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카타르 월드컵 유치 비난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서구 언론의 비판 보도로 카타르의 "카팔라" 시스템이 집중 부각되고 있지만, "카팔라" 시스템은 GCC 회원국들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으며, 이들 국가들의 경제기반을 이루는 필요악과 같은 시스템입니다. GCC국가들의 실질적인 경제활동의 중심 역할, 특히 민간부문의 업무를 소수의 자국민이 아닌 다수의 외국인이 맡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소수의 자국민들이 전통적인 유목생활에 익숙한 상황에서 석유로 벌어들인 엄청난 수익을 바탕으로 갑작스레 산업기반을 확충하고, 이에 필요한 노동력을 투입하기 위해 허드렛일부터 전문적인 직종에 이르기까지 어쩔 수 없이 숙련된 외국인 인력에 의지할 수 밖에 없었던 현실적인 한계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물론, 여전히 산업화 시대에 걸맞는 인적자원으로 재탄생하지 못했지만, 훈련되지 않은 양치던 이들에게 갑자기 다른 일을 맡겨봐야 생산성은 꽝일테니까요.
그런 상황이다보니 이들로써는 자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사실상 경제활동의 주체가 된 외국인들을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생겨났습니다. 외국인들을 통제할 수단이 없다면, 경제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자국민들은 이들에게 철저하게 휘둘릴 수 밖에 없을테니까요. 외국인들의 무분별한 이주를 막고, 입국한 외국인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카팔라", 즉 스폰서쉽 제도입니다.
스폰서쉽 제도는 원칙적으로 자국민, 또는 자국 업체에 스폰서 자격을 부여함으로써 외국인들의 출입국을 통제하고, 스폰서를 위해서만 근무하도록 규정하여 입국 후 다른 스폰서가 제공하는 일자리를 찾아 도망가는 일을 막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스폰서가 외국인 노동자를 데리고 오기 위해 워크비자를 신청하고 발급받아 데리고 오는데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들이 있기에 임의로 다른 스폰서로의 이전을 허락할 경우 엄한 돈을 손해보는 이들도 분명 생겨날테니까요.
하지만, 관리적인 측면에서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자유로운 일할 권리를 제한하는 면이 있는 상황에서 이를 악용하는 스폰서들이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걸프 국가들의 스폰서쉽 제도는 국제 사회로부터 다른 이름의 현대판 노예제도라는 비난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세계화된 국경없는 경제 상황 속에서 이 흐름에 동참할 수 밖에 없는 이들 국가들은 주변의 압력, 또는 요구를 받아들여 노동법 개정을 통해 스폰서쉽 제도를 단계적으로 완화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최근들어 더욱 부각되고 있는 카타르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어서, 얼마전 카타르 정부의 고위 관계자가 현재 스폰서쉽 제도 개선에 중점을 둔 노동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두 차례에 걸친 사우디 생활을 하면서 사우디 스폰서쉽 제도가 변경 됨에 따라 갑과 을을 다 경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스폰서쉽 제도가 변경되기 전에는 그야말로 스폰서 업체의 담당 사우디 직원에게 사정하는 것이 일이었습니다. 모든 관련업무는 그가 여권국을 방문해야만 가능했고, 설령 심야나 새벽 비행기로 출국하는 퇴사자가 있을 경우 움직이기 싫어하는 사우디 직원을 (드러워도) 수당으로 달래가면서 같이 공항에 데리고 가야할 정도였으니까요. 그에 비해 갑의 입장이 된 두번째 생활에서는 아쉬운 소리를 할 필요가 없어서 너무나도 편했습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비자 업무도 전산화가 되면서 무낌 포탈에 접속할 수 있는 아이디만 있으면 사무실에 앉아 외국인 직원들의 개인정보 (비자 만료기간, 운전면허 및 각종 범칙금 내역 등등...)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온라인 뱅킹으로 비자대를 납부한 후 확인되자마자 바로 발급하거나 (출국 및 재입국 비자), 그냥 발급해버리면 (출국 비자) 그만이었으니까요. 제가 경험했던 스폰서 제도의 변경사항을 아래 표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첫번째 사우디 생활 (2000~2002) | 두번째 사우디 생활 (2008~2012) | |||
스폰서 자격 | 사우디인, 사우디 법인 | 사우디인, 사우디 법인, SAGIA에서 투자면허 받은 외국 법인 | ||
인사 담당자로서의 내 역할 | 을 (제한된 업무 외 스폰서 업체의 사우디 직원에게 협업 요청) | 갑 (이까마 발급부터 비자 발급까지 직접 처리) | ||
입국시 얼굴사진/지문스캔 | 해당 없음 | 공항 입국심사대에서 등록 (2008년 가을부터) | ||
이까마 발급 시 필요 절차 | 현지 메디컬 테스트, 워크 퍼밋 | 현지 메디컬 테스트, 워크 퍼밋, 의료보험 가입 | ||
이까마 형태 | 작은 수첩 (녹색 커버는 무슬림, 갈색 커버는 비무슬림) | 카드 | ||
동반가족 이까마 | 별도 발급없이 수첩 내 동반가족 부분에 함께 표기 | 개별 발급 | ||
이까마 발급 후 여권 | 스폰서가 입수 후 보관 | 스폰서가 입수 후 보관 | ||
이까마 발급자 개인 정보 (전산화) | 해당 없음 (부서 방문해야. 시간차로 뒷북때리는 경우 있음) | 무낌 (인사담당자들을 위한 실시간 개인정보 제공 및 비자발급 시스템) | ||
타지역으로 이동 자유 | 스폰서의 통행허가서 필수 지참 (2000년 가을경 폐지) | 해당 없음 | ||
소유권 제한 | 극히 제한적 (핸드폰조차 스폰서 동의를 받아야....) | 단계적으로 제한이 풀려 대부분 해제 | ||
운전면허 | 스폰서 협조공문 필수 | 승용면허에 한해 스폰서 협조공문 없이 신청 가능 (2009년 12월말부터) | ||
Exit/Exit & Re-entry Visa | 스폰서가 발급 (여권국) | 스폰서가 발급 (여권국, 사무실에서 온라인 발급 가능) | ||
Exit Visa 출국시 | 사우디인이 반드시 동행하여 공항 여권과 직원에게 여권을 넘김 |
사우디인 동행할 필요 없음 | ||
스폰서 이전 | 스폰서 동의 필수 | 스폰서 동의 필수 (단, 최근 동의없이 가능한 예외 조건이 생김) |
그렇다면, 다른 GCC 국가들의 스폰서쉽 제도는 어떻게 다를까요? 사우디를 비롯한 GCC국가들이 가지고 있는 스폰서쉽 제도의 특징, 그리고 최근의 중요 이슈들을 아래 표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먄약 다르거나 수정할 내용이 있으면 리플로 알려주세요!^^
국가명 | 스폰서쉽 제도 | 출국 허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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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레인 |
- 2009년 스폰서쉽 제도 개혁: 고용주의 급여체불이나 폭행, 욕설 등이 있을 경우 스폰서의 동의 없이 30일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다른 스폰서로 이전 가능. 단, 가사 도우미는 제외. | 불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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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
- 외국인들은 스폰서의 특별허가 없이는 스폰서를 위해서만 일해야 함. - 스폰서 이전은 현고용주와 새고용주의 합의가 있어야만 가능하며, 이전할 권리는 법률에 위임되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스폰서의 판단에 달려 있음. - 퇴사자가 현고용주로부터 방출 서한 (Release Letter)나 이의없음 증명서 (No Objection Certificate)를 받지못할 경우, 최소 2년간 카타르에 있는 다른 업체로의 취업 불가. - 스폰서쉽 제도와 관련된 노동법 개정 추진 중. (정부 관계자가 공식 확인해 줌) |
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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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 |
- 외국인들은 UAE국민을 스폰서로 두어야 함. (단, 가사 노동자의 경우 외국인도 스폰서가 될 수 있음.) - 현지 법인들도 스폰서 자격이 있음. (자유무역지대를 제외한 나머지 곳에 있는 법인의 경우 UAE 국민이 파트너, 소유주, 혹은 대주주이기 때문에 가능함.) - 민간부문에 종사하는 외국인의 경우 이직을 원할 경우 최소 2년간의 계약기간을 마쳐야만 함. (이 금지기간은 6개월이나 1년도 될 수 있음) 단, 새 고용주가 외국인의 자격요건에 설정한 조건보다 더 높은 직급이나 현직장과 동등한, 또는 그 이상의 급여를 제시할 경우 금지기간에 상관없이 이직 가능. |
불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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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
- 카타르와 기본 요건은 같지만, 구체적인 변경 사항에 대해서는 위의 표 참조. - 특정 국가의 경우 신규인력 채용 금지 - 2012년 4월, 노동부는 스폰서쉽 제도를 없애고 스폰서 대신 고용 에이전시에 의한 관리 시스템을 제안했지만 결국 포기함. - 사우디인 고용율이 낮아 레드 등급을 받은 업체의 경우 상위 등급의 고용주가 채용할 수 있는 상벌 시스템 적용. - 2013년 11월 4일부터 노동법 및 여권법 위반한 외국인 색출 및 강제출국 조치 시행 중 - 고용주들의 상습적인 급여 체불로부터 합법 체류자들의 권익을 강화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급여보호시스템을 도입 중이며, 고용주가 3개월 이상 체불할 경우 스폰서의 동의없이 이전 가능 - 불법체류자 집중 단속에 이어 커버업 비즈니스 (사우디인 명의로 되어 있으나 실질적으로 외국인 근로자들이 운영하는 업체들)의 색출에 나설 예정임. |
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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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웨이트 |
- 외국인들은 쿠웨이트 업체를 스폰서로 두고 워크퍼밋을 취득해야 함. - 다른 쿠웨이트 업체로 스폰서쉽을 이전할 경우 기존업체가 발급받은 워크퍼밋은 반드시 무효화하고 새로 취득해야 함. - 담당 부서인 사회 및 노동부 (Ministry of Social Affairs and Labour)는 현재 민간부문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스폰서쉽 제도 폐지 제안과 함께 노동문제를 위한 공공기관 (Public Authority for Labour Affairs) 신설. - 이 기관은 외국인 노동인력의 고용에서부터 고용주와 노동자 관계 (노조가 없음)에 이르기까지 민간부문 근로자들에 대한 모든 문제에 직접 책임을 지는 것이 목적임. |
불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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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 |
- 외국인 노동자들은 자신의 스폰서의 동의없이 다른 직장으로 이직이 금지되어 있으며, 이를 위반시는 불법 체류자로 간주 (2003년 노동법) - 노동자가 오만에서 2년 이내 퇴사하게 될 경우 전 스폰서로부터 다른 고용주를 위해도 이의가 없음 (No Objection)을 명시한 방출 서한 (Release Letter)을 취득했을 경우 2년 이직 금지 제한과 상관없이 이직할 수 있었으나, 외국인 노동자의 이직을 제한하기 위해 2014년 6월 1일부터 2년을 채우지 못한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무조건 오만을 출국해서 출국일로부터 2년간 오만 내 다른 업체로의 재취업을 원천 불허하기로 노동법이 일부 수정됨. - 이주해서 정착한 노동자의 경우 오만 내에서 새로운 스폰서로 이전할 경우 기존 스폰서로부터 방출 서한을 취득해서 노동부의 승인을 득해야 함. - 현재 건설 노동자와 환경미화원의 신규 외국인 고용을 6개월 동안 금지했으며, 최근 6개월을 추가로 연장함 - 외국인 여성들의 경우 여러 직종의 업무를 맡는 것이 금지됨 - 인력자원부, 무스카트 지자체와 오만 경찰이 합동 단속팀을 결성하여 불법 이민자가 체류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모든 가정을 급습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음. |
불필요 |
참조: "A comparison of ‘kafala’ system in GCC; Qatar lags behind on reforms" (Just Here) &
"Oman tightens rules on expats changing jobs" (Arabian Busi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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