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이야기/아랍의 이모저모

[문화] 아랍음악의 이해 (01) 개관 및 아랍지역의 전통음악

둘뱅 2006. 1. 13. 10:54

   예전 언제쯤인가 음악에 관심이 있어 이런저런 자료를 정리해서 만들어 보았던 것입니다... 음악사나 종교적인 면 등 주로 이론적인 글이며 4~5번에 걸쳐 나눠 실을 예정입니다... 아울러 이 연재가 끝나면 오늘날의 대표적인 아랍가수들을 2명 정도 소개해 볼까 합니다....



들어가며...

   사람들은 여러 가지 수단을 통하여 자신의 느낌이나 감정 등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것들을 잘 표현해 낼 수 있는 수단 중의 하나는 음악이다. 음악은 듣는 느낌 그대로를 중시하기 때문에 각 나라마다 언어는 틀릴지라도 음악을 들으면서 느끼는 감정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음악은 국경을 초월한다는 말이 그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다양한 음악을 들어오진 못했다. 지금까지 우리들은 우리의 민요나 대중가요, 또는 서구의 팝 음악이나 클래식 등을 주로 들어왔던 것이다. 그리고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면 다루는 것들이 이러한 것 외에는 동양의 음악-중국, 일본과 같은-이나 영화음악, 그 외에 소수의 음악들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공부하고 있는 아랍지역의 음악이란 어떤 것일까? 지금부터 아랍지역의 음악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음악에 대한 자료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아랍음악 자체가 그 성격이 완전히 규정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도 문제일 뿐더러 일부 교수님들이나 유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몇 개의 테이프이나 씨디, 몇 권의 책 외에는 거의 자료를 찾기 힘들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음악 그 자체보다는 음악 외적인 요소-주로 역사적인 면-들에 대해 정리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았다. 그럼 지금부터 아랍지역의 음악에 대해서 다루어 보기로 하자.

 
개관

   이슬람 음악의 전통성이란 어떤 것인가를 생각해 보자. 그러나 이 전통성을 쉽사리 규명하기는 힘들다. 왜냐하면 일단 조그마한 한반도에도 8도의 각 지역마다 나름대로의 독특한 양식의 민요를 보이는 것처럼 그보다 훨씬 넓고 다양한 환경을 지닌 아랍지역에서는 그보다 훨씬 더 강한 지역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과연 어느 지역의 문화를 전통적인 음악으로 보느냐에 따라 논란의 여지가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랜 기간을 거치면서 체계적인 전승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다양한 문화와의 접촉을 거치는 동안 그 본질적인 전통이 변질되었다는 점을 문제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이슬람의 전파 자체가 상대 문화권을 강제로 무시한다거나 흡수하는 형태의 전파가 아닌 융합해 가는 전파를 택했다는 점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 있어서 전통적인 이슬람의 음악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한 과거의 올바른 모습을 고찰하기는 어렵다.

   이슬람 음악이란 어떤 것인가? 한마디로 이슬람 음악은 아랍적 요소가 가미된 '새로운 음악'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이 말은 다시 말하자면 북아프리카 남서 유럽, 중앙 아시아 등의 다양한 민족과 지역만이 가지고 있는 양식을 기존의 자신들이 향유하고 있던 이슬람 문화에 융합시켜서 하나의 새로운 형태로 만들어 냈음을 의미한다. 이 새로운 음악은 코카서스 지방에서부터 페르시아 만까지, 그리고 옥수스강에서 대서양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역에 널리 확산되었다. 이는 위에서도 언급한바 있는 이슬람 문화의 놀라운 타문화와의 융화성에 기초를 두고 있다. 그리고 이 '새로운 음악'은 대중음악이 아닌 예술음악에서 그 진가를 발휘한다.

   이슬람에서 음악이 발전할 수 있었던 근본원인은 아랍의 언어와 시 때문이다. 특히 자힐리야 시대 이전부터 유래된 시의 영향이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초기엔 시인이란 아랍어 단어에서도 볼 수 있듯이 시는 개인의 감정을 노래하는 것이 아닌 부족의 운명과 앞날에 대한 예언을 주요 내용으로 삼았다. 마치 우리나라의 삼국시대 건국신화에 등장하는 '구지가' 같은 것처럼 말이다. 이것이 자힐리야 시대에 들어와 Qaʃīdah로 확립되면서 인간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담기고, 이를 16개의 율격으로 표현해 냄으로써 음악의 발전에 기여하게 된다. 오랜 기간 다양한 지역의 음악양식을 이슬람적으로 융합해 낸 현재의 이슬람 음악은 크게 네 가지 지역의 음악으로 분류되는데, 이 네 가지 지역은 중동지역, 이란지역, 마그레브 지역, 투르크 지역을 말하는 것이다.


2. 아랍지역의 전통음악

1) 대중음악
   대중음악은 오랜 기간 예술음악을 풍부하게 만드는 원천이 되었으며, 직업적인 악사들에게도 영감을 부여하는 등 독자적 가치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예술음악에 비해 이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예술음악에 대해선 뒤에 따로 다룰 것이므로 일단 대중음악과 예술음악의 차이를 살펴보도록 하자. 우선 예술음악은 귀족들이나 도시사회의 시민들이 주로 향유하였으며, 이에 따라 일정한 양식을 지니게 된 전문성과 규칙을 통해 심미적 가치를 중시했다. 이에 비해 대중음악은 특정 집단인 민족집단에서 주로 연주되었으며, 추상적이고 개념적이었던 예술음악에 비해 실질적인 개인의 삶을 중시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그 양식은 기존의 예술음악에서 볼 수 없었던 시 낭송, 가무, 행렬 등의 방식을 사용했다. 그러나 이 두 양식은 문자화되어 전승되지 못하고 구전된 탓에 둘 사이의 구별이 어려울 때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 대중음악에 대해 알아보자.

   대중음악은 앞서 언급했듯이 자힐리야 시대부터 활성화 된 까시다가 중요한 위치를 점유하며 그 사회적인 가치를 존경받는 분위기에서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는 '움마'(Umma)라는 공동체 생활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들을 주제로 삼아 준고전어에서 구전체에 이르는 다양한 언어를 통해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중음악의 큰 특징을 살펴보면 음악과 시가 따로 떨어진 내용이 아니라 하나로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따라서 잦은 연주 속에서 편곡을 통해 곡 자체를 변형시키는 것보다는 기존의 곡에 가사를 새롭게 붙이는 방식을 사용하여 곡연주의 단조로움을 피했다. 또한 대중음악은 연주되는 동안 연주자들의 것만이 아닌, 그들의 연주를 듣는 대중들과 하나가 되어 대중들로 하여금 합창, 박수, 춤을 통해 곡에 참여하도록 유도해 냈다. 따라서 대중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여러 방식들 중에 춤은 반드시 있어야 할 필수요건 중의 하나가 되었다. 

   대중음악의 노래는 크게 단음절적(syllabic)인 노래와 다음절적(melismatic)인 노래의 두 가지로 나뉘어진다. 단음절적인 노래는 한 음계에 노래가사 한 음절씩을 붙여 생동감 넘치고 규격화된 리듬을 갖고 있으며, 이에 비해 다음절적인 노래는 한 음절에 여러 음계가 계속되어 독창자가 자유로운 리듬감을 갖고 부를 수 있게 하였다. 일반적으로 대중음악은 단성적인(monophonic) 하나의 멜로디를 가지고 있으나 초보적인 다성음악(polyphonic)도 등장하였다. 이의 연주에 있어서는 대부분 악기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서사시를 노래할 때나 춤을 춰야 할 때는 플루트 등의 목관악기를 통해 노래를 더욱 빛나게 했다.

2) 예술음악
   대중음악에 비해 예술음악은 수없이 분석되고 해석되었으며 논쟁의 대상이 되어 왔다. 일례로 음악 비평가들은 그 동안 음률과 양식에 스며들어 있는 감각적인 즐거움에서 지적인 기쁨에 이르기까지 정서적인 특징을 정의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왔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대중음악과 마찬가지로 예술음악은 구전되었으며 악보 등 필사한 자료를 남기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예술음악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음악인들은 선천적인 재능은 물론, 끊임없는 훈련을 통해야만 그 길을 걸어갈 수 있었다.

   예술음악가가 되기 위한 훈련은 스승과 제자 사이의 개인적인 관계에서부터 시작된다. 일종의 도제와 비슷한 것으로 처음에는 스승과 제자라는 사제지간의 관계에서 훈련이 시작되지만 시간이 지나고 훈련의 이수도가 높아지면서 부자지간에 가까울 정도로 관계가 밀접하게 된다. 음악인들은 그들의 최종적 이상인 '완전한 음악인'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훈련하였으며, 그 대를 이어가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들의 최종목표인 '완전한 음악인'이란 광범위한 문화적 소양을 통달한 하나의 교양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수준에 올랐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작곡자로서의 창조성, 연주자나 가수로서의 능숙성, 곡과 노래에 대한 놀라운 기억력과 뛰어난 즉흥연주 실력은 물론, 훌륭한 운문과 산문을 창작해 낼 수 있는 재주를 의미한다.

   예술음악에서도 대중음악과 마찬가지로 가수가 큰 역할을 담당했다. 가수는 단지 무대에서 노래만을 부르는 사람이 아니라 연주인과 관객 사이를 하나로 묶는 매개체 역할을 담당했다. 하나로 어우러진 무대를 중시하는 이들의 풍속은 연주인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는데, 헤테로포니로 널리 알려진 연주방식은 연주자들의 개성을 중시하여 이들의 독주를 통해 연주 중에 개성을 강조함으로써 일어날 수 있는 서로 겉도는 음악이 아닌 한데 어우러진 하모니를 이루어 연주해 낼 수 있었다. 특히 단조로운 저음과 8도, 5도, 4도의 음정을 동시 사용함으로써 다성음악이 아닌 음악을 다성음악인 것처럼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3) 기법과 표현
   선법은 곡의 장식과 반주의 효과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기술을 발휘할 수 있다. 이슬람의 음악은 선율의 선(melodie line)에 관심을 두어 서구보다 더 범위가 크고 미묘한 형태의 음정을 사용하였다. 이렇게 다양한 선율의 선을 체계화시키기 위해 이들은 온음계를 사용하는 서구 음악보다는 그리스-로마시대의 '선법'에 가깝게 그들의 음악을 표현해 낼 수 있었다. 이 선법을 잘 표현해 내는 악기로는 우드('ūd)라 불리는 목이 짧은 류트를 들 수 있다.

<사진 1> 우드('ũd)라고 불리는 목이 짧은 류트


    이스학 알 마우실리가 창안해 낸 최초의 선법 이름인 손가락(asābi') 선법은 우드를 이용해 여러 가지의 음(note)을 만들어 내기 위해 사용하는 프렛과 손가락을 설명한 것이다. 이론가들은 우드의 한 줄 위에서의 음정을 확정한 후에 기초음에서 옥타브, 4도음, 5도음을 찾아내어 다른 줄에서의 음정도 맞춰 나갔다. 이런 방식을 통해 모든 음정을 확인한 후 그들은 이 음정들을 제네라(genera)와 체계들 속에서 조직화하였으며, 제네라는 여러 가지 형태로 조합되어 음악가들은 이것들을 자신들의 연주에 사용할 수 있었다.

   19세기에 들어서 아랍지역에서는 음계를 17음정, 24음정으로 나누는 이론이 발생하였으며, 그중 24음정이 대부분의 지역에서 널리 통용되었다. 이러한 사실은 이론적으로는 서구의 음악보다 이슬람 음악이 훨씬 정교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며, 이론적인 것뿐만이 아니라 실제의 연주에 있어서도 이론만큼의 정교함은 보이지 못한다 하더라도 서구의 것보다는 훨씬 정교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따라서 아랍지역의 음악가들은 변화무쌍한 음정의 다양성을 통해 보다 민감하게 작업을 해 나갈 수 있었다.

   이슬람의 선법은 방금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서구의 장, 단음계 외에 유사함을 찾기 어려운 기법이나 표현기능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선법은 곡의 작곡 방식, 연주의 실제, 즉흥연주 등 표현해 낼 수 잇는 음악의 모든 범위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다. 이중에 대표적인 선법을 살펴보도록 하자.

①maqām(이라크): 음계, 모티프, 멜로디, 노래형식, 문어체·구어체의 가사, 우스운 용어, 독특한 리듬악기의 반주 등 여러 가지의 특수한 기법을 포함한다. 이 선법은 연주보다는 음성의 이용이 주된 역할을 담당한다. 가끔씩 나타나는 전조적 진행(modulatory progression)에 의해 한 마캄에서 다른 마캄으로 옮겨가기도 하지만, 기본 입장은 전체적인 통일성을 보존하는데 있다. 본래는 아랍어로 7∼8세기에 아랍에 들어온 여러나라의 선법(旋法)을 일컫는 명칭이었으나, 아랍 음악이론이 발달함에 따라 그것을 음계의 체계로 집약·정리하고자 하였다. 따라서 음계의 뜻이나, 마침음의 자리에 의한 선법의 뜻, 또는 전통적인 선율형을 가리키는 뜻으로도 해석되어 현재 아랍국가들 내부에서도 지역마다 명칭과 실체가 약간씩 다른 수많은 마캄의 집약체계인 마카마트(maqāmat)를 지니고 있다. 음계로서의 마캄은 반음보다 작은 미소음정(微小音程)에 의해 그 종류가 방대한 수에 이르나, 기본적으로 실용되는 것은 마그레브에서 24∼26, 이집트에서 25∼32, 터키에서는 약 30으로 되어 있다. 또 현대 이란에서는 마캄에 상당하는 선법체계를 다스트가라고 부른다.
②nūba(북아프리카): 하나의 선법에 의해 작성된 기악곡과 성악곡의 모음곡으로 리듬의 조직과 진행을 강조한다. 누바의 일반적인 형식은 하나의 악기를 사용하면서 시작하는 서주로 시작해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며 그 다음에는 성악으로 이어진다. 성악은 다양한 형태와 리듬을 이용하여 즉흥연주를 포함한 수많은 성악적, 기악적인 장식기술을 동원한다. 지금에 이르기까지 10여종의 누바가 연주되고 있으며, 각각의 독특한 기악구성을 변경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성악을 통해 개인적인 가사의 개사가 가능하다.

③layālī: 지방에서 널리 알려진 즉흥곡이며, 어원인 yā-laylī를 근거로 가수는 화려한 가사를 지어낸다. 연주방식은 하나의 음에 단일 음절이나 여러 음절을 배당하여 보통 우드로 연주하지만, 짧은 간주곡에서는 다른 악기들이 동원되기도 한다.

④mawwāl: 라얄리와는 다른 형태의 성악곡으로 즉흥 부분에 대한 의존도는 낮으나 가사는 상당히 자유로운 방식을 택한다. 

   리듬은 선법상 구조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며 9세기부터 체계적인 이론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이론은 멜로디가 나누어지는 방식으로 전개된다는 것을 의미했으며, 멜로디의 단위는 까시다의 운문을 모델로 했다. 따라서 리듬은 규칙적인 두 가지 부분으로 나뉘며 각 부분은 시의 운율에 의해 불규칙적으로 규정되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음악 이론가들은 리듬의 운율법에 있어서 원(○)과 점(.)의 표시법으로 박절과 휴지부를 나타낸다. 원(○)과 점(.)은 동일한 길이지만, 점(.)은 소리가 없거나 앞 음을 연장해야 할 경우에 사용한다. 이에 따라 박절의 길이는 다음 박절과의 사이의 간격과 흐름의 속도에 의해서도 결정되며, 또한 주요 박절 뿐만이 아닌 부수적인 박절이 존재하여 곡의 흐름을 더 화려하게 꾸며주는 장식음으로만 사용되기도 한다. 이러한 원칙에 따라 처음에는 8가지의 선법에서 시작되었지만,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는 다양한 양식의 포용으로 인해 선법이 100여가지를 상회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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