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은 화요일 발표한 칙령을 통해 국가안전보장위원회 사무총장 겸 정보국장을 맡고 있는 반다르 빈 술탄 왕자가 정보국장에서 물러나고, 후임으로 정보차장 유스프 알리 알 이드리시 장군을 임명했다고 사우디 관영통신이 보도했습니다. 사우디 관영통신은 그가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을 요청했다고 밝혔으며, 이 칙령은 발표와 동시에 유효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1983년 10월부터 2005년 9월까지 22년간 주미 사우디 대사를 역임하며 미국의 충견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던 그는 2005년 10월 16일 압둘라 국왕의 취임 후 신설된 국가안전보장위원회 사무총장에 부임했으며, 2012년 7월 19일부터 무끄린 빈 압둘아지즈 현 부왕세제 후임으로 정보국장을 겸임하면서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실각시키려는 시리아자유군 (Syria Free Army)을 지원하는 임무를 수행하며 내전 중인 시리아에 대한 사우디 정책을 담당해왔습니다. ([정치] 사우디의 국가안보, 정보, 외교전략을 총괄하는 사우디 국가안전보장위원회란? & [사회] 사우디의 국가정보원, 사우디 정보국 "무캇바라" 참조)
사우디 왕실 내 대표적인 친미연사였던 그는 미국이 이란과의 화해무드 속에 급속도로 가까워지던 지난해 10월 유럽 외교관들과의 회동에서 시리아 내전에 대한 미국의 실질적 행동 부재와 이란과 가까워지려는 미국의 정책을 비난하며 "미국과의 관계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큰 화제를 모은 바 있습니다. 실제로 사우디는 프랑스, 독일, 중국, 일본 등과 더욱 가까워지면서 미국에 치중한 외교노선을 다각화하기 시작했으며, 그의 발언 이후 오바마 행정부가 존 케리 국무장관을 긴급 파견하고 오바마 대통령 자신이 지난 달 사우디를 방문하는 등 사우디-미국 관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특집] 2013년 사우디를 변화시킨 24대 사건으로 알아보는 사우디 입문 참조)
이러한 미묘한 갈등 속에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지 않고 있던 미국은 지난해 8월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이 다마스커스 외곽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하여 수백명을 학살한 후 미국의 무력 개입을 촉구해왔던 사우디의 요청을 받아들여 시리아 내 화학무기 생산시설을 파괴하기 위한 공습을 결정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미 외교단의 사우디 방문 당시 그가 직접 시리아 사태에 개입하지 않고 있는 미국을 훈계하고 시리아 반군에 무기를 공급하지 않기로 한 미국의 결정을 비판하는 등의 고압적인 태도로 인해 미군의 충견으로 간주되었던 그는 미국 관계자들로 비판을 받으며 논란의 주인공이 되었으며, 이를 괘씸히 여긴 미국은 마지막 순간에 아사드 정권의 동맹인 러시아와의 합의 하에 반다르 왕자의 반대를 무시하고 예정된 공습을 취소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반다르 왕자는 올해 초 건강상의 이유로 병가를 떠났으며 2월부터 내무장관 무함마드 빈 나이프 왕자가 그의 임무를 대행했었습니다. 미국, 모로코 등지에서 휴양을 취한 것으로 알려진 그는 지난달 말 리야드로 복귀했으며, 최근 몇달간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사우디 당국의 발표에는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한다고 표명했음에도 이를 보도하는 매체에 따라 교체, 경질, 사임 등 다양한 표현이 사용되는 것으로 봐서는 건강 상의 이유뿐 아니라, 그가 정보국장에 부임하면서 맡았던 시리아 내전에 대한 개입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데다 오히려 미국과의 갈등을 유발하고 대외 관계에서 적들만 만들면서 산적한 문제들을 수습하지 못한 것에 대한 문책성 경질로 보여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에미레이트 대학 정치학과 압둘칼릭 압둘라 교수는 "그의 사임과 함께 사우디의 외교정책을 지배해왔던 반다르식 외교정책 (Bandarism Policy)의 시대가 끝났으며, 시리아 내전에 대한 사우디의 대시리아 정책이 실패했음을 인정한 결과"라며 그 의의를 분석했고, 엘렌 닉마이어 리야드 주재 월 스트리트 저널 특파원은 "반다르는 올해들어 대부분의 시간을 정책 일선 밖에 있었으며, 오늘의 발표는 이를 공식화한 것이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유스프 빈 알리 알 이드리시 신임 정보국장과 전임자 반다르 빈 술탄 왕자)
반다르 빈 왕자가 정보국장으로 취임하면서 차장이었다가 그의 경질과 함께 후임으로 지명된 신임 유스프 빈 알리 알 이드리시 신임 정보국장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알려진 바가 거의 없어 어떤 정보국이 될 수는 가늠하기 힘들지만 무엇보다 전통적으로 영향력있는 왕자가 앉았던 정보국장 자리에 민간인을 않혔다는 점에서 과도기의 임시 대행체제가 될 것인지, 아니면 파격적인 무끄린 부왕세제 지명에 이어 새로운 체재로 개편하기 위한 신호탄이 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참조: "Saudi Arabia replaces intelligence chief" (Al-Arabiya), "Controversial Saudi intelligence chief resigns" (Middle East Eye)
"Why Prince Bandar of Saudi was sacked" (Middle East MOn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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