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에서 극장이 없어진지 30년만에 처음으로 지난 2009년 리야드에서 개봉한 코미디 영화 메나히)
사우디의 아랍어 인터넷 경제지 "마알 (Maaal)"은 지난 화요일 한 투자가가 시청각 매체를 전담하는 시청각 미디어 위원회 (General Commission of Audiovisual Media)에 사우디 내 영화관 설립을 위한 면허발급을 공식으로 요청했으며, 위원회는 이 요청에 대해 원칙적으로 반대하지 않은채 예상 외로 투자자에게 구체적인 실행계획안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사우디도 70년대까지는 영화관이 영업했지만, 1979년 보수적인 종교세력들이 그랜드 모스크 함락사건을 일으킨 후 이들을 무마하고 보수화되는 과정에서 공식적으로 극장을 폐쇄한 이래 영화제와 같은 한시적인 이벤트를 제외하면 전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정기적으로 영화를 상영하는 공식적인 영화관 운영은 금지되어 왔었습니다.
(올해 3월 주사우디 아시아 영사단 주관으로 젯다에서 열린 제7회 아시안 영화제가 열린 현장. 올해 한국 영사관은 "건축학 개론'을 출품하며 200명이 관람했다고 한다.)
하지만, 만약 위원회가 투자자의 계획안을 검토한 후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면, 사우디 전역에 영화관 재설립을 허용해줄 것을 고위 당국에 요청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 소식을 보도한 마알지의 무티아끄 알 부까미 편집장은 알아라비야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위원회가 이 주제에 대해 그 투자가와 협의 중에 있으며, 지난 수십년간 행해진 당국의 영화관 금지조치를 감안한다면 이러한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진일보한 상황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사우디 내 영화관을 다시 여는 것은 여전히 "가장 시끄러운 목소리"를 내는 보수적인 반대론자들로부터의 "피할 수 없는"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또한 사우디 사회는 이미 변화하고 있고 사람들은 이미 전세계에서 송출하여 넘쳐나고 있는 위성 TV채널들을 접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비공식 보고서를 인용하여 "사우디인들이 바레인과 두바이에 있는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기 위해 실로 엄청난 금액인 연간 1억달러 이상을 지출하고 있습니다"라며 사우디 내 영화관 재설립 요구는 단순히 엔터테인먼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보다 많은 경제적인 기회를 창출하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사우디인들은 영화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위성 TV채널이나 DVD/블루레이 등의 2차 매체, 또는 짝퉁을 통해 집에서 영화를 즐기고 있지만 집에서는 느낄 수 없는 영화관에서의 관람체험을 즐기러 수십만명이 해외여행길에 오르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아랍지역의 전통적인 영화강국인 이집트가 사우디 영화 매니아들의 목적지였지만, 아랍의 봄 이후 계속되는 정국 불안 속에 가까우면서도 상대적으로 안정된 인근 UAE나 바레인으로 주목적지를 변경한 바 있습니다. 영화보러 해외로 나갔다가 그 나라의 정국혼란에 휘말리기는 그 어떤 누구라도 싫을테니까요. ([문화] 영화관람을 위한 탈출: 사우디의 영화관 금지가 이웃국가의 관광사업에 미치는 영향 참조)
"마사미르"라는 TV드라마로 사우디 전역에 걸쳐 유명한 PD인 말리크 나즈르는 마알과의 인터뷰에서 사우디 내 영화관 재설립은 젊은이들에게 수천개의 관련 일자리를 제공하고, 수십억 리얄이 관광수지로 유출되는 대신 사우디 경제로 유입될 수 있으며, 영화제작을 통해 사우디의 문화를 해외에 수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실제로 6월 19일 국내에도 정식 개봉될 사우디 최초의 극영화 "와즈다"도 사우디 사회 내에 큰 변화를 이끌어냈지만, 동시에 그간 쉽게 알려지지 않은 여성의 관점에서 본 사우디 가정문화를 전세계에 자연스레 알리는데 기여한 바 있죠. ([영화] 사우디 사회의 변화를 가져온 용감한 소녀의 이야기, 와즈다 (Wadjda) 참조)
사우디 경제학자들 역시 오랫동안 사우디 내에서 사용할 경우 국내 소비를 촉진시키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엄청난 자금을 사우디 국민들이 이웃 국가에서 영화를 보는 데 지출하면서 외화로 유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해 왔었습니다. 이보다 더 큰 외화 유출은 외국인 근로자들의 해외송금이겠습니다만...
무티아끄 알 부까미 편집장은 과거에는 사우디인들이 TV를 비이슬람적이라며 거부했지만, 오늘날에는 그들의 필수적인 즐길거리의 일부가 되었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도 반대론자들의 주장을 의식한 듯 영화관에서 상영될 영화들이 관련 당국에 의한 규제와 심의를 거치게 될 경우 영화관이 사우디의 가치와 상충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이며 영화는 문명, 문화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매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 투자가가 관련 당국에 영화관 설립을 위한 면허를 신청했다는 마알의 보도와 관련하여 정보부 및 슈라 자문 위원회 내부 소식통들은 이에 대해 추가로 확보된 정보가 없다며 "이 문제에 대해 긍정, 또는 부정"도 하지 않았습니다.
과연 사우디에 언제 영화관이 다시 영업하는 날이 오게 될까요?
참조: "Cinemas to open in Saudi Arabia?" (Al-Arabi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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