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이야기/아랍의 이모저모

[문화] 라마단과 헐리웃 블록버스터, 걸프지역에서 이번 시즌 대작 영화들의 개봉이 라마단 뒤로 연기된 사연

둘뱅 2014. 7. 1. 15:59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극장가를 강타하고 있는 마이클 베이 감독의 신작,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의 한 장면)



걸프지역에 살고 있는 영화 매니아들에게 이번 7월은 스포일러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해야만 하는 괴로운 한 달이 되고 있습니다. 전세계와 비슷하게 신작 영화가 개봉하는 평상시와 달리 이번 여름 주요 개봉작들의 개봉시기가 크게는 한 달 이상 라마단이 끝난 이후로 연기되었기 때문입니다. 


공교롭게도 6월 29일부터 시작된 올해의 라마단 기간이 여름 시즌 주요 대작 타이틀과의 개봉일정과 맞물리면서 전세계에서 6월말~7월초 사이에 개봉했거나 개봉예정인 작품들의 경우 걸프 지역에서는 라마단이 끝나는 7월말~8월초나 되어야 극장에서 개봉합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전세계 영화관에서 이미 개봉되어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하고 있으며, 걸프지역의 많은 영화팬들이 보고 싶어하는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 (Transformers: Age of Extinction)와 태미 (Tammy)는 7월 24일이 되어야 극장에서 볼 수 있습니다.


대작 영화들의 개봉시기와 라마단 기간은 무슨 상관이 있는 걸까요?


걸프지역 내 영화배급사인 엠파이어 인터내셔널 걸프의 홍보 대리인인 스베트라나 군코씨는 이에 대해 영화 제작사들이 이 지역의 주요 문화적 요소 중 하나인 라마단 기간 중 대작 타이틀의 개봉을 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녀는 이 지역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라마단 기간 중 수많은 세속적인 유흥거리를 피해 단식과 예배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그 날의 단식이 끝나는 일몰 시간 이후에는 영화를 보러가는 것 보다는 가족들이 함께 모여 이프타르를 즐기는 경향이 강한데다가 통계상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라마단 기간 중 휴가나 여행을 떠나기 때문에 오히려 영화관의 좌석 점유율이 현격하게 떨어진다는 현실을 감안한 조치라고 덧붙입니다. 


라마단 기간 중 영화관이 비수기인 반면, TV방송국들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라마단 특집 드라마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여 치열한 시청률 경쟁을 벌이는 것과는 대조적인 흐름인 셈이죠. 게다가 올해 28년만에 월드컵과 일정이 겹치는 올해 라마단은 브라질 월드컵 16강전과 함께 시작하고 한국시간 기준 새벽 1시, 5시에 시작하는 경기시간 조차 현지시간으로는 이프타르 시간과 맞물려 식구들이 다같이 모여 월드컵 경기를 보면서 이프타르를 즐기게 되어 있어 더더욱 영화관을 찾을 일이 더더욱 적어진 것도 무시못할 요인일 것입니다. 


또한 라마단 기간 중에는 대부분의 음식점들이 다음날 일출시간 직전인 파즈르 예배 전까지 문을 열지만, 영화관에서는 먹거리를 제공하지 않는 것도 이 기간 중 영화관의 좌석 점유율이 떨어지는 또다른 이유입니다. 이에 대해 군코씨는 극장에서 영화를 즐기는 이 지역의 영화팬들이 팝콘 양동이와 탄산음료 없는 영화 관람을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고 설명합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여 어스 투 에코 (Earth to Echo)와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Dawn of the Planet of the Apes)과 같은 다른 영화들도 UAE에서는 7월 24일 이후 개봉될 예정입니다.



참조: "Hollywood films delayed in the UAE" (Gulf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