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북아/시리아

[외교] 우리 더 사랑할래요! 시리아와 북한, 오가는 훈훈한 메시지 속에 관계 강화를 위한 협력 합의서에 서명해!

둘뱅 2014. 6. 5. 14:55

(독재자들의 후예들,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반군 세력의 보이콧에도 불구하고 시리아 정부가 일방적으로 강행한 대선이 열리기 하루 전날인 6월 2일 시리아를 방문한 북한 대표단이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만나 회담을 가졌으며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 (KCNA)와 시리아 관영통신 (SANA)는 두 나라가 상대국의 전문적인 기준에 부합하는 "품질 관리"를 약속한 협력 합의서에 서명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날 회담 중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은 양국간 관계가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의 운명이라는 한 줄기에서 나온 것"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끈끈한 관계임을 과시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단순한 외교를 넘어 애정에 가까운 독재정권 간의 대를 잇는 친밀한 관계

시리아는 우리나라로부터 많은 물건을 수입하며 교역 등에 있어 경제적으로는 많은 관련을 맺고 있으면서도 외교적으로는 국교를 맺지 않은 반면, 북한과는 그야말로 피를 나눈 오랜 맹방관계를 유지해오고 있습니다.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이 현재 시리아 각지에서 일어난 반군 세력들과 내전을 3년째 계속 치루고 있는 전시 상황 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전 통치자들인 김일성과 김정일의 생일을 대대적으로 축하해 줄 정도로 말이죠. 


지난 2월 1일 북한 관영 중앙통신은 평양발 보도를 통해 김정일 탄신일 (광명성절)을 축하하기 위해 시리아 바스 아랍사회당 내 국가 리더쉽의 고등교육국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시리아측 준비 위원회가 1월 23일 조직되었다고 보도했었습니다. 이 준비 위원회는 김정일 탄신일을 기념하며 그의 업적을 찬양하기 위한 다채로운 정치 문화 이벤트를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리고 김정일 탄신일이 끝나고 한달쯤 뒤에는 김정일 탄신일 준비 위원장이 다시 한번 위원장을 맡은 준비 위원회를 조직하여 김일성 탄신일 (태양절) 축하행사 준비로 분주했습니다.  북한 중앙 관영통신과 시리아 관영통신 모두 다마스커스 대학 정치학과 학과장 등 시리아 학계 인사의 주장을 인용하고 관영 알싸우라지의 전면 사설을 통해 그 둘의 후계자인 김정은을 찬양하기에 급급했습니다. 정작 시리아 내 알렙포에서는 배럴 폭탄을 이용한 전투가 진행 중이었고, 내전 중인 시리아를 탈출한 난민들이 늘어나면서 세계 최대 난민국이 된 가운데 시리아계 팔레스타인 야르무크 난민촌의 난민들은 굶어죽어가고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말이죠.


(10월 전쟁 파노라마 박물관 내 걸려있는 하페즈 알 아사드 전 대통령과 김일성 전 주석의 초상화)


시리아 만큼이나 북한 역시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시리아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예가 바로 다마스커스에 있는 10월 전쟁 파노라마 (October War Panorama) 박물관입니다. (이집트가 세운 10월 전쟁 파노라마 박물관은 이집트 카이로 헬리오폴리스에도 있습니다.) 1973년 10월 이집트와 함께 이스라엘에 맞서 거둔 전쟁에서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박물관은 북한 노동자들에 의해 지어졌으며, 북한 예술가들이 그린 하페즈 알 아사드 전 시리아 대통령의 초상화를 비롯하여 양대 독재자들이 손을 맞잡고 있는 초상화가 걸려있는 등 양국간의 돈독한 관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건물이기도 합니다. 이 당시 북한 역시 맹방 시리아를 지원하기 위해 수백명의 북한군을 참전시킨 것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10월 전쟁 파노라마 박물관에 있는 대형 벽화의 일부. 북한 예술가들의 작품이다.)


자국민보다 서로를 더 챙기는 알 아사드 정권과 김씨 정권. 얘네들은 왜 이러는 걸까요?



너무나도 닮은 두 독재정권

시리아와 북한의 독재정권은 이란성 쌍둥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많은 공통점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두 정권 모두 공화국의 탈을 썼지만 무자비한 철권통치를 기반으로 대를 이어 철권통치를 펼치고 있는 사회주의 국가이며, 대를 이어 통치하고 있는 바샤르 알 아사드와 김정은은 공교롭게도 유럽에서 공부한 후 (바샤르 알 아사드는 다마스커스대학 의대 졸업 후 영국 런던 웨스턴 아이 호스피탈 대학원 안과학 과정 수료, 김정은은 스위스 베른 공립중학교 9학년 중퇴 후 김일성종합대학 지도자 양성과정 졸업...으로 추정)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권력을 세습했습니다. 


게다가 바샤르 아사드는 지난 3일 반군 세력들의 반발 속에 바스당 집권 이후 첫 복수후보가 출마한 (이라고 쓰고... 구색 갖추기용 들러리를 내세운) 가운데 강행한 대선에서 88.7%의 지지율을 얻어 3선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내전 중이어서 정권이 안정적이진 못하고, 김정은은 최근 삼촌을 처형하는 등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지만, 아직은 젊은데다 계속되는 궁핍한 살림살이는 정권을 위협하는 불안요인들을 안고 있다는 면도 비슷합니다. 


- 2014 시리아 대통령 선거 -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의 3선 확정으로 끝난 시리아 대선의 투표함과 후보들. 왼쪽부터 마히르 압둘하페즈 핫자르와 핫산 압둘라 알 누리, 그리고 바샤르 알 아사드. 공교롭게도 순위는 오른쪽부터... 바스당 집권 이후 사상 첫 복수 후보가 출마한 대선. 명분쌓기용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는 나머지 두 후보가 듣보잡인데다 2012년 개헌에 의해 대선에 복수 후보가 나설 수 있게 되었지만, 자격요건이 까다로워 경쟁력 있는 야당 후보가 나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놓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특정 정당에서 후보를 내세우기 위해서는 250석의 인민의회 의원 중 25명을 배출해야 하는데, 현 의회에서 이 조건을 충족하는 정당은 바스당 외에는 없다. 시리아 인민의회에서 바스당은 134석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 다음이 77석을 차지하는 무소속....)

후보 바샤르 알 아사드
핫산 압둘라 알 누리
마히르 압둘하페즈 알 누리
정당
바스당
(장기 집권 중인 여당)

시리아의 정권과 변화를 위한 국가 구상 (NIACS..이라 쓰지만 사실상 무소속)
독자출마
(후보확정 후 소속당인 인민의지당에서 출당)
득표수 10,319,713표
500,279표
372,301표
득표율
88.7%
4.3%
3.2%



많은 전문가들은 시리아와 북한의 수많은 유사점이 결코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중동지역 비교 정치학 전문가로 유명한 미국 시카고 대학 정치학과 교수인 리사 웨딘 (Lisa Wedeen) 교수는 하페즈 알 아사드 대통령 시절의 시리아 정치를 분석한 자신의 유명한 저서 "독재통치의 모호성 (Ambiguities of Domination: Politics, Rhetoric, and Symbols in Contemporary Syria) (1999)"을 통해 바샤르 알 아사드 현 대통령에게 정권을 세습한 그의 아버지 하페즈 알 아사드 전 시리아 대통령이 1974년 9월 북한을 방문한 후 주체사상에 영감을 받았을 수도 있다고 분석하였으며, 또한 활동가들의 주장을 인용하여 하페즈 알 아사드 정권이 야당측 인사들로부터 광범위하게 조롱을 받았던 자신들의 정권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일찌감치 정치적 환경을 죽이고 "대중 공연을 조직하여 사람들을 탈정치화"시키는 것을 추구하는 공식 언어와 기호가 전쟁에 대한 낡은 관습으로 나타났었다고 설명하였습니다.


최근 더욱 밀접해진 시리아와 북한의 관계는 그들의 무자비한 속성을 드러내는 또다른 표현으로 보여집니다. 활동가이자 전 정치범이었던 말리크 아부 카이르는 "그들은 모두 자신들의 국민이 받고 있는 고통에 대해서는 철저히 무관심하다는 것을 공유한다는 측면에서 똑같은 넘들이다"라고 믿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고통을 나몰라라 모른체하며 자신들만의 안녕을 추구하고 있는 양대 독재국가들의 애정관계는 언제까지 지속될까요?



참조: "Loved-up? North Korea, Syria swap praise and adulation" (Al-Arabi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