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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CC] 주카타르 대사소환으로 촉발된 사우디, 바레인, UAE, 카타르 간 갈등 일단락, 그리고 과제!

둘뱅 2014. 4. 18. 18:49

(GCC 내무장관들이 마나마에서 열린 연례회담에 참석하여 회의하고 있다. 출처: 로이터)



지난 3월초 사우디, 바레인, UAE의 3개국이 주카타르 대사를 동시에 전격 소환하며 시작된 이들 3개국과 카타르의 갈등이 일단락되었습니다.


GCC에서 발표한 성명서에 따르면 GCC 외무장관들은 목요일 (17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의 공군기지에서 두 시간 넘게 회담을 갖고 "외교 및 안보 정책에 관련 조치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를 실시하였으며, 1) GCC 차원에서 확실하게 공동 대응하고, 2) 개별국가의 정책이 다른 회원국들의 이익, 안보, 안정성에 영향을 끼쳐서는 않되며, 다른 국가의 주권에도 영향을 취하지 않는다는 조치를 채택하는 것에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이 성명서는 GCC 외무장관들이 각종 장애물과 도전을 극복할 수 있었던 강한 응집력으로 지금까지 이뤄왔고 앞으로도 이뤄나갈 모든 이익과 성과를 보호하고 분열을 원하지 않는 각 회원국 국민들의 희망과 소원에 부합하기 위해 기존에 합의했던 내용들을 주도면밀하게 이행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에 공감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GCC 핵심 시스템의 근간을 이루는 기본 원칙인 리야드 협정 이행에 대해 자신들의 정부가 동의했음을 강조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전례없는 GCC회원국들간 분쟁의 시작과 중재 과정

지난달 초 사우디, 바레인, UAE가 지난 해 11월 각 회원국의 내정을 간섭하지 않는 것에 합의한 리야드 협정에 대한 카타르의 미이행을 이유로 카타르에 있는 자국 대사를 전격 소환하면서 GCC는 지난 1981년 창설 이래 33년만에 처음 맞이하는 전례없는 갈등에 직면했었습니다. 오만이 걸프 연합에는 동참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이유 ([GU] 오만은 왜 걸프연합 결성을 반대할 수 밖에 없었는가? 참조) 에서도 볼 수 있듯 GCC 모든 회원국들이 다 서로에게 만족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국의 대사를 소환할 정도로 이렇게까지 표면화된 적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사우디 주도의 3개국은 카타르가 이집트 무슬림 형제단 등 이집트와 시리아 등지에서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들을 지원하고 자국 소유의 미디어를 이용한 선동적인 방송으로 다른 회원국들의 내정 간섭을 시도해왔다고 비난했으며, 이에 대해 카타르는 이들의 비난을 부인하면서도 자신들의 외교 정책에 충실하겠다고 선언하면서 팽팽한 긴장관계를 이어왔었습니다. ([GCC] 사우디, 바레인, UAE, 주카타르 대사 전격 소환의 배경과 전망 참조


GCC 성명서는 또한 갈등 중재에 나선 사바흐 알 아흐메드 알 자비르 알 사바흐 쿠웨이트 국왕의 리더쉽을 통해 "원하는 결과에 도달"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쿠웨이트를 칭찬했습니다. 사바흐 쿠웨이트 국왕이 사우디와 카타르의 3자 회담을 주도하며 분쟁 중재에 나선 가운데 쿠웨이트와 오만은 이미 알려진대로 4개국간 갈등을 봉합하는 역할을 맡아왔습니다. 쿠웨이트가 중재를 주도한 것은 걸프 연합 결성 반대로 사우디와 껄끄러울 수 밖에 없는 오만과 달리 갈등의 주체인 사우디와 카타르 사이에서 크게 불편한 관계가 없는 적임자이기 때문입니다.


목요일에 열린 GCC 외무장관 회담에 참여하기 앞서 유스프 빈 알라위 오만 외무장관은 런던에 기반을 둔 일간 알하야트지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4개국 갈등이 이미 끝났으며, 이것은 이미 과거의 일"이 되었다고 밝혔으며, 사우디 외무장관 사우드 알 파이살 왕자도 페닌술라지와의 인터뷰에서 "회원국들이 다른 회원국들의 이익을 해치지 않고 자유롭게 정책을 추진하는 원칙만 준수한다면 GCC 회원국들 사이에서 더 이상의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밝혀 사태가 일단락되었음을 암시한 바 있습니다.



서로가 아쉬울 수 밖에 없는 사우디와 카타르의 약점

사우디 및 3개국이 주카타르 대사를 소환한 이후 카타르 외교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는 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카타르 미디어에서 근무하는 자국 언론이들에게 사직할 것을 요청했고, 문제가 악화될 경우 카타르 주변 육로 및 해로 봉쇄, 카타르 국적 항공기의 사우디 영공 진입 금지 등 강력한 제재 방안을 주장해왔던 사우디와 이런 위협에 굴하지 않고 자신들의 노선을 고수하겠다던 카타르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장기화될 것 같았던 문제가 40여일만에 일단락 된 것은 사태가 장기화되어서는 좋을 것이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갈등의 두 당사자인 사우디와 카타르는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필요한 존재이고, 없으면 곤란한 결정적인 약점들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사우디 영공에 카타르 국적 항공기의 진입을 금지시키면, 당장 사우디 국내선 확충 계획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칩니다. 사우디는 사우디야와 플라이 나스가 국내선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지난 한해에만 200만석을 놓친 것으로 알려졌을 정도로 만성적인 국내선 좌석부족으로 골머리를 앓아왔으며, 결국 국내선 확충을 위해 2개의 항공사에 추가로 운항권을 제공한 바 있습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중 한 항공사가 바로 카타르 항공 소유의 알마하 항공이라는 사실입니다. ([항공] 새로운 사우디 항공사, 20억달러 상당의 비행기 26대를 주문해! 참조) 소문대로 카타르 국적 항공기를 차단시키면 당장 알마하 항공의 운항면허가 취소될 수 밖에 없기에 신규 항공사들의 운항을 준비하고 있는 사우디 민간항공청으로서는 비상이 걸릴 수 밖에 없습니다. 양국간 외교 분쟁이 한창이던 지난 3월 말 사우디 민간항공청이 알마하 항공과 사우디 걸프 항공의 운항개시 일정을 11월말이 될 것이라고 발표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항공] 사우디 민간항공청, 카타르와의 외교 분쟁에도 알마하 항공의 운항 개시 시점을 11월로 확정, 그러나.... 참조)  


사우디와 관계가 틀어질 경우 카타르는 사우디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2013년 11월 30일 기준 인구 추정치에 따르면 전체 인구 약 2,068,050명 중 순수 카타르인은 인도인 (약 545,000명), 네팔인 (약 341,000명)보다도 적은 약 278,000명 정도 (13.4%)로 추정될 정도로 (실제로는 그보다도 더 적을지도 모른다는 설도 있음...) 자국민 수가 너무나도 적어서 카타르는 국방을 외부 인력들에 많이 의존해 오고 있습니다. 카타르인만으로 충분한 병력을 확보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지난 4월 1일부터 의무 병역제를 시행하여 자국민들에게 자주 국방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기 시작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국방] 카타르, 2월 23일부터 의무병역제를 시행하기 위한 입영신청 받아![국방] 카타르 의무병역제와 관련된 추가 발표, 병역기피자는 경제활동 불허! 참조) 이런 카타르군 내 사우디에서 온 "알까흐따니" 씨족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이 치명적인 약점입니다. 상황이 악화되어 사우디가 카타르군에 있는 "알까흐따니" 씨족에게 소환령을 내릴 경우 카타르군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얘기가 들릴 정도니까 말이죠.   



GCC가 직면한 새로운 과제: 급변하고 있는 대이란 관계

공동의 이익이라는 대의 앞에 표면화된 분쟁은 일단락되었지만, GCC의 이익과 자국의 이익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아야 하는 각 나라들의 고민은 계속될 전망입니다. 특히 GCC 결성의 한 배경이자, 오만이 걸프연합에서 빠지겠다고 한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한 대이란 관계가 대표적인 이슈입니다. 이란이 지난 해부터 미국과 가까워지면서 이란을 강력한 라이벌로 여기는 사우디와 바레인을 제외한 다른 GCC회원국들의 움직임 역시 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두바이는 이란이 경제제재를 받고 있을 때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등 역사적으로 이란과 끈끈한 무역관계를 이어왔지만, 연합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아부다비가 미국의 편에 서면서 UAE는 이란과 긴장관계를 이어왔었는데, 지난 화요일 (15일) UAE부통령 겸 두바이 통치자인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가 하산 로우하니 이란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들여 테헤란을 공식 방문하는데 합의하면서 그동안 소원했던 양국간 관계도 해빙무드를 타기 시작했으니까요. 사우디 입장에선 오만이나 카타르가 이란과 가까워지는건 크게 부담되지 않을 수 있어도 GCC 내 양대 균형추 역할을 맏고 있는 UAE마저 이란과 가까워지는건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기에 사우디에게도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고 있는 이란과의 관계 재정립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가 없으니까요.


사우디 입장에서는 급변하고 있는 역내 정세 속에서 압둘라 국왕은 종교적으로 강경론을 앞세워 GCC 내 국가들마저 적으로 돌리는 폐쇄적인 외교정책을 이끈 주인공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반다르 빈 술탄 왕자를 정보국장에서 해임했습니다. 그의 해임과 더불어 전면적인 대외관계를 수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사우디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참조: "Gulf states come to consensus after rift" (Al Arabiya) & "GCC in historic deal to end internal divide" (The Peninsula)

         "GCC states agree on mechanism to implement Riyadh document" (KUNA) & "Mending ties with Islamic Republic" (ME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