눈에 띄는 차이입니다. 몇년 전만 해도 논의조차 되기 힘들었던 주말 변경안 (목금->금토)이 재계의 로비와 더불어 경제적인 관점에서의 필요성이 지지를 받으면서 결국 바뀌었던 것처럼 말이죠.


경제적인 관점에서 여성들의 운전을 지지하는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1. 세계 최고 수준의 여성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사우디 정부가 니따까 제도 실시, 외국인 노동자들의 체류상태 정리, 초과 고용 외국인들에 대한 과세 도입 등 무리수를 두면서도 지속적인 노동시장 개혁정책을 추진할 정도로 사우디인들의 실업률은 생각 외로 높은 편이며, 여성 실업률은 약 30% 정도로 남성 실업률의 두 배 이상으로 높습니다. 여러 자료들에 따르면 구직을 희망하는 1백만명 이상의 여성들이 실직 상태에 있으며, 그 중 절반은 대졸 여성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세계에서 가장 큰 여자대학이 리야드에 있지만, 정작 그렇게 교육시킨 여성들이 활동할 일자리는 없다는 것이 불편한 진실인 셈이죠. ([사회] 세계에서 가장 큰 여대는 의외로 사우디에? 프린세스 누라 빈트 압둘라흐만 여대 참조) 불과 몇 년전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나고 있지만, 여성 실업률이 줄어들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여성들에게 스스로 출퇴근 할 수 있는 "이동의 자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가족이든, 집안에서 고용한 운전사든, 택시 기사든 남자 기사가 있어야만 출퇴근 및 외근이 가능한 현실에서 여성들의 구직활동은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2. 기껏 취직하면 뭐해? 가족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구직 여성들의 어려움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직을 성공해도 여성들은 또다른 어려움에 봉착하게 됩니다. 특히 남성 가족구성원들의 출퇴근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여성들의 경우 경제활동을 하는데도 생각처럼 살림살이가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이죠. 이는 수입의 상당수를 택시비 등의 교통비로 지불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직장생활을 하는 사우디 여성들의 약 70%가월 3,000리얄 (약 90만원) 정도의 급여를 수령하는데, 가족들이 출퇴근을 시켜주지 못하는 여성들의 경우 이 급여의 절반 정도를 교통비로 쓸 수 밖에 없어 정상적인 소비지출 및 저축 등이 불가능한 기형적인 소비구조를 띌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3 외국인 노동자를 일부나마 줄일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

여성운전을 지지하는 사우디의 억만장자 알왈리드 왕자가 주장하는 대표적인 이유입니다. 여성들의 운전금지 조치로 어려움을 겪을 일반 가정을 지원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생긴 "House Driver" 직종으로 들어온 70만명 가량의 외국인을 바로 내보낼 수 있다는 것이죠. 여성들에게 운전을 허용하면 이 일자리는 존재가치를 잃게 되니까요. 전체 외국인 노동자들 중 7~8%에 가까운 인력을 다른 직종처럼 사우디인으로 대체하기 위해 무리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정리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인데 쓰지 않는다는 것이죠.


기타...

공식적으로 여성들의 운전이 금지된 사우디 내에서도 비록 면허취득은 불가능하지만 운전하는 여성들이 있습니다. 바로 공권력이 닿지 못하는 오지에 사는 베두윈들이 그렇습니다. 경찰들이 일일이 쫓아다니며 단속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워낙 뿔뿔이 흩어져 사는데다 현실적으로 남성들이 외부 출타 중인데 자녀들의 등하교를 시켜준다거나 의식을 잃는 등의 위급한 상황이 생길 경우 당장 주변의 도움을 받는데 한계가 있어 여성들도 운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현실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비하면 훨씬 두터워진 지지 속에 한층 탄력을 받고 있는 여성운전금지조치 해제 운동은 언제 뜻을 이룰 수 있게 될까요?   

 


출처: "Unemployment in Saudi Arabia growing" (Al Bawaba) / "Consider the Mahram factor" (Saudi Gazette)Economic view: Women driving a need and necessity (Saudi Gazette) / "Bedouin women behind the wheel" (Saudi Gazet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