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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우디 최고 성직자, 여성 운전금지는 "악"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해!

둘뱅 2013. 11. 29. 13:55

(스크린에 나온, 좌측에 앉은 사람이 바로 사우디의 그랜드 무프티 셰이크 압둘아지즈 알 앗셰이크)


사우디 아라비아의 최고 성직자인 그랜드 무프티 셰이크 압둘아지즈 알 앗셰이크가 여성운전 금지가 "악"으로부터 사우디 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인식되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여성운전 금지를 둘러싼 논란에 사우디 시민들이 너무 몰두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고 사우디 현지 언론들이 어제 보도했습니다. 


그랜드 무프티의 발언은 메디나 시에 있는 타이바 대학교에서 수요일에 행한 연설에서 나온 것입니다. 


런던에서 발행되는 알하얏트지의 보도에 따르면 그랜드 무프티는 또한 학생들에게 국가와 이슬람과 무슬림이 이룩한 성과를 타켓으로 삼고 있는 "언론 악(media evil)"에 대해서도 경고했으며, 학생들에게 단결하여 "관점의 충돌과 중차대한 위협"으로 규정지을 수 있는 이 시기에 그들의 종교와 사회를 지켜야 할 것임을 강조했습니다.


여성운전허용에 대한 문제는 지난 수년간 사우디 내에서 열띤 찬반토론이 이뤄지고 있었지만 ([사회] 사우디 여성계의 오랜 숙원, 운전하고 싶다! 참조), 최근 수개월간 전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아왔습니다. 지난 10월에는 여성 활동가 집단이 여성들에게 가족들의 차를 몰고 시내로 나오라며 여성운전금지 조치에 도전할 것을 촉구하는 "10월 26일 운전" 운동을 주도했었지만 ([사회] 사우디 내 여성운전금지 해제를 요청하는 "10월 26일 운전" 캠페인 시작 참조), 극보수 종교학자들로부터의 격한 반발과 예고대로 운동을 전개할 경우 강력 대응하겠다는 내무부 장관의 경고에 따라 결국 예고한 운동 개시일 전날인 25일 밤 갑자기 취소했었습니다. ([사회] "10월 26일 운전" 캠페인 차단한 사우디 내무부의 여성운전자 체포시 중요 행동지침 참조). 한편, 슈라 위원회의 여성 위원 3명이 이 문제를 의제로 상정하려다 절차를 제대로 밟지 못했다며 거절당하기도 했었죠.


이와 관련하여 셰이크 압둘라티프 알 셰이크 사우디 권선징악청 청장은 지난 9월 한 인터뷰에서 여성운전에 대해 관대하게 대처할 것이라는 일각의 루머를 부인하며 이슬람 샤리아에는 여성의 운전을 금지하는 내용이 없지만, 자신이 권선징악청 청장에 임명되었기 때문에 여성들의 운전에 대해서는 막을 수 밖에 없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여성들에게 운전을 허가해 달라는 요구를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논거이자, 이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계속되는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샤리아에 이러한 구체적인 내용이 기술되어 있었다면, 허용 요구를 바로 찍어눌러버릴 수 있었을테니 말이죠. ([사회] 왜 사우디는 여성들의 운전을 금지하고 있을까? 그 이유와 이에 대한 비판, 그리고... 참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강경론자들은 여성운전금지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이러한 강경론자들 중 한 명인 걸프 심리학 협회의 법학 및 심리학 컨설턴트인 사아드 알 루하이단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운전하는 여성들은 운전을 하게되면 자동적으로 난소에 상처를 입히고, 골반이 밀려올라가 기형아를 나을 확률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는 주장을 펼쳐 많은 사람들로부터 지지와 조롱을 동시에 받으며 논란을 더욱 가열시킨 바 있습니다.  


그의 인터뷰 내용이 공개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밥 말리의 노래를 개사 및 편곡하여 그의 발언을 대놓고 비꼰 노래 "No Woman, No Drive"가 유튜브를 통해 공개되며 4일만에 500만뷰를 돌파하며 전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사회] 사우디 여성운전 금지를 비꼬아 4일만에 유튜브 500만뷰를 돌파한 화제의 노래, 노 우먼 노 드라이브 참조) 공개된지 약 한달 정도가 지난 지금은 1,070만뷰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그랜드 무프티의 발언은 평소 그가 여성운전허용 요구에 대해 보여줬던 부정적인 인식과 의견의 연장선상에서 볼 수는 있겠지만, 그만큼 사우디 내에서 여성운전 허용문제가 간단한 문제가 아님을 보여주는 실례이기도 합니다. 일개 종교 성직자가 아니라 사우디 내 최고 성직자라는 지위에 있기 때문에 그의 의견이 사우디 사회, 특히 종교계 내에서 미치는 파급력은 상당한데다, 비종교적으로는 알 사우드 씨족이, 종교적으로는 알 앗셰이크 씨족이 대표하고 있는 사우디 권력구조상 그가 여성운전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거나 경질되지 않는 이상 사우디에서 여성운전이 허용되기는 힘들테니 말이죠....


그나저나... 여성운전을 사회에 도전하는 "악"으로 규정하며 프레임을 짜는 그의 반격은 왠지 낯설지가 않네요.



참조: "Saudi Grand Mufti: ban on women driving protects against ‘evil’" (Al-Arabi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