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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CC] 사우디, 바레인, UAE, 주카타르 대사 전격 소환의 배경과 전망

둘뱅 2014. 3. 6. 23:48

(지난 해 12월 쿠웨이트에서 열린 제34차 GCC 정상회담 개회식 풍경. 출처: 로이터)



사우디, 바레인, UAE의 GCC 3개국은 수요일 카타르에 있는 자국 대사들을 전격 소환했습니다. 사우디 관영통신 SPA를 통해 발표한 성명서에 따르면 GCC 내 국가들에 대한 이들의 이례적인 대사소환은 "자국의 안보와 안정"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프랑스 소식통에 따르면 3국의 폭풍같은 결정은 화요일 리야드에서 열린 GCC 외무장관 회동을 거친 후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날의 회동은 카타르에게 지난 11월에 합의한 협정이행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카타르가 이에 응하지 않자 사우디, 바레인, UAE의 3개국이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고 카타르에 있는 자국대사를 소환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이 협정은 각 회원국이 직간접적으로 다른 GCC회원국의 내정에 간섭해선 안되며, 단체, 개인, 적대적인 미디어 매체를 포함하여 각국의 치안과 안정을 위협하는 개인을 지원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단체, 개인, 적대적인 미디어 매체를 포함하여 각국의 치안과 안정을 위협하는 개인 지원 위반

이들이 가장 문제삼고 있는 것은 셰이크 타밈 취임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는 카타르의 무슬림 형제단 (이크완)에 대한 지원입니다. 카타르 정부는 도하에 있는 무슬림 형제단을 여러 방법으로 지원하고 있는 반면, 사우디나 바레인, UAE 등은 자국 내에서 이들을 활동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알까에다 등 무장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의 발상지로 알려진 사우디는 이러한 이슬람 근본주의적인 사상을 가지고 있는 설교자들을 수천명 해임시켜오면서 대중들로부터 격리시켜올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해 왔으며, 대사 소환을 발표하기 전인 월요일 UAE 법원은 이집트 무슬림형제단과 연계된 것으로 알려저 활동을 금지시킨 이슬람 그룹 알이슬라 (Al-Islah)를 지원한 혐의를 받고 있는 카타르인 마흐무드 알 자이다에게 징역 7년형을 선고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카타르는 이슬람 형제단과 무르시 전 이집트 대통령을 지원하고 있는 반면, 사우디와 UAE는 시시가 이끄는 군부세력을 지원해오고 있죠.


이슬람 형제단 지원 여부를 놓고 깊어져가고 있던 양측의 갈등을 더욱 부채질한 것은 카타르가 설교를 통해 대이집트 정책을 놓고 "이슬람 규칙에 위반된다"며 사우디와 UAE를 지속적으로 비난하고 있는 이집트 성직자 유스프 까라다위를 침묵시키라는 이들의 주장을 거절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그가 지난 11월 협정안에 대해 비난을 퍼부은 설교를 알자지라 티비 등을 통해 누구나 볼 수 있도록 방송을 내보낸 이후 UAE 정부는 자국에 있는 카타르 대사를 최소 한차례 이상 소환했으며, 아부다비 지도자들은 셰이크 타밈 국왕에게 전화를 걸어 방송에 대해 사과하고 그의 주장을 내보내지 말 것을 요구했지만, 카타르 정부는 이를 무시해왔었습니다. 


GCC 회원국에 대한 내정 불간섭 위반

이는 카타르의 대 터키 관계와 연관이 있습니다. GCC 국가들은 카타르가 일방적으로 자국만을 위한 정책을 추구하고 탈GCC화 정책을 추진하던 옛 방식으로 회귀하는 것에 주목해왔었습니다. 터키에 대한 카타르의 제안이 큰 외교적 마찰을 야기한 셈이었죠. 막대한 자금력으로 사우디가 주도하는 GCC의 틀을 벗어나 주도권을 잡으려는 카타르와 중동을 벗어나 유럽으로 진출하기 위해 EU가입에 공들여왔으나 실패한 후 결국 중동무대로 돌아와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영향력을 무기삼아 중동 무대에서 목소리를 높이려는 터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었습니다. 이슬람화된 터키 정부도 카타르와 마찬가지로 무슬림 형제단의 지지하고 있기에 다른 GCC 국가들과 대척점에 서게 되었죠. 게다가 많은 관계자들은 카타르와 터키가 GCC국가들 내에 무슬림 형제단의 탄압 계획과 이집트에 대한 GCC국가의 지원 계획 등을 보고하고 공유하여 무슬림 형제단을 지원하기 위한 스파이망을 구축 중이라 보고 있으며, 이러한 행위야말로 GCC 회원국의 내정 불간섭 협정을 위반한다고 본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나오게 된 사우디 등 3국의 자국대사 소환 조치에 대해 카타르는 "유감"과 "놀라움"을 표하면서도 맞대응 조치는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만, 이 소식이 전해진 아침 같은 시간대에 쿠웨이트 주가지수는 0.7%, 두바이 주가지수는 0.5%, 사우디 주가지수는 0.2% 하락하면서 큰 영향을 받지 않은 반면, 카타르 주식시장의 주가지수는 3% 급락하면서 이례적인 대사소환 조치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을 보였습니다.


지난 12월 쿠웨이트에서 열린 GCC정상회담을 통해 걸프연합 결성을 마무리지으려던 사우디의 계획이 오만과 카타르의 반대로 실패한 가운데 이번 조치로 GCC를 단일화하려는 노력은 더욱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탈GCC를 추진하던 카타르의 독자적인 외교행보와 이에 대한 주변국들의 비판

현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 싸니 국왕의 할아버지인 셰이크 칼리파 빈 하마드 알 싸니 국왕의 통치기였던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국제무대에서 카타르의 존재감은 그야말로 미미했습니다. 사우디와의 국경 지역에서 씨족들간의 충돌로 때때로 총격전이 벌어지거나 도로 점거가 발생하는 등 동네 영역 쟁탈전 수준에 불과했으니까요. 이런 카타르가 미국 등 전통적인 우방 국가들로부터 무슬림 형제단, 하마스 등 적대적인 세력까지 피아를 가리지 않는 외교정책을 펼치면서 국제무대에서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한 것은 바로 셰이크 하마드 빈 칼리파 알 싸니 전 국왕이 취임한 1995년 이후였습니다. 탈GCC를 꿈꾸며 새로운 카타르 외교정책을 진두 지휘한 셰이크 하마드 빈 자심 알 싸니 전 외무부 장관 겸 총리의 행동력과 맞물린 전방위적인 외교정책은 GCC 내 주도권을 잡고 있는 사우디를 위시한 주변 아랍국가들과 갈등을 빚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경기도 (10,167㎢)보다 약간 넓은 면적 (11,586㎢) 에 2백만을 살짝 넘는 인구 (그중 순수 카타르인은 약 20~30만 정도)에 불과한 작은 초미니 국가 카타르가 광폭의 외교행보를 펼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천연가스 등으로 벌어들이는 막대한 자금력 (그나마 인구가 적어서 가능한 것이지만요)과 알자지라로 대표되는 다양한 미디어 채널을 통한 여론조성력에 있습니다. 이웃 국가들이 불법세력으로 규정한 반정부 이슬람, 무장 세력들의 자금줄로 후원해주고, 의도적인 여론조작을 통해 타국의 정권을 비난한다던가 크지 않은 문제를 집중 보도하여 여러 국가들이 개입하는 대규모의 사태로 확산시키는 등의 방식으로 내정 간섭을 시도하면서 모든 면에서 물리적으로 상대가 불가능한 주변의 큰 나라들을 상대로 역내 주도권을 잡으려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이번 일이 발생한 후 3개국의 대사소환 조치에 맞대응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던 카타르 정부의 공식 발표와 달리 알자지라 등 매체를 통해서는 3개국의 조치가 "심각한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얘기하는 것이 카타르 정부가 의도하는 여론전의 한 예죠.


전망, 그리고 카타르의 과제

향후 추이에 대해 여러 아랍 전문가들은 카타르가 전임 셰이크 하마드 국왕 시절부터 택하고 있는 외교정책 기조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하지 않는 이상 GCC 내에서 고립화를 자초할 것이라는 전망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GCC 국가들 외에 다른 아랍 국가들 중에서도 카타르의 행보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국가들이 많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GCC는 물론 아랍리그에서도 축출당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도 들리곤 합니다. 그런 상황까지 악화된다면 카타르는 어쩔 수 없이 이란, 터키와 가까워질 수 밖에 없겠죠.


앞으로 카타르가 어떤 외교정책을 취하게 될 것인가는 곧 취임 1주년이 다가오고 있는 젊은 국왕 셰이크 타밈의 외교력을 검증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입니다. 아버지 세대의 영향력이 남아있을지, 아니면 젊은 피답게 새로운 길을 열어나갈지 말이죠. 이런 상황에서 카타르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참조: "Saudi, Bahrain, UAE recall envoys to Qatar" & "Gulf trio pull Qatar ambassadors - why now?" (Al Arabiya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