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C/카타르

[미디어] 카타르, 알자지라의 보도성향과 균형을 맞출 새로운 방송국 개국준비 중!

둘뱅 2014. 5. 5. 23:15

(알자지라 방송의 뉴스룸)



카타르는 지나치게 무슬림 형제단을 지지해왔다는 비판을 받아온 알자지라의 보도성향과 정치적 균형을 맞출 새로운 TV방송국을 개설할 예정이라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습니다.


(카타르 정부가 개국 준비 중인 새로운 뉴스채널 알아라비 로고)


새로운 방송국은 런던에 본부를 둔 아랍어 뉴스 채널로 아랍 세계 전역으로 방송될 것이며 지난 해 6월 자신의 아버지 하마드 전 국왕으로부터 왕권을 승계받은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 싸니 카타르 국왕이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미디어 사업의 일환입니다. "알아라비 TV 네트워크 (AlAraby Television Network)"라는 불리는 새로운 방송국은 당초 지난 1월에 개국할 예정이었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계속 지연되고 있었으며, 현재 BBC Arabic 등 기존의 아랍 뉴스 방송국 등에서 근무하고 있는 유경험자들을 포함한 다양한 직종의 스탭을 모집 중입니다.


새로운 아랍어 뉴스 채널 개국에 앞장서고 있는 사람들은 도하에 본부를 두고 있는 아랍정치연구센터 (Arab Centre for Research and Policy Studies)의 센터장인 팔레스타인계 카타르인 아즈미 비샤라와 타밈 국왕의 최측근 인사들로 알려져 있습니다. 


(알아라비 채널을 이끌게 될 아즈미 비샤라 사장)


아즈미 비샤라 알아라비 사장은 이스라엘 나자렛에서 태어난 아랍계 이스라엘인으로 발라드당을 세우고 이스라엘 의회인 크네세트 의원이 되었으나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기간 중 헤즈볼라를 지원한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자 지난 2007년 4월 주이집트 이스라엘 대사관을 통해 의원직을 사퇴하고 카타르로 망명하여 카타르 국적을 취득한 팔레스타인 지식인, 학자, 작가 겸 전 정치인입니다. 그는 "공정하게 무슬림형제단에 반대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미디어를 통해 공개적으로 형제단의 활동을 비판할 의지 속에 새로운 방송국의 개국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그의 행동은 카타르 정부가 너무나도 오랫동안 무슬림 형제단과 지나치게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보는 자신의 신념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알자지라의 급성장의 빛과 그림자, 그리고 카타르 외교정책

특히, 도하에 본부를 둔 알자지라 네트워크 (Aljazeera Network)로 대변되는 카타르의 관련 미디어 매체들은 국제 무대에서 카타르의 영향력을 높여가는 주요 소프트 파워 도구로 제역할을 톡톡히 해 왔습니다. 


1996년 개국한 이래 알자지라 네트워크는 성역 없는 보도와 1990년대 CNN이 급성장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사태, 미국의 아프간 및 이라크 침공 등의 일련의 사건에서 친미, 친이스라엘 서구언론들이 눈감아오고 있던 아랍, 팔레스타인들의 참상을 생생하게 보여줌으로써 세계 미디어시장에서 존재가 미미했던 아랍언론의 존재감을 드높이면서 기하급수적인 발전을 거듭해왔지만, 다른 걸프 왕정들에 대한 비판과 특히, 아랍의 봄 사태가 일어난 이후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에 대한 카타르 정부의 지원속에 무슬림 형제단의 목소리를 보도해 오면서 이웃 국가들의 분노를 사왔습니다.


이들 국가들은 카타르가 역내에서 목소리를 높이려는 정치적 야심은 넘치지만 인구수나 경제규모 등 물리적인 면에선 스스로 그 야심을 실현할 수 없는 현실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반정부 무장단체에 대한 지원과 더불어 사우디, UAE, 이집트 등 이웃 국가들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줌으로써 국내의 반정부 세력들을 조성하여 상대적으로 약화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알자지라를 비롯한 각종 미디어 매체를 육성한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이웃 국가들의 지속적인 항의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카타르 정부가 언론의 자유라는 미명 하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자 쌓이고 쌓였던 분노가 폭발하게 된 것이 지난 3월 초 사우디, UAE, 바레인의 카타르 주재 자국대사 소환이라는 GCC 결성 이후 초유의 외교분쟁으로 비화되기에 이르렀던 것입니다. 특히 그 결정적인 원인은 무슬림 형제단의 영적 가이드이자 카타르에서 거주하고 있는 유스프 알 까라다위를 UAE 정부의 경고 및 요청에도 불구하고 알자지라에 지속적으로 출연시켜 무슬림 형제단의 강령과 UAE 정부을 비난하는 방송을 내보낸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GCC] 사우디, 바레인, UAE, 주카타르 대사 전격 소환의 배경과 전망 참조)


무르시 정권을 전복시키고 그의 지지자 1200여명에게 사형을 선고한 바 있는 이집트 정권과 마찬가지로 사우디와 UAE 역시 무슬림 형제단을 테러조직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사우디가 무슬림 형제단 같은 원리주의자들을 기피하게 된 것은 사우디 건국 전 압둘아지즈 국왕이 아라비아반도 통일전쟁 과정에서 처음에는 종교적, 군사적 동지 관계였다가 그 관계를 믿고 자신들의 정치적 야욕이 늘어나며 오히려 통제가 불가능해지게 되자 결국 괴멸시켜 버렸던 사우디의 원리주의 세력이었던 베두윈 민병대 조직 "이크완"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역사] 사우디 통일전쟁과 건국의 또다른 주인공, 베두윈들의 종교적 민병대 이크완 참조)



알아라비 채널 개국의 의미, 그리고 알자지라 브랜드의 재정립

카타르 정부가 개국하려는 새로운 방송국은 이미 아랍권을 넘어 세계적인 영향력을 끼칠 정도로 상당한 발전을 거듭해 온 카타르 미디어 산업을 더욱 발전시키는 한편, 셰이크 타밈 현 국왕에게 이웃 국가들의 분노를 촉발시켰던 카타르 외교정책 기조를 재조정하여 자신의 아버지 셰이크 하마드 빈 칼리파 알 싸니 전 국왕 (그리고, 셰이크 하마드 빈 자심 알 싸니 전 수상 겸 외무장관)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지난 해 6월 타밈 국왕이 전격 취임했을 당시 아버지와는 다른 성향의 그가 카타르의 정책기조를 부분 수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아직까지 그런 변화의 움직임이 거의 보이지 않아 일선에서 물러난 하마드 국왕이 여전히 권좌 뒤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되어 왔었습니다.


논조가 다른 새로운 방송국의 설립을 통해 카타르 미디어 시장에서 알자지라가 차지하고 있던 점유율을 나누게 되면 카타르는 알자지라가 그동안의 방송을 통해 쌓아왔던 이미지와 지역 내 영향력을 잃을수도 모르는 리스크를 안게 되지만, 그 반면 그동안 알자지라에 반감을 갖고 있던 시청자들을 끌어모아 올 수 있는 전략을 구상할 수 있게 됩니다. 걸프 왕정은 물론 카타르 정부의 외교정책 기조와 알자지라를 적대시하고 있는 아랍 시청자들도 많은 가운데 반대적인 보도성향을 갖고 있는 알자지라와 직접 경쟁할 필요없이, 비슷한 논조를 갖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알아라비야(Al-Arabiya) 채널과 시청자들을 놓고 경쟁을 벌일 수 있게 될테니까요.

2013년 8월 영국에 이미 등록을 마친 알아라비 TV 네트워크는 카타르 정부의 이익을 추구하기 보다는 카타르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에 큰 목적을 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알아라비를 등록시킨 영국에 근거지를 둔 변호사 사바흐 알 무크타르는 인터뷰를 통해 알자지라가 기념비적인 방송국이지만 과거에 비해선 덜 공정한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자지라가 (확장시킨 아랍 미디어의 영향력이) 없었다면 알아라비나 다른 방송국들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카타르가 현재 개국준비 중인 알아라비와 타밈 국왕이 취임하기 직전 영국에 등록한 Fadaat Medial Limited 소유의 알아라비 알자디드 등 다양한 미디어 매체를 설립하려는 움직임은 세계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 알자지라로 고착된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시켜나가기 위한 전략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알자지라가 세계 미디어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시키는 동안 형성된 알자지라의 브랜드 이미지가 비아랍권, 특히 미국시장 진출에 있어서는 큰 걸림돌이 되어왔기 때문입니다. 


(알자지라 스포츠의 새이름, 비인 스포츠)


알자지라 잉글리쉬가 미국본토 진입에 실패한 이후 앨 고어 전 부통령이 운영하던 케이블 뉴스 채널 커렌트TV (Current TV)를 인수하여 지난해 알자지라 아메리카 (Aljazeera America)를 개국했지만, 카타르와 알자지라라는 브랜드가 많은 미시청자들에게 거부감을 불러 일으키면서 가입자수 확대에 큰 애를 먹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를 교훈삼아 알자지라 네트워크는 고유 브랜드였던 알자지라의 색채를 지우고 알자지라 스포츠 (Aljazeera Sports)는 비인 스포츠 (beIN Sports)로, 어린이 채널은 짐TV (JeemTV)로 새로운 채널명으로 바꾼 바 있습니다. ([방송] 시장확대와 더불어 새해부터 알자지라 스포츠의 이름은 비인 스포츠로 변경! 참조)


(알왈리드 왕자가 준비중인 알아랍 채널 로고)


수많은 아랍 미디어들 중 걸프지역 뉴스 미디어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채널들은 카타르가 지원하여 도하에 본부를 둔 알자지라와 사우디가 지원하는 알아라비야입니다. 알아라비야는 이웃 국가들에 대한 비난과 성역과 금기를 거침없이 다뤄 대중지향적인 알자지라의 영향력 확대에 맞서 지난 2003년 사우디가 지원하여 MBC (Middle East Broadcasting Center)가 두바이 미디어 시티에 세운 친 사우디 성향의 뉴스 채널입니다. 카타르 정부가 알자지라와는 반대성향의, 그리고 알아라비야와는 유사한 성향의 뉴스채널 개국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현재 아랍세계 최고의 억만장자인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 역시 바레인의 마나마 미디어 시티에 본부를 두고 올해 개국을 목표로 알자지라와 알아라비야의 사이에 있는 중도층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뉴스채널인 알아랍 뉴스 (Al-Arab News)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인물] 어떻게 주식평가액이 두 배가 되었으며, 사우디 실업문제는 왜 시한폭탄인가? 알왈리드 왕자 인터뷰 참조)


        대중지향/반 걸프왕정                                          중도                                               친 걸프왕정


(논조/성향별 아랍 뉴스 미디어 분류: 채널명/본부/소유주 혹은 주요 설립자)


올해 선보일 예정인 카타르 정부의 알아라비와 알왈리드 왕자의 알아랍은 과연 입지를 굳혀나갈 수 있을까요? 알아라비 채널의 등장과 함께 타밈 현 카타르 국왕은 자신만의 국정운영 기조를 선보이게 될까요?



참조: "Qatar to launch Al Jazeera counterweight" (The Nation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