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이야기/아랍의 이모저모

[연예] 아랍어를 전혀 못하는 미국인 여성이 아랍 갓 탤런트에서 2위를 차지해!

둘뱅 2013. 12. 8. 17:57

(아랍 갓 탤런트 시즌 3의 탑3. 왼쪽부터 우승팀인 시리아 댄스 그룹 시마 (1위), 팔레스타인인 무함마드 디리 (3위), 제니퍼 그라웃 (2위))


지난 상반기 아랍 아이돌 시즌 2에서는 드라마틱한 스토리 텔링에 모든 팔레스타인 정파를 아우른 절대적인 지지 속에 우승한 무함마드 앗사프가 화제의 주인공이었다면, 어제 끝난 아랍 갓 탤런트 시즌 3에서는 아쉽게 준우승을 차지한 제니퍼 그라웃이 단연 화제의 주인공입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미국 메사추세츠에서 온 23세의 그녀가 화제의 주인공이 된 이유는 간단한 아랍어도 이해 못하는 그녀가 첫 오디션에서 아랍의 전통악기인 우드를 연주하며 아랍인들도 제대로 소화하기 어렵다는 움무 칼쑴의 노래를 거의 완벽하기 불러 청중들을 매료시켰기 때문입니다. 



돌풍의 시작, 화제의 첫 오디션!

첫 오디션 무대에서 이집트 영화배우이자 심사위원인 아흐메드 헬미가 아랍어로 그녀에게 그녀의 이름을 물었을 때 질문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자 심사위원과 청중들이 실소를 금치 못했지만, 그들의 비웃음은 그녀가 우드를 연주하며 움무 칼쑴의 노래 "바이드 안낙 (Baeed Annak)"의 노래와 연주가 시작되면서 이내 침묵으로 바뀌었고, 스튜디오의 모든 사람들이 그녀의 노래에 빠졌습니다. 빼어난 우드 연주실력은 물론이고 아랍어를 할 줄 아는 외국인들에게도 어려운 아랍어 발음까지 완벽하게 어려운 노래를 소화했으니까요.


(처음엔 비웃음을, 나중에는 관중들을 경악시킨 그녀의 첫 오디션)


그녀의 노래가 끝나자 레바논 여가수이자 또다른 심사위원이었던 나즈와 카람은 그녀에게 아랍어를 단 한마디도 못하지만, 일부 아랍 가수들보다도 노래를 더 잘 부른다면서 아랍 세계와는 전혀 상관없는, 그러면서 아랍어를 말하지 못하는 미국인 소녀가 아랍 노래를 부르면서 참가하는 것은 처음있는 일이라며 격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아랍음악을 위해 타고난 재능, 그리고 노력

2011년부터 그녀에게 우드 연주와 아랍음악을 가르쳐 온 팔레스타인 우드 거장이자 버클리 음대 교수인 사이먼 샤힌은 아랍음악을 구현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미분음 (반음보다 더 작은 음정. 3분음, 4분음, 8분음 등이 있다.)을 재현하고 사운드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장식음과 같은 아랍음악의 다른 중요한 요소들을 소화할 수 있으며, 아랍어는 못해도 어려운 발음까지 아랍어 가사를 훌륭하게 부를 수 있었다며 그녀가 아랍음악에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라웃은 최근 인터뷰에서 그녀가 먼 조상부터도 아랍과는 전혀 관계가 없지만 (아일랜드계), 그녀는 항상 음악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었으며 5살 때부터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연주하기 시작했으며, 몬트리얼에 있는 맥길대학에서 아랍 전통음악을 공부하던 중 대표적인 아랍 여가수 파이루즈의 노래를 접하고 빠져들기 시작한 후 아랍음악을 본격적으로 탐구하기로 결심했다고 AFP와의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그녀는 대학교에 다니는 동안 몬트리얼에 있는 한 시리아 카페에서 연주하며 낯선 아랍어 노래가사와 발음을 훈련해왔으며, 대학교를 졸업한 후 1년 동안 모로코 마라캐쉬에 머물면서 아랍문화에 몰두하며 다양한 공연을 통해 아랍음악에 대한 자신의 실력을 쌓아나갔습니다.



그녀가 주목받자 나타난 비판과 지지 여론!

그녀가 갑작스레 주목을 받으면서 큰 호응을 얻자 초기에는 부정적인 반응들이 속출했습니다. SNS 등을 통해 그녀의 조상이 아랍하고 관련이 없다고 말한 것은 거짓말이고, 아랍어를 못알아듣는 척하는 것 뿐이라는 비난했으며, 그녀가 자신의 뿌리에 대해 거짓말하지 않았다고 믿는 사람들 중에서도 일부 사람들은 미국인인 그녀가 아랍의 재능을 평가하는 오디션에 나와 경쟁하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반발하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오디션이 계속 진행되면서 많은 아랍 사람들은 그녀의 모방을 아랍음악에 대한 순수한 아첨 정도로 여기면서 전세계가 지속적으로 서양을 따라하고 있는 세태 속에 많은 아랍인들은 미국에서 온 누군가는 아랍문화에 관심을 갖고 아랍어로 노래를 부르는데 흥미를 갖고 있다는 사실에 고무되면서 그녀의 열풍은 무함마드 앗사프와는 다른 의미로 아랍 시청자들을 매료시켰습니다.


(세미 파이널에서 부른 노래)



결국 2위로 마무리해!

이러한 화제를 몰고 온 그녀는 유력한 우승후보라는 평가 속에 최종 라운드에 올라 곡예사, 코메디언, 힙합 댄서 등 11개 아랍인 팀들과 경쟁한 끝에 최종 탑 3에 뽑혔지만 우승은 결국 시리아 댄스 그룹 시마에게 돌아갔고, 그녀는 2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녀는 시즌 3까지 끝난 아랍 갓 탤런트 탑3 중 유일한 비아랍인이기도 합니다. 시즌 1에서는 이집트인, 모로코인, 사우디인 출연자가, 2에서는 사우디인, 알제리인, UAE인이 1~3위를 차지했거든요.


아이러니컬한 것은 12개 팀 중 아랍 전통음악을 자신들의 재능으로 들고 나온 출연자가 아랍인이 아닌 유일한 유럽 핏줄을 타고 난 미국의 금발 소녀였다는 것이죠. 우리말 못하는 미국인이 창을 하면서 슈스케 같은 오디션에 나오는 것 같은?


(파이널에서 부른 노래)


아랍 갓 탤런트의 제작자인 MBC방송의 라라 낫시프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정말로 재능이 있으며, 아랍인으로서 미국에서 온 누군가가 아랍어로 노래를 부른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밝히면서 제니퍼는 아랍인들에게 아랍인들의 유산, 역사와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불러일으켰고, 그녀는 아랍인이 아니지만 그녀와 함께 아랍인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인할수 있는 무언가를 불렀다고 덧붙였습니다.



출처: "Non Arabic speaking American singer forerunner in Arabs Got Talent" & "Dancing group Sima twirls its way into Arabs Got Talent number one spot" (Al Arabi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