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C/사우디

[경제] 사우디, 고용증대를 위해 7월초부터 매장 영업시간을 오후 9시까지로 제한?

둘뱅 2014. 4. 14. 01:47

(2010년 라마단 당시 젯다 레드 씨 몰의 풍경. 이프타르 식사를 위해 푸드코트가 있는 3층엔 사람으로 가득하지만, 매장이 문닫은 1~2층은 한산하다. 이런 모습을 저녁 9시 이후로 일상적으로 보게 될지도....)



현재 자정까지 영업하는 매장 폐장시간을 저녁 9시까지로 제한하는 법안에 대한 연구를 시행했던 사우디의 한 정부 위원회는 최근 이 법안에 대한 장단점에 대한 모든 연구를 마쳤으며, 위원회와 가까운 소식통에 따르면 올해 라마단이 시작되기 전인 7월초 이전에 매장 영업시간 제한에 들어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사우디의 영자신문 사우디 가젯트가 보도했습니다. 


상업부, 수도권 및 지방행정부, 이슬람부, 전기부 등 유관부처 대표들로 구성된 이 위원회는 매장영업이 가능한 시간을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15시간으로 제한하되, 약국, 주유소, 커피숍, 식당 등의 업종에 대해서는 특별 허가와 함께 제외된다고 결정하였습니다.


사람들의 이른 귀가를 유도하여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려 끈끈한 가족관계를 만들겠다는 의도 등이 담겨 있이는 했지만, 작년에 처음 제안되었을 때부터 전통적으로 저녁 밤 시간대에 쇼핑을 즐기기를 선호하는 라이프 스타일 때문에 많은 비난을 받아왔던 이 법안을 사우디 정부가 굳이 통과시키려는 이유는 젊은 사우디인들을 민간업체에 취업하도록 꼬드기기 위한 유인책의 일환이기 때문입니다. 사우디 젊은이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급여와 수당, (상대적으로 짧고 휴일이 긴) 근무시간 등 모든 면에서 공무원들보다 복지수준의 격차가 커 민간업체 취업을 기피하는 풍토로 인해 공무원이 되지 않을 경우 실업을 택하는 난제를 해결하고자 민간업체와의 복지 격차를 줄여나가려는 것입니다.


매장영업직은 하찮은 일이라는 사우디인들의 인식 속에 전통적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이 근무하는 직종 중 하나지만, 사우디 정부는 장기적인 실업문제 해결을 위해 사우디 젊은이들을 매장영업직으로 유인하게 위해 애써오고 있었습니다. 사우디 내 일자리 창출의 일등공신은 건설업종이지만, 건설업종으로 유인하기엔 날씨가 너무 덥죠;;; 적어도 실내 근무가 많은 직종이니 좀더 유인책을 만들어 보려는 것입니다.


사우디 정부가 발표하는 공식 실업률은 약 12%이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사우디 노동가능연령대 인구 중 3~40%만이 취업했거나 구직 중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취직한 대부분의 사우디인들은 공공부문이 종사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24세 이하가 거의 50%에 육박하는 인구구조를 감안하면 사우디 젊은이들의 실업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향우 10~20년내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연속적인 재정흑자와 국내 총생산보다 더 많은 막대한 외환 보유고에도 불구하고 경제전문가들은 급여 및 보조금 등으로 뿌려지는 정부의 높은 재정지출이 지속적일 수 없으며, 경제에 불안요소라고 경고해오고 있습니다. 


사우디를 세계에서 물가 싼 10대 도시안에 들 수 있게 만드는 밑바탕이 되고 있는 휘발유, 전기, 물 구입시 구입비용에서 공제되는 방식으로 지급되는 보조금으로 인해 1인당 소비량은 낭비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세계최고수준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정부의 보조금 지출을 늘려 효율적인 예산편성을 방해하는 걸림돌로 자리잡아 정부 내부에서도 보조금 삭감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중입니다. 하지만, 선뜻 손대지 못하는 것은 2천만명을 상회하는 자국민들에게 카타르처럼 풍족한 생활을 담보하지는 못하지만, 물가인상수준을 억제하여 아쉬운대로 생활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장 영업시간을 오후 9시까지로 제한하는 것이 정부의 의도대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우려가 큰 것도 사실입니다. 


우선, 6시부터 21시까지 영업가능한 시간이 15시간이고, 15시간을 풀로 가동하고 싶어도 쌀라 브레이크 (예배시간 중 영업금지)로 인해 최소 2시간은 영업이 불가능합니다. 보통  매 예배시간마다 30분 정도 문을 닫게 되는데, 하루 다섯번의 예배 중 네번이 영업 가능한 시간 (12시 전후, 3~4시, 5~6시, 7~8시)에 걸리기 때문입니다. 특히 저녁 영업에 타격이 크죠. 이 안대로라면 여름에 찾아오는 라마단 기간에는 사실상 쇼핑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구요. 사람들이 쇼핑을 밤에 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밤에는 쇼핑하다 예배가야한다고 흐름이 끊기는 일은 없을테니 말이죠. 영업시간을 9시로 제한하게 될 경우 쌀라 브레이크마저 깨버릴 지가 가장 중요한 관심사인 이유입니다. 


게다가, 마땅한 오락거리가 없는 사우디에서 가족들이 함께 보낼 수 있는 최적의 엔터테인먼트 장소 중 하나가 바로 쇼핑몰입니다. 일정 규모의 쇼핑몰에 실내 테마파크, 쇼핑몰, 슈퍼마켓, 푸드코트가 한꺼번에 입점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주차비도 받지 않아 오래 머물며 시간보내기에도 좋죠. 위원회의 안대로라면 쇼핑몰은 저녁 9시 이후로 푸드코트와 카페 외에는 운영이 불가피합니다. 쇼핑몰에 먹으러만 갈 이유는 없을테니 장기적으로는 쇼핑몰 같은 곳들이 타격을 많이 받을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가족들과 외출하는 시간을 더 줄이게 되는거죠. 현재 아랍뉴스에서 진행 중인 온라인 설문조사에서도 가족 유대감 강화에 크게 공감하지 않는 결과에서 볼 수 있듯이 말이죠.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런다고 사우디 젊은이들이 매장에서 근무하려 들 것인지는 여전히 회의적입니다. 매장 영업직에 대한 인식이 기본적으로 낮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에서 근무시간을 줄인다고 지원자가 늘지는 미지수입니다. 사우디 정부는 2000년대 초반에도 동네 슈퍼마켓과 보석상 등 일부 업종의 외국인을 모두 빼고 사우디인으로 대체하려다 실패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오히려 황금 영업시간을 포기해야 하는 소매업 전반에 걸친 타격이 더 클텐데 말이죠. 


사우디인 실업률을 낮추겠다며 오히려 역행하는 듯한 모험적인 정책을 계속해서 추진하고 있는 사우디 정부가 과연 어떻게 실행에 옮길지....



참고: "Early shop closure likely before July" (Saudi Gazette) / "Saudi Arabia May Close Shops Early To Boost Employment" (Gulf Busin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