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이야기/아랍의 이모저모

[문화] 아랍음악의 이해 (04) 마그레브 지역의 음악과 맺음말

둘뱅 2006. 1. 13. 11:26
   예전 언제쯤인가 음악에 관심이 있어 이런저런 자료를 정리해서 만들어 보았던 것입니다... 음악사나 종교적인 면 등 주로 이론적인 글이며 4~5번에 걸쳐 나눠 실을 예정입니다... 아울러 이 연재가 끝나면 오늘날의 대표적인 아랍가수들을 2명 정도 소개해 볼까 합니다...

지난 호에 이어서 이번 호는 마그레브 지역에 대한 설명과 함께 마무리하는 장입니다....



 

4. 마그레브 지역의 음악

1) 왜 마그레브 지역인가? 
   위에서도 아랍지역이 크게 4가지로 나뉜다고 하였지만, 특히 마그레브 지역을 다루고자 하는 이유는 아프리카와 남서유럽과 중동지역을 연결하는 마그레브 지역만이 가지는 지역적 특성 때문이다. 마그레브 지역은 사하라 사막 이북의 튀니지·알제리·모로코·모리타니아가 있는 지역을 말한다. 이 지역을 나타내는 말인 마그레브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의 의미를 지닌다. 첫째, 사전적인 의미를 들 수 있다. 사전적 의미에서 마그레브는 가라바(ġaraba)에서 파생된 말로 서쪽의 해가 저무는 지역을 가리킨다. 둘째, 종교적인 의미에서의 마그레브는 이슬람교의 다섯 의무중 하나인 살라트(예배)에서 해가 진 직후의 예배를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2) 마그레브 지역의 역사
   북아프리카에 위치한 마그레브 지역은 지리적으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지중해와 사하라 사막 사이에 위치해 지리적으로는 아프리카에 포함되어 있어도 역사적으로는 페니키아·그리스·로마와도 관계를 갖고 있으며, 특히 아랍세계와는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7세기 이슬람은 아랍인과 함께 마그레브 지역으로 유입되어 이 지역은 완전한 이슬람 세계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마그레브의 어느 지역에서건 이슬람 사원의 미나렛이 마을 중심에 높이 솟았고, 그 미나렛에서는 하루에 다섯 번 기도의 찬가가 거리에 울려 퍼졌던 것이다.

   이러한 북아프리카에 원래 거주했던 베르베르족은 베드윈 등에게 밀려나 사막이나 산 속으로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베르베르족 사이에서도 점차적으로 이슬람이 확산되어 가기 시작했다. 베르베르족의 왕국 트렘셈·이드리스 왕국 등 다수의 베르베르족과 이슬람을 이어주는 역사가 있다는 것은 이러한 사실을 더욱 뒷받침해준다. 11세기에 베르베르족의 포교사 이븐 야시누 등은 알모라비드의 힘을 입어 그후 이븐 야시누의 후계자 이븐 타슈비누에 의해 마라케쉬 마을이 구축되었고, 여기를 수도로 알모라비드 왕국은 이슬람·베르베르 문화를 확대하여 나아갔다. 모로코 북쪽 마을인 페즈가 지중해 세계, 오리엔트 안달루시아의 입구가 되며 아틀라스 산맥으로 둘러싸인 이 마라케쉬는 사하라와 블랙 아프리카의 입구에 해당한다. 현재 베르베르족은 모로코에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으며, 인구의 4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 마라케쉬는 모로코 중에서도 유달리 베르베르족의 인구구성 비례가 높은 지역의 하나이다.

3) 베르베르족과 그들의 음악 
   역사에 있어서 그 기원은 명확하지 않으며, 그들의 언어인 베르베르어는 아랍어와는 거의 관계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고대 로마 등지에서 바르바르스와 바르바로스라 불리던 사람들이 베르베르족의 조상이라고도 일컬어지고 있으나 확실한 것은 아니다. 그 중에서도 헤로도투스가 묘사한 카라만트인이 베르베르족의 선조라고 하는 견해가 유력하다. 베르베르족의 음악을 살펴보면 북아프리카 일대에 널리 분포되어 있으나 지역에 따라 그들이 전승하고 있는 음악에 많은 차이가 있다. 튀니지의 남부에서는 베드윈과 투아레그인등이 혼재해 있어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지만, 특히 혈거생활로 알려져 있는 마트마타 지역에서의 음악의 주제는 춤에 대한 반주가 그 중심이어서 노래의 전승에 있어서는 희박한 면을 보이기도 한다. 모로코에서도 아틀라스 산맥의 지맥인 산 속에 거주하는 베르베르족의 음악 역시 각각의 지역에 따라 변화를 보인다.

   이러한 지역적인 차이에도 불구하고 모로코의 베르베르족은 노래문화를 강하게 계승시키고 있다. 특히 마라케쉬와 하이 아틀라스 지역에서는 크게 두 가지의 노래 특징을 부여준다. 그 하나는 '여성의 노래'라는 것이다. 하이 아틀라스의 산 속에서는 예전의 의례와 축제가 전승되고 있으며, 하지의 불의 축제를 시작하는 주역은 여성들의 합창이다. 합창이라 하더라도 제창이 대부분이지만 타고난 목소리의 외침은 강건하며 품위가 있고 아름다워서 오로지 살아있는 여성의 性 그 자체를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루지야를 비롯하여 여성의 노래가 주역을 이루는 지역은 적지않지만, 그 중에서도 베르베르족 여성의 노래는 한층더 특이함을 보여준다. 이 하이 아틀라스의 베르베르족의 노래와 춤이 마라케쉬 마을에서도 전해지며, 여기에서는 소박한 민속무용과 노래가 한층 예능화되어 의상도 아름답게 꾸며져 모로코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불리는 요리이름의 하나로 될 정도이다. 그러나 그녀들의 발성은 변함없으면서도 품위가 있고 아름다운 생생한 목소리로 관람객들을 매료시킨다.

   베르베르족의 또하나의 노래 특색으로 서사시의 전통을 들 수 있다. 임디아젠 같은 음유시인의 계통이 널리 분포하여 베르베르족의 고유한 전통에 국한되지 않고, 이슬람의 성자·아부 쟈이드·칼리프·디야프 등의 옛날 이야기들도 구전시키고 있다. 유랑예인으로서 마을에서 마을로, 문전에서 문전으로 걸어다니면서 읊어 대는 음유시인들의 노랫소리는 힘차면서도 한편으로는 비애감이 넘쳐흐르기도 한다.

   다른 눈으로 베르베르족의 음악을 들어보면, 그 속에는 거대한 문명의 흐름이 담겨져 있다. 마그레브 지역을 순례해보면 여러 가지의 변화무쌍한 춤과 음악을 만날수가 있는데, 어떤 음악을 들어도 살아 숨쉬는 듯한 리듬이 있다는 것을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복잡하게 얽혀 활동하는 리듬의 세계가 아프리카 음악의 생명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이들의 리듬에는 몇 개의 다른 리듬이 동시에 고동치는 폴리 리듬, 다른 리듬의 형태로 구성된 크로스 리듬 등 실로 다양한 리듬이 있다. 유럽 음악의 기능적인 박자감과는 다른 리듬감은 미국을 거쳐 훗날의 재즈와 블루스 등을 낳았으며, 이 블랙 아프리카에 확산되어 있는 세계의 입구에 마라케쉬가 존재하고, 그 곳에 베르베르족이 사는 것이다.

4) 마그레브 지역의 음악과 아랍 음악의 세계
   지중해 문명 속에서 자라난 이슬람 사회에서도 비교적 형태를 갖춘 아람의 음악세계가 모로코의 북방에 널리 확산되어 있다. 압바시야 왕조의 등장이래 바그다드를 중심으로 찬란한 번영을 이룬 아랍의 음악은 이집트로, 그리고 스페인으로 접근하였으며 마그레브의 음악도 아랍 음악 속에 짙게 깔려 있다. 모로코의 북부 도시 태투앙에서는 그 거점을 이루는 음악학교가 있다. 안달루스 음악의 거점으로 이슬람화된 스페인의 전통적인 음악과 아랍의 고전음악이 일체가 되어 계승되고 있는 곳이다. 이 아랍 음악이 모로코의 도시를 중심으로 발전하여, 탕헤르·페즈·라바트·카사블랑카 등 아랍음악의 세계를 형성하고 있다. 우드와 카눈의 연주, 택심의 즉흥연주 등 바그다드와 카이로의 음악과는 별로 색다른 점을 보여주지 않는다. 일례로 1976년에 사망한 아랍의 유명한 가수 카르슘의 음악은 지금도 오리엔트의 별로서 모로코의 도시에서 애창되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아랍음악의 리듬구조는 비교적 명확하다. 아랍음악과 깊은 관계를 지닌 페르시아 음악에서는 자유로운 리듬이 특징이며 한편에서는 다룹 등의 리듬의 패턴을 갖는데 이러한 경향은 터키에서는 웃슬, 이집트에서는 두룹이라고 하는 데서 같은 종류의 형태를 찾아볼 수 있다. 모로코에서도 이와 유사한 리듬 패턴을 보인다.

   이슬람 사회의 음악에서는 다채로운 목소리의 의식이 비교적 희박하며 폴리포니의 음악은 적은 편이다. 이것은 이슬람 사회의 민족음악에 널리 확산되어 있는 즐루나, 모로코의 즈쿨라라고 하는 더블리드의 종피리와 타발 등 북 세트가 기층에 있는 탓이리라 여겨지지만 이슬람의 문화가 확대되고, 그 음악이 정착되어 감에 따라 리듬의 형태는 단순화되어 가는 경향이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베르베르족의 음악에 있어서도 리듬은 극히 단순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북으로부터의 문화, 지중해 문명을 배경으로 하는 이슬람 문화가 베르베르족과 역사적으로 깊이 관계됨에 따라 베르베르족의 리듬이 단순화된 것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블랙 아프리카의 폴리 리듬 세계와 아랍의 모노 리듬 세계의 중간에 위치해 양 음악 사이의 가교를 맡게된 베르베르족의 음악에도 과거에는 아프리카 리듬의 전통이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지리적·문화적으로 아랍 사회와 아프리카 사회의 관계를 확실하게 연결시켜 주는 베르베르족 음악의 역할에 대해선 깊게 생각해 볼 만하다.


맺으며...

   지금까지 간략하게나마 아랍음악에 대한 것들을 살펴보았다. 음악자체에 대한 더욱 많은 연구가 되었으면 좋았겠지만, 아직도 확실하게 자리잡히지 않은 아랍음악의 현실과 그나마도 자료를 거의 구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핑계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정리한 자료를 전반적으로 훑어보면 아랍의 음악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그것이 비록 음악자체에 대한 것보다는 역사적인 것들이긴 하지만 전문적으로 다룬다는 것은 전공으로 음악을 공부한 일이 없는 필자에겐 무리라고 할 수 밖엔 없을 것이다.

   아랍의 음악은 오랜 역사를 거치면서 역사와 함께 변화를 겪어왔고 그 속에서도 본질을 잊지 않으려는 노력을 계속해 왔다. 지금의 세계는 정치, 사회, 문화, 경제적으로 유례없는 과도기를 맞이하고 있다. 여러 차례의 무수한 전쟁들, 이데올로기의 확산과 소멸, 예전에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다양한 사조의 등장과 소멸, 새로운 밀레니엄을 앞두고 펼쳐지는 세기말적인 현상 등은 인류 전체로 볼 때 엄청난 혼란기를 겪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모든 전통들이 새롭게 재해석되고 재구성되면서 엄청난 변화를 겪는것처럼 아랍의 음악도 이 짧은 시기에 지난 수세기에 걸쳐 일어났던 변화보다도 더욱 많은 변화와 변용을 겪게 될 것이다. 그 모습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아랍 음악의 기본 개념만큼은 이 변화에 사라지지만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까지 오랜 세월을 지나왔어도 기본 정신만큼은 남아있는 이슬람과 무슬림들의 전통처럼 말이다.


<참고문헌>
버나드 루이스 엮음, {이슬람문명사}(서울: 이론과실천), 1994
藤井知昭, {아시아 민족음악순례}(서울: 東文選), 1990
김정위, {중동사}(서울: 대한교과서주식회사), 1994
송경숙 外2인, {아랍문학사}(서울: 송산출판사), 1992
{아랍자료집}