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C/사우디

[정치] 전격 등장한 유스프 빈 알리 알 이드리시 새 사우디 정보국장은 누구?

둘뱅 2014. 4. 17. 16:28

(압둘라 국왕과 악수를 나누고 있는 유스프 빈 알리 알 이드리시 새 사우디 정보국장)


지난 화요일 압둘라 국왕은 칙령을 통해 일신상의 이유로 사직을 요청한 정보국장 반다르 빈 술탄 왕자를 해임하고 그 대신 정보국의 2인자인 정보차장 유스프 빈 알리 알 이드리시 장군에게 정보국장의 임무를 맡긴다는 칙령을 내렸습니다. 그는 셰이크 카말 아드함 초대 정보국장이 물러난지 37년 만에 알사우드 가문 밖에서 지명된 첫 정보국장이 되었습니다.


그의 조상이 사우디인이냐, 이집트인이냐를 놓고 다양한 설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사우디인들 사이에서는 그의 뿌리가 아라비아 반도가 아닌 상 이집트 (Upper Egypt)라는 이야기가 널리 알려졌으며, 이집트의 위성채널인 사다 엘 발라드 (Sada El-Balad)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상 이집트에서 아랍부족들과 생활하면서 고종사촌 이맘 무함마드 빈 알리 알 이드리시를 방문하러 그가 살고 있는 사우디 남서부의 항구 마을 지잔에 왔다가 그곳에 정착하게 된 유스프 빈 무함마드 알 이드리시가 유스프 신임 정보국장의 할아버지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이 주장에 따르면 유스프 신임 정보국장의 할아버지는 사우디를 세운 압둘아지즈 국왕의 신임을 얻었으며, 유스프 신임 정보국장의 아버지인 알리를 포함한 여러 자녀를 낳으면서 사우디 국적을 취득하고 자리를 잡았다고 합니다. 하산, 타우피크, 바흐가트 등 신임 정보국장의 사촌들 역시 이집트인의 후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소문, 혹은 주장들과 달리 그는 사우디인의 후손이라고 합니다.


사실 사다 엘 발라드 채널의 주장 속에 등장하는 무함마드 빈 알리 알 이드리시가 그의 할아버지로 그는 오스만 제국에 항거하여 오늘날의 지잔, 아시르 지역에 사브야를 수도로 한 아시르 알 이드리시 토후국 (1906~1934)을 세웠으며, 제1차 세계대전 중 영국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그의 토후국은 불행히도 오래가지 않아 그가 사망한 1920년까지 번성하다가 그 후 압둘아지즈 국왕이 통일전쟁을 벌이고 있던 알사우드 씨족의 새로운 국가에 단계적으로 흡수되기 시작했으며, 결국 사우디아라비아가 정식으로 건국되고 2년 뒤인 1934년 타이프 협정을 통해 정식으로 합병되었습니다.


그가 세간에 알려지게 된 것은 불과 1년반 전의 일로 영어든, 아랍어든 그에 대한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고, 그의 출신을 놓고 논란이 있을 정도로 큰 존재감이 없었던 인물입니다. 하지만, 정보차장에 부임한지  단18개월 만에 내려진 3차례의 칙령과 함께 쾌속 승진을 거듭하며 37년만의 비 왕실 출신 정보국장에 올랐을 정도로 압둘라 국왕의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첫번째 칙령 (2012년 10월 5일) "스스로 사직을 요청한 정보차장 압둘아지즈 빈 반다르 빈 압둘아지즈 왕자 (1961년생. 압둘라 국왕보다 한 살 많은 이복형이자 생존해있는 압둘아지즈 국왕의 아들 중 연장자인 반다르 빈 압둘아지즈 왕자의 6남. 대학졸업 후 정보국에 들어간 1981년부터 정보차장에서 사임한 2012년 10월까지 근무했으며 현재는 한직.)를 해임하고 그를 대신하여 유스프 빈 알리 알 이드리시 대장을 신임 정보차장으로 임명한다"

두번째 칙령 (2013년 7월 15일) "정보차장인 유스프 빈 알리 알 이드리시 대장을 장군으로 진급시킨다"

세번째 칙령 (2014년 4월 15일) "스스로 사직을 요청한 정보국장 반다르 빈 술탄 왕자를 해임하고 그를 대신하여 정보차장 유스프 빈 알리 알 이드리시 장군에게 정보국장의 임무를 맡긴다"


그는 새로운 칙령과 함께 사우디 정보국의 6번째 수장이 되었으며, 참고로 사우디 정보국이 생긴 이래 지금까지 정보국을 이끌었던 수장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듯 사우드 왕가 출신의 왕자, 혹은 순수 사우디계가 아닌 외국계, 또는 외국계 후손의 사우디인이 정보국장이 되었다는 사실은 흥미롭습니다.


1대 셰이크 카말 아드함 (1965~1977)- 알바니아계 아버지와 터키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으며 파이살 국왕의 가장 유명한 부인이었던 잇파트 왕비의 이복 동생. 사업가이자 파이살, 칼리드 국왕의 카운셀러. 1999년 사망

2대 투르키 빈 파이살 알 사우드 왕자 (1977~2001.09.01)- 파이살 국왕의 아들. 주미대사 역임 후 현 킹 파이살 이슬람연구센터(King Faisal Center for Research and Islamic Studies) 이사장

3대 나와프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왕자 (2001.09.01~2005.01.25)- 압둘라 국왕의 이복동생. 압둘라 국왕의 측근이자 억만장자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의 큰아버지. 압둘라 국왕의 장관급 특별보좌역 역임. 

4대 무끄린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왕자 (2005.10.22~2012.07.20)- 압둘라 국왕의 이복동생. 현 부왕세제 겸 제2부총리. 

5대 반다르 빈 술탄 알 사우드 왕자 (2012.07.20~2014.04.15)- 고 술탄 왕세제의 아들. 은퇴

6대 유스프 빈 알리 알 이드리시 장군 (2014.04.15~현재)


반다르 빈 술탄 왕자를 그가 아닌 유스프 빈 알리 알 이드리시 장군으로 교체한 것은 여러 의미가 담겨있는 조치로 여겨집니다. 일각에서는 전 정보차장인 압둘아지즈 빈 반다르 빈 압둘아지즈 왕자가 복귀하기 전의 대행체제라고 보는 설도 있지만 그렇게까지 보여지지 않는 이유는 초대 정보국장이 순수 사우디인이 아니라 외국계 사우디인이었고, 아딜 빈 아흐메드 알 주바이르 주미 사우디 대사라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 사우디 외교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인 주미 대사까지도 사우드 왕가 밖에서 영입할 정도로 사우디 조차도 이웃 걸프 왕정들과 마찬가지로 능력있는 외부 인사의 영입이 진행되고 있으며, 그가 정보국장으로 지명되기 전까지의 진급과정을 고려해봤을 때 단순히 대행으로 쓰려고 지명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압둘라 국왕도 사회적 개혁을 요구하는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여 다음 세대로의 전환을 준비해나가고 있으니 말이죠.


또한 많은 이들이 얘기하는 것처럼 반다르 빈 술탄 왕자의 경질은 종교적인 문제에 있어 강경한 사우디 외교정책의 확산에 앞장섰던, 그로인해 사우디의 대외 관계에 있어서 주위에 많은 적을 만들어냈던 그의 정치생활이 끝났음을 의미합니다. 그의 경질은 사회적 개혁을 요구받고 있는 상황 속에서 왕위 계승문제를 포함한 사우디 왕가 내 권력구도 개편과 함께 시리아 반군을 지원하고 있지만 갈수록 악화되어가고 있는 시리아 내전, 레바논부터 꾸준하게 대척관계에 있지만 최근 미국 및 이웃 GCC 국가들마저 가까워지기 시작하면서 전반적인 관계 재정립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이란, 사담 후세인 정권 몰락 후 과도기를 거치고 있는 이라크, 역내 존재감을 키우기 위해 전방위로 야심넘치는 정책을 펼치고 있는 카타르와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이웃 국가들과 긴장관계 속에 누적되어왔던 난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에 대한 거대한 질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참조: "من هو الفريق أول ركن يوسف الإدريسي رئيس الاستخبارات السعودية الجديد" (Arabian Busin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