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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 오만은 왜 걸프연합 결성을 반대할 수 밖에 없었는가?

둘뱅 2014. 2. 5. 15:09

(우리는 친구! 2009년 8월 이란의 테헤란을 방문한 오만의 술탄 까부스가 아흐마디네자드 전 이란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지난해 12월 쿠웨이트에서 열렸던 GCC 정상회담은 이례적으로 회담이 시작되기 전부터 열띤 논란에 휩싸였었습니다. 회담의 주요안건들 중 하나였던 걸프연합 결성안에 대해 유스프 빈 알라위 오만 외무장관이 오만은 걸프연합 결성에 반대하며 설령 결성되더라도 빠질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GU] 오만 외무장관, 오만은 걸프연합 결성에 동참하지 않을 것! 참조) 


사우디를 포함한 걸프연합 창설 지지자들이 오만을 더욱 비난하고 나선 것은 경제적으로 오만은 바레인과 함께 그들로부터 자금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받을 건 다 받아먹으면서 결정적인 순간엔 제목소리를 내니 발끈할 수 밖에요. 오만이 어깃장을 부려도 이번 회담을 통해 걸프연합을 결성하고야 말겠다는 사우디의 강한 의지는 결국 반영되지 못했었습니다. 10만명 규모의 걸프 합동 사령부 (GCC Military Command) 구성을 승인하는 것으로 끝나고 말았으니까요. 물론 걸프연합 결성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논의하겠다는 여운을 남긴 채로 말이죠...



오만이 왜 걸프연합 결성에 가장 강력한 반대의지를 표명하게 된 걸까요?

전문가들은 오만이 걸프연합 결성에 확고하게 반대하는 이유는 다른 GCC 국가들이 이란과 대처하는 상황이 올 경우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던 사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오만과 이란간의 역사적인 유대관계에 기인하여 자신과 GCC 동맹국들이 하나로 뭉쳐 이란과 "대치"하는 상황만은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이미 경제적으로 지원을 받아오고 있는 오만의 입장에선 사우디 주도의 걸프연합이 결성되더라도 실질적인 영향력은 미미하지만, 사우디 주도의 걸프연합이 가질 수 밖에 없는 반 이란 동맹으로서의 "상징적" 가치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에 이에 반대할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오만은 역내에 상존하고 있는 위험요소들에 맞서 공동 대응하기 위해 현재의 GCC 체제를 걸프연합으로 강화시켜야 주장하는 사우디의 속내가 바로 이란과 "대치"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도파르 반란, 오만과 이란 유대관계의 시작

오만과 이란 사이에 맺어진 끈끈한 유대관계는 이란이 팔레비 왕조가 정권을 잡고 있었던 1970년대 초반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긴 인연의 시작은 오만 정부에 불만을 품은 부족장 무살림 빈 나피가 오만과 부라이미 오아시스의 소유권을 놓고 충돌을 빚었고, 그 전에도 오만 내에서 일어난 반란을 지원했던 사우디로부터 무기와 차량을 지원받고 역시 오만 정부에서 쫓겨난 이맘 갈리브 빈 알리와 규합하여 좌파 무장세력인 도파르 해방전선 (DLF)을 결성하고 도파르 주에서 반란을 일으키면서 시작된 도파르 반란 (1962~1976)을 통해서였습니다. 


단순한 지방 부족 반란군과의 싸움이 아닌 UAE, 파키스탄, 요르단 (오만측), 중국, 구소련, 남예멘 (반란군측) 등이 지원하는 등 대리전 양상으로 확전된 전쟁을 치루던 중 1970년 자신의 아버지인 술탄 사이드 빈 타이무르를 몰아내고 정권을 잡은 술탄 까부스 빈 사이드가 종국엔 반란군을 몰아내면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영국군과 함께 1973년부터 참전하여 연합군이 된 이란군 (당시엔 팔레비 왕조)의 도움이 컸습니다. 


비록 자신을 도와줬던 팔레비 왕조가 무너진지 30년이 지났지만, 반란군을 몰아내고 장기 집권의 기반을 잡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이란의 참전과 지원을 잊지 않은 술탄 까부스는 새롭게 탄생한 이란 이슬람 공화국과도 유대관계를 유지해오게 된 것이죠.



오만은 수니파 국가도 시아파 국가도 아니에요, 이바디파 국가일뿐!

이러한 역사적인 관계 외에도 오만이 국민의 대다수가 수니파인 수니파 국가이거나 바레인처럼 소수의 수니파가 정권을 잡은 다른 GCC국가들과 달리 같은 GCC 구성원이면서 유독 이란과 원만한 관계를 맺을 수 있었던 또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오만이 이란에 적대적인 수니파 중심의 GCC 회원국이면서도 이란과도 끈끈한 유지관계를 맺어올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오만이 양대 종파에 속하지 않는 대표적 소수 종파인 이바디파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양대 종파 사이에서 중간자적인 역할과 독특한 외교관계를 갖게 된 셈이죠.



오만은 중립국가, GCC의 스위스다!

미국과도 친하고 이란과도 친해왔던 술탄 까부스는 자신만이 가질 수 있는 외교적 입지를 잘 살려 지난해 초 미국와 이란의 양국간 비밀회담의 주선자로 나서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회담들이 결국 지난해 11월 이란과 세계 열강들간의 역사적인 핵 포기협상, 그리고 미국과 이란간의 우호적인 관계가 형성될 수 있도록 이끌었습니다. 미국과 이란이 가까워지면서 그동안 맹방임을 자처해왔던 사우디가 여기에 반발하면서 미국보다는 프랑스 등 EU와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지난 1월 두바이 통치자 셰이크 무함마드는 BBC 월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은 우리의 이웃이고, 어떤 갈등도 원하지 않는다"며 국제사회에 대 이란 경제제재 해제를 촉구하는 등 이란을 둘러싼 걸프지역의 주변 정세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불과 몇달전만해도 이란 축구협회가 정치적인 이유로 자바드 네쿠남의 샤르자 이적을 반대했던 점을 떠올려보면 놀랄만한 변화인 셈이죠. (덕분에 김정우가 뛸 팀을 찾게 된 셈입니다만...)



이러한 정세 변화 속에 논의를 계속하게 될 걸프연합 결성의 열쇠는 바로 이를 주장한 사우디가 쥐고 있습니다. 종교적 노선이 강한 사우디가 실용적 노선을 택하고 있는 이웃 국가들을 어떻게 설득해낼 수 있느냐에 달려있는 것이죠. 걸프연합 결성도, 걸프단일통화도 논의만 계속되고 있을 뿐 구체화되지 못한 이유니까요.



출처: "Why is Oman against a Gulf union?" (Al Arabiya News) & "Dhofar Rebellion" (Wikip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